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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싫은 날엔 카프카를 읽는다 - 예술가들의 흑역사에서 발견한 자기긍정 인생론
김남금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10월
평점 :
예술가들의 흑역사를 통해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준다는 메시지를 담은 <출근하기 싫은 날엔 카프카를 읽는다>. 일관성 없는 딴짓이 살아가는 힘이라고 믿고, 그렇게 살고 있는 김남금 저자가 살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날 때마다 실천한 노하우의 결집체가 바로 이 책입니다.
프란츠 카프카를 비롯한 여러 유명 인물들의 내적 소용돌이를 따라갑니다. 그들이 어떻게 희망 없고 참을 수 없는 모든 상황을 일컫는 '카프카스러운' 날들을 이겨냈는지, 그리고 그들의 흑역사 속에서 우리 또한 어떤 방식으로 자기 긍정을 배울 수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천재적인 작가 카프카의 본캐는 산재보험공사의 직원이었습니다. 낮에는 마지못해 출근하며 힘겹게 밥벌이를 하고, 밤에는 부캐로서 작가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투잡 인생을 살았습니다. 저자는 그가 겪은 직장인의 고뇌를 조명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아를 잃지 않으려는 그의 투쟁을 강조합니다.
카프카의 이야기는 매일 출근하며 '나는 누구인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되새기는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줍니다. 꿈꾸는 일이 있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현실적인 돈벌이를 마지못해 해야 하는 투잡러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건축을 독학으로 공부하며 수없이 거절당하는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빛의 교회'는 건축계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그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하는 일마다 망해서 자신감이 바닥인 날들을 보냈던 안도 다다오의 이야기는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끈기와 지속적인 자기 개선의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덕질을 통해 삶을 버티고 있다면, 루트비히 2세의 이야기가 공감될 겁니다. 군주였지만 왕이 적성에 안 맞았던 그에게 탈출구는 예술과 건축에 대한 열정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최후는 재정 파산으로 왕좌에서 쫓겨나는 결말이었던 반면, 덕질의 유산인 건축물들은 오늘날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고립된 삶 속에서 자신만의 이상적인 세상을 건축을 통해 구현하려 했던 그에게 덕질은 단순한 취미가 아닌, 현실을 극복하는 힘이었습니다.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몰두하는 것이 때로는 내면의 고통을 해소하고 삶의 목적을 찾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도박 중독으로 많은 재산을 탕진했다고 합니다. 도박 중독은 극심한 자책과 반복되는 중독의 사이클 속에서 집중력을 잃어버리게 만들었지만, 그는 결국 이를 극복하고 대작들을 남겼습니다. 도파민 중독으로 집중력을 잃고 끊임없이 산만해지는 요즘 삶에서, 도스토옙스키처럼 자신을 바로잡고 싶은 이들에게는 이 이야기가 의미 있는 울림으로 다가올 겁니다.
쇼펜하우어는 가족 문제로 늘 괴로워했습니다. 가족에게 인생을 저당 잡힌 것 같은 느낌이었을 거라고 합니다. 어머니와 막말을 주고받을 정도로 갈등이 깊었지만, 가족에 대한 불신과 소외감을 개인의 독립성과 자아를 지켜야 한다는 쪽으로 발전시켰습니다. 내적 갈등을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은 셈입니다.
소설가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헝가리 혁명을 피해 스위스로 망명했습니다. 아물지 않는 고통과 상처를 글쓰기와 일기를 통해 치유하려 했고, 쓰는 행위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정신적 해방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작품 『비밀 노트』 시리즈는 개인적 상처와 전쟁의 잔혹함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수작입니다.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게 갈팡질팡할 때는 생계형 마감 노동자 발자크의 삶을, 이번 생이 마음에 안 들 때면 내면 여행을 한 페르난두 페소아의 삶을, 현실의 자아와 이상적 자아가 달라서 괴로워했던 드로잉 천재 에곤 실레의 삶까지 '카프카스러운' 삶에 맞닥뜨리며 불가피한 무력감을 느꼈던 이들이 어떻게 삶의 동력을 찾았는지 펼쳐집니다.
실패라는 흑역사 역시 나를 완성하는 과정이라는 걸 일깨우는 <출근하기 싫은 날엔 카프카를 읽는다>. 우리가 잘 아는 성공한 사람들 역시 출근에 질식하며 일상을 버텨냈고, 때로는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 자신감을 잃을 만큼 무기력한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이들의 숨겨진 삶을 통해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위로와 함께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자기 긍정의 기술을 하나씩 배워나가게 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