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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연습하는 법 - 어학부터 스포츠까지, 인지심리학이 제시하는 배움의 기술
아투로 E. 허낸데즈 지음, 방진이 옮김 / 북트리거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누구나 들어봤을 겁니다. 꾸준히 반복하면 누구나 전문가가 된다는 단순한 원칙처럼 보이지만, 이 법칙의 창시자 안데르스 에릭손은 중요한 단서를 덧붙였습니다. 바로 ‘의식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의 필요성입니다.
단순히 시간을 채우는 게 아니라, 어떻게 연습하느냐가 실력의 차이를 만드는 겁니다. 아투로 E. 허낸데즈의 <제대로 연습하는 법>은 이러한 학습 이론과 최신 인지심리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성인도 어떤 분야에서든 실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는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소개합니다.
<제대로 연습하는 법>에서는 다양한 사례연구를 통해 학습과 향상의 가능성을 생생히 보여줍니다. 댄은 서른 살에 골프를 시작해 프로 골퍼가 되기 위한 여정에 오릅니다. 1만 시간의 법칙에서 말한 단순성에 꽂혀 하루 여섯 시간 연습으로 3년 반 안에 1만 시간을 채우려고 로드맵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후 에릭손과 대화를 나눈 후 그의 이론이 연습의 양이 아니라 의식적 연습에 초점을 맞춘다는 걸 깨닫습니다. 기계적으로 연습 시간을 채우는 게 아니라, 에릭손의 의식적 연습 방법론에 따라 동작을 세분화하고 목표를 명확히 하여 체계적으로 접근했습니다.
아쉽게도 목표의 절반을 조금 넘겼을 때, 부상으로 중단할 수밖에 없어 댄은 포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례는 늦게 시작한 성인도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안면실인증을 앓았던 제인 구달은 관찰 기술을 개선하며 침팬지 연구의 선구자가 되었습니다. 단순한 관찰 이상의 ‘창발성(Emergence)’으로, 기존 경험과 지식을 결합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낸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습니다.
성인이 되면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고 믿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반박합니다. 뇌는 계속해서 변하고 성장하는 ‘가소성(Plasticity)’을 갖고 있으며, 적절한 방법론을 적용하면 나이에 관계없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고 말이죠.
저자 스스로 성인이 되어 독일어를 배워야 했던 경험을 통해, 학습 과정에서 겪은 고통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공유합니다. 초기에 겪은 막막함에도 불구하고, 체계적 연습으로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외국어 학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의 뇌가 가진 창발적 조합 능력 덕분에 충분히 가능하고 접근 가능한 과제라고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의식적 연습과 몰입 환경이 없다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대로 연습하는 법>에서는 모든 학습의 근본 원리로 의식적 연습과 창발성을 제시합니다. 숙달의 두 가지 축입니다. 이 방법은 골프, 테니스 등 스포츠뿐 아니라 악기 연주, 외국어 학습, 창의적 작업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의식적 연습에는 명확한 목표 설정, 지속적 피드백, 도전 과제의 설정, 반복과 숙달이라는 4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핵심은 피드백을 통한 집중력 유지입니다. 스승이나 멘토와 같은 피드백 제공자가 있을 때 그 효과는 극대화됩니다.
예를 들어, 테니스 선수는 서브 하나를 연습할 때도 정확한 자세, 공의 회전, 라켓의 각도까지 세밀하게 피드백을 받습니다. 이렇게 의식적이고 집중된 연습은 우리의 기술 향상에 필수적인 과정으로, 단순히 반복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기계적 학습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이 책에서는 목표를 세분화하여 각 단계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적용하고, 적당한 난이도로 성취감을 유지하며 도전하고, 단순 반복이 아니라 점진적 완성을 목표로 훈련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창발성이란 개념은 낯설었는데요. 단순히 기존 기술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술의 조각을 결합하여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언어를 배울 때 기존의 어휘와 문법 지식을 응용하여 새로운 문장을 만드는 것이 창발성의 한 예입니다.
인간의 학습과 숙달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작은 조각들을 조합하여 전혀 새로운 차원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창발적 과정입니다. 체스 마스터가 게임을 단순히 수의 조합이 아니라 전략과 흐름의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는 것 말입니다.
체스에서 보여지는 통합적 사고는 음악, 스포츠, 심지어 일상적인 작업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음악가는 각각의 음을 조합하여 멜로디를 만들고, 운동선수는 작은 기술들을 결합해 경기에서 독창적인 전략을 펼칩니다. 이처럼 인간의 숙달은 작은 단위를 넘어 더 큰 의미를 창출해내는 데 있습니다. 전문성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특징입니다.
저자는 작은 단계를 나누어 접근하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피드백을 수용하라 등숙달을 위한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학습자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돕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실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책입니다. 노력보다 중요한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실패와 성공 사례를 세심하게 분석하고 피드백하는 이 책은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을 넘어, 효과적인 학습 방식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넘어서는 진짜 연습의 과학 <제대로 연습하는 법>. 단순히 학습법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하는 길을 안내합니다. '무작정 열심히'가 아닌 '제대로 열심히' 연습하고 싶은 모든 이들의 필독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