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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 식물 -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
안톤 순딘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집 / 2024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4억 년을 살아남은 양치식물은 공룡들과 함께 숨 쉬었고, 여러 차례의 멸종을 견디고 살았습니다. 놀랍게도 오늘날에도 우리 주변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원예사 안톤 순딘이 들려주는 미스터리한 양치 식물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양치식물은 지구 역사상 가장 오래된 식물입니다. 약 4억 년 전 데본기부터 존재해 왔다고 합니다. 이 시기는 육지에 식물이 처음 등장한 때로, 당시의 식물들은 단순한 구조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양치식물은 특별했습니다. 뿌리, 줄기, 잎의 삼위일체 구조를 갖춘 최초의 식물이자 광합성 효율을 극대화한 혁신가였죠.
특히 양치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며, 열대우림부터 북극의 척박한 땅까지 어느 환경에서든 그 존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지구 생태계에서의 양치식물의 생존력은 적응의 마스터라는 별명이 어울릴 만큼 탁월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양치식물은 고사리입니다. 솔직히 고사리류뿐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양치식물도 꽤나 다양한 크기와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잎의 배열, 질감, 색상 모두 천차만별입니다.
<양치 식물>에서는 양치식물의 해부학적 구조를 상세히 다룹니다. 잎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효율적인 광합성과 증산작용을 수행하는 고도로 발달된 기관입니다. 특히 돌돌 말려 있는 어린잎은 성장 과정에서 천천히 펼쳐진다고 합니다.
인류는 양치식물과 오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고대에는 약용, 식용, 심지어 종교적 상징으로도 사용되었습니다. 고사리류의 식물은 전통 의학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관중과 같은 식물은 해열, 항염 등의 효과가 있어 여러 문화권에서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사리가 산채 요리의 핵심 재료입니다. 아! 육개장에 고사리가 빠지면 섭섭하지요.
빅토리아 시대에는 '고사리 광풍(Pteridomania)'이라는 사회적 열풍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림으로 그리고, 실내를 장식하고, 패션 디자인에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오죽하면 채집을 도와주는 도구도 발명되었을 정도입니다. 사람들은 양치식물을 수집했고, 온갖 공예품에도 양치식물 도안이 널리 사용됩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실내장식의 유행 식물 문양으로 인기 있습니다.
양치식물은 독특한 모양 때문에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어왔습니다. 정교한 패턴은 회화, 조각, 직물 디자인에서 자주 차용되었습니다. 아르누보와 같은 예술 사조에서는 자연의 유기적 형태를 표현하는 데 양치식물이 단골 소재로 사용되었습니다. 이처럼 인류사와 함께한 양치식물의 매력을 이 책에서 잘 보여줍니다.
<양치 식물>책은 식물도감이기도 합니다. 대표 종의 특징을 다루고 있는데, 이토록 많을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나무고사리처럼 대형 종은 꼭 야자수처럼 생겼더라고요. 히말라야 공작고사리는 가을엔 단풍이 들어 사계절 내내 보는 맛이 좋다고 합니다. 물에 사는 물개구리밥은 앙증맞은 모양새라 귀염귀염 합니다.
가을 제주도 여행 때 비자림을 방문했는데 그곳은 양치식물의 천국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비자나무숲에서 고사리와 같은 양치식물이 서식하고 있었습니다. 비자림의 습한 환경은 양치식물의 생장을 돕는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양치식물은 포자 번식을 통해 대규모 군락을 형성하며, 숲과 토양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합니다. 과거 대량으로 번성했던 시기에는 석탄층 형성에 기여했습니다. 오늘날에도 탄소를 흡수하여 온실가스 완화에 도움을 줍니다.
<양치 식물>은 정원사들을 위한 실용적인 조언도 들려줍니다. 숲에서만 잘 살 것 같았는데, 양치식물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식물이 아니었어요. 음지와 습한 환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정원 가장자리 장식은 물론이고 실내 플랜테리어로 탁월한 양치식물. 꽃병에 조화롭게 꽂힌 샘플 사진들을 보니 정말 예쁩니다. 초록이 더해지니 절로 마음이 싱그러워집니다.
자연의 시간 캡슐, 양치식물의 모든 것을 담은 책 <양치 식물>. 양치식물의 역사를 통해 지구 최장수 식물의 매혹적인 이야기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