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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과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 기다리고, 의심하고, 실패하고 그럼에도 과학자로 살아가는 이유
이윤종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과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은 어렵다, 나와는 상관없다라고 느끼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과학은 복잡한 수식과 실험의 세계일까요? 23년 차 방송작가 이윤종 저자의 <어떻게 과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는 그런 거리감을 한순간에 허물어버립니다.
대한민국 과학계 최전선에 있는 여덟 명의 과학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학이라는 학문을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과 연결 짓습니다. 저자는 과학이라는 세계를 따뜻하고 생동감 있게 열어 보여줍니다.
"왜 과학자인가?"라는 물음에 이들은 의심, 실패, 기다림 속에서도 과학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진솔하게 털어놓습니다.
과학자의 실패, 성공, 기다림의 시간은 결국 우리 인간이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묻는 과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단순히 좋아서 또는 사회적 인정 때문이 아니라, 8인의 과학자들은 과학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을 보고자 했습니다. 과학은 자신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세상을 보는 창입니다.
지질학자 우주선은 지구를 역사책으로 본다면 각 장면에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탐구하는 것이 지질학이라고 말하며, 시간이라는 거대한 축을 통해 생명과 지구의 역사를 꿰뚫어봅니다.
공룡에 푹 빠졌던 아이 덕분에 알게된 고생물학자 이융남의 인터뷰도 있어 반가웠습니다. 그는 이 넓은 우주에서 생명으로 태어난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나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는 일과 같다고 말하며 고생물학에 대한 사랑을 펼쳐보입니다.
과학은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설을 증명하는 과정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퍼즐을 맞추는 여정이었습니다. 과학의 매력은 바로 이 점에서 시작합니다. "왜?"라는 질문을 끝없이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곧 삶의 본질적 질문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실패는 필수, 기다림은 덤. 과학자들은 실패와 기다림이야말로 연구 과정의 핵심이라 말합니다. 실험물리학자 고재현은 태양 빛의 오랜 여정을 설명하며 과학이란 결국 우리가 볼 수 없는 과정을 이해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임을 이야기합니다.
우주물리학자 황정아는 연구비 지원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오히려 그것이 자신의 연구에 대한 신념을 강화시켰다고 말합니다. 과학은 오랜 시간 동안의 인내와 끈기를 필요로 합니다.
과학자는 실패와 기다림 속에서 좌절하는 대신, 그 시간을 연구의 본질적 요소로 받아들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어려움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8인의 과학자들이 추천하는 책도 엿볼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어떤 책에서 영감을 얻고,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탐구하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 생태계의 경이로움을 다룬 책, 영감 발견을 다룬 책 등 지적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과학을 거대하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친근한 무언가로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커피화학자 이승훈은 노벨상 연구만이 과학이 아니라며,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과학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커피라는 익숙한 소재를 통해 그는 과학이 얼마나 우리 삶 가까이에 있는지 보여줍니다.
과학기술학자 임소연은 간절히 원하는 것에 일단 덤벼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과학적 접근법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지 설파합니다. 과학은 우리 곁에 있으며, 우리가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만 달라지면 되는 겁니다.
저자는 우주적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법을 일깨우는 과학자들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과학이라는 학문을 넘어, 우리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줍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답답함이나 한계를 넘어, 더 큰 가능성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인공위성 원격탐사 전문가 김현옥은 지구를 멀리서 내려다보며 적당한 거리를 두면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서울시립과학관장 유만선은 무력한 세상 속에서도 새로운 것을 발명하려면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창의적인 태도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더 크고 넓은 세상으로 이끈 과학과 사랑에 빠진 8인의 과학자들의 이야기 <어떻게 과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과학자들이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서 배울 수 있는 가치,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과학적 사고의 모습 등을 일깨웁니다.
과학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청소년, 일상 속에서 과학적 사고를 키우고자 하는 사람,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복잡한 전문 용어 대신 진솔한 인터뷰와 일상의 예시를 통해 누구나 읽고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과학이라는 주제를 넘어,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새로운 시선을 선사하는 책입니다. 이들과 함께 과학과 사랑에 빠져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