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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봉그깅 할래? ㅣ 삶과 사람이 아름다운 이야기
박소영 지음, 배민호 그림, 변수빈 감수 / 베틀북 / 2024년 10월
평점 :
환경 문제와 작은 실천의 힘을 전달하는 어린이 동화책 <우리 봉그깅 할래?>. 주인공 지안이의 시선으로 제주 바다를 덮친 쓰레기의 현실과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 걸음 내딛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환경을 지키는 첫 발걸음을 함께하는 이 동화책은 지구의 소중함을 깊이 인식하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무엇보다 이야기 속 '봉그깅' 활동은 단순한 쓰레기 줍기 이상의 의미를 띠고 있습니다.
태권도 유망주였지만 교통사고 후 운동을 그만두며 큰 상처를 안게 된 지안이. 제주 한 달 살이를 하며 상처를 극복해 보려는 지안이는 푸르고 맑은 제주 바다를 꿈꿨지만, 현실은 온갖 쓰레기로 뒤덮인 충격적인 광경이었습니다.
봉그깅이란 단어가 낯설지요? 해변 쓰레기 줍기 운동을 뜻합니다. 제주어로 줍다를 뜻하는 '봉그다'와 스웨덴어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것)에서 왔습니다.
주인공 지안이가 참여하게 되는 봉그깅 활동은 제주 해양 쓰레기 수거 단체인 디프다 제주의 실제 활동을 바탕으로 그려졌습니다. 이 청년 단체는 2018년 9월부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해양 환경 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 봉그깅 할래?>는 디프다 제주의 활동을 친근하고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로 전달합니다. 지안이가 직접 제주 바다의 쓰레기 문제를 마주하고, 봉그깅 활동에 참여하는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환경보호의 실천적 행동으로 다가갑니다.
디프다 제주의 변수빈 대표도 동화 속에 등장합니다. 수빈 이모는 환경운동가를 넘어, 어린이들이 따라가고 싶은 어른의 상을 보여줍니다. 일상 속 영웅처럼 말이죠.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도 지안이처럼 환경을 지키는 작은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봉그깅 활동은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행위가 아니라, 치유와 재생을 위한 과정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바다의 상처와 지안이 내면의 상처를 연결하며, 환경 문제를 자신의 문제처럼 느끼게 돕는 연결고리가 인상 깊었습니다. 지안이의 고통과 바다의 상처가 교차되는 모습은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이야기 중반부에서는 태풍으로 인해 지안이와 친구들이 치운 해변이 다시 쓰레기로 덮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기운 빠지는 일입니다. 태풍은 때론 우리의 작은 실천을 헛되이 만들어버릴 수 있지만, 지안이는 한 번 더 봉그깅에 나서며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웁니다.
이 과정은 환경 보호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 줍니다.
쓰레기가 가득한 바다를 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자연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환경 보호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매일 조금씩 해나가는 봉그깅이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환경 동화책 <우리 봉그깅 할래?>. 환경을 사랑하는 일은 곧 자신을 치유하는 일입니다. 지안이의 여정을 통해 환경과 자신을 동시에 돌보는 소중함을 배울 수 있습니다.
바다와 자아의 상처를 치유하는 여정을 스토리로 멋지게 풀어낸 박소영 작가의 글과 업사이클링 작품을 만들기도 했던 배민호 그림 작가의 독특한 일러스트의 조합이 매력적인 동화책입니다. 우리가 함께해야 바다는 푸르게 다시 숨 쉴 수 있다는 환경 보호 이야기를 통해 자연 회복의 필요성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