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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 -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어떻게 우리의 건강을 좌우하는가
아누팜 B. 제나.크리스토퍼 워샴 지음, 고현석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10월
평점 :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우리 건강을 좌우한다? 하버드 의대 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저자들은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의료 현장과 건강에 끼치는 영향력을 파헤칩니다.
세상의 숨겨진 이면을 파헤친 <괴짜경제학>의 건강 편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은 의학계의 괴짜 경제학자로 불리는 저자들이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의료 현장 속 현상들에 주목했습니다.
저자들은 다양한 인구 데이터와 건강보험 기록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연구 방법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상관관계와 변수들을 추적합니다.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이 독감에 걸릴 확률이 높은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아이들의 병원 방문 패턴을 분석하고, 자연실험을 통해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의료적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냅니다.
의사도 모르는 복잡한 변수들이 이토록 많을 거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대규모 심장학술대회로 병원에 심장 전문의가 비운 날, 고위험군 환자의 사망률이 오히려 감소한 사례는 주목할 만합니다.
치료는 환자에게 언제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대해 의문을 던집니다. 과잉진료의 위험성을 제기하며 때로는 기다리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는 점을 들려줍니다. 더 많은 개입이 항상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저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 중 하나입니다.
저자들의 입증 방식 중 흥미로운 점은 자연실험을 활용한 문제 해결 접근 방식입니다. 일상적으로는 실험이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우연적 변수를 통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을 보여줍니다. 일반적인 실험 방식이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현실에서 발생하는 우연적 사건들을 연구함으로써 의학적인 의문에 경제학적 해답을 찾아갑니다.
“대통령은 과연 더 빨리 늙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통령 선거에서 아깝게 떨어진 후보들을 대조군으로 삼아 국가 지도자의 스트레스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등의 독특한 접근 방식이 재미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쉬운 선택을 선호하는 법이라고 하죠. 인지편향은 의사들조차 쉽게 빠지기 쉬운 함정입니다. 진단과 치료에 대한 지나친 확신과 편향이 때로는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의사들은 적극적인 치료가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한다는 믿음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이 책에서는 의료진이 무심코 저지르는 인지적 오류를 고발하며, 의사들이 이러한 오류를 경계할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의사들에게도 쉬운 선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입증하며, 그 편향이 환자의 치료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분석합니다.
독감에 걸리는 확률이 계절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태어난 계절이 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는 부분도 재미있습니다.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이 독감에 더 잘 걸리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하는데, 그 이유는 단순한 날씨의 차이뿐 아니라 의료 접근성과 병원 방문 패턴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 결과임을 밝혀냅니다.
이 사례는 의료 데이터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저자들은 우리가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정보 속에 수많은 인과관계가 숨어 있음을 증명하며, 일상에서의 건강 데이터 활용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의료비용의 증가가 의료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심도 있게 다룹니다. 의료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환자의 건강 결과가 반드시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들은 주장합니다. 불필요한 검진과 진료는 그저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높일 뿐입니다.
의료비용의 경제학 부분에서는 우리 사회가 더 많은 비용이 건강을 더 좋게 만든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합니다.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의료진이 데이터에 근거해 더 현명하게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의료체계의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삶의 끝자락에 이르는 의료 결정이 경제적 관점으로 재조명됩니다. 연명의료를 둘러싼 딜레마, 삶의 질을 고려한 치료 선택 등 경제적 관점과 가치가 결합될 때 비로소 환자와 가족이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경제학적 관점으로 기존 연구 방법의 한계를 넘어서 의료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다각적인 접근 방식과 해석이 재미있습니다.
데이터와 경제학적 모델링을 통해 치료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재해석하며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 의료 환경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대해 알게 된 시간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