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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날들
한소은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1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126/pimg_7960121634507724.jpg)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한소은 작가의 첫 소설집 <찬란한 날들>은 상처로 얼룩진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7편의 단편들이 담겨있습니다. 표제작은 작품 중 한 편의 제목입니다. 삶의 균열 속에서도 빛나는 찬란함을 윤슬로 채워진 표지 이미지로 엿볼 수 있습니다.
<찬란한 날들>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삶의 어두운 이면을 꺼내 보이면서도, 그 안에 스며 있는 희망의 가능성을 슬며시 드러냅니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고난 속에서 방황하지만, 끝내 작은 반딧불 같은 빛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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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의 첫 작품 『국경』은 2023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탈출, 성장, 희망이란 주제로 펼쳐집니다. 폭력의 굴레 속에서 도망치고자 하는 청년. 어린 시절 가정학대와 폭력은 소년의 삶에 어둠을 드리웠지만, 이제는 벗어나기 위해 낯선 곳으로 떠날 용기를 냅니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버스 뒷좌석 아래 공간의 어둠은 곧 새로운 시작의 공간으로 변모합니다. 가장 힘든 순간에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들려줍니다.
『세상 끝, 소녀』는 열일곱 살 소녀의 시점에서 펼쳐집니다. 가정의 붕괴, 경제적 절망, 사회적 소외 속에서도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며 꿈틀댑니다. 위태로운 경계에 선 청소년들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성장기의 불안함과 생존 본능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인상 깊었습니다.
이 소설집의 표제작인 『찬란한 날들』은 무기력하게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는 아내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의 내면 독백을 통해 작은 일상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고통 속에서 반짝이는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합니다. 어려운 순간에도 지나고 나면 찬란하게 기억될 수 있는 삶, 당신에게도 있지 않은지요?
『아이의 집』은 폭력적인 기억에 얽매인 한 여성과 학대받는 아이가 서로를 통해 위로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픔을 마주하며 새로운 유대를 발견하는 아내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서사가 펼쳐집니다.
『빛의 고백』은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떠나는 이들과 그 빈자리를 감내해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떠남의 이유를 이해하며 스스로의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죄책감과 상실감에 사로잡힌 주인공이 다시 한번 사랑을 선택하기까지의 심리를 다룬 『너의 날개는 그날 바람에 스쳐 가듯 흔들리고』. 기억의 미화와 상처의 복잡성을 탐구합니다.
치유, 회복의 이야기이면서도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여서 감정이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이는 기분입니다. 특히 마지막 작품 『화분』은 호러 소설을 읽고 있나 싶을 정도로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무기력에 빠져 자신의 존재를 화분 속 식물에 비유하는 여자가 어느 날 화분의 흙을 파헤치다 무언가를 발견하는데. 외면하던 진실과의 만남이라는 자기 인식의 이야기이면서도 그 재탄생의 결말이 제게는 카오스적 결말이었습니다.
개인적 시련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온갖 사회문제와 관련한 심리 묘사가 탁월한 소설을 찾는 이들이라면 의미 있게 읽을 수 있는 단편소설집입니다.
깊은 상처 속에서도 끝내 희망을 놓지 않는 이들에게 찬사를 보낸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찬란한 날들>. 억눌린 고통과 번민을 딛고 다시 피어나는 희망이 진한 울림과 깊은 여운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