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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
홀리 그라마치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9월
평점 :
200번 이상의 남편, 200번 이상의 새로운 삶. 끝없이 바뀌는 남편, 끝없는 선택. “최근 몇 년간 출간된 데뷔작 중 가장 기발한 소설 《타임스》”이라는 찬사처럼 정말 독특한 소재로 펼쳐지는 소설입니다.
결혼은 선택인가, 숙명인가? <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가 던지는 결혼의 딜레마를 만나보세요.
어느 날 다락방에서 남편이라고 하는 낯선 남자가 내려옵니다. 로렌은 결혼한 기억이 없습니다. 애초에 결혼이라는 걸 해본 적 없는 싱글이었습니다. 하지만 휴대폰에는 나도 모르는 결혼 사진이 빼곡합니다. 집 인테리어도 바뀌어 있습니다. 손에 들고 있던 머그잔의 무늬도 순식간에 바뀌어 있습니다.
그 남편이 다시 다락방으로 올라가면 사라지고, 새로운 남편이 내려옵니다. 남편이 바뀌면 집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가족과 친구들의 기억까지 모두 새롭게 바뀝니다.
홀리 그라마치오 작가의 유머와 기발한 상상력이 매력적인 <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 끝없이 바뀌는 남편들이라는 독특한 설정만으로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제목을 보자마자 빵 터지며 즐거운 상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로운 남편이 내려올 때마다 새로운 결혼 생활을 하니 게임의 리셋 버튼을 연상시킵니다. 국적, 인종, 성격, 직업이 다른 남편들과의 만남은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물론 때로는 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남편도 있습니다. 성격파탄자 느낌이 들면 일부러 얼른 다락방으로 다시 올려보내기도 합니다. 다채로운 캐릭터 덕분에 다음엔 어떤 사람일까? 하는 기대감이 이 소설의 매력입니다.
"만약 남편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이 결혼할 수 있는 남자들이 정해져 있고 그 범주 안에서 남편들이 선택돼 나타나는 거라면, 그래서 언젠가 남편이 바닥나는 거라면? 남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부터 낮은 사람 순으로 나타나는 거라면? 아니 그 반대라면?" - p182
매번 다른 사람과 인생을 함께해야 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자연스럽게 결혼과 인간관계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집니다. 게임 디자이너인 작가의 이력답게 넘사벽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로렌은 200명 이상의 남편들과 인생을 함께합니다. 어떤 남편은 외모가 마음에 안 들어 돌려보내고, 또 어떤 남편은 잠시나마 그녀의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로렌의 남편일 뿐만 아니라 그녀의 선택을 대변하는 존재들입니다.
로렌의 인생은 남편이 바뀔 때마다 재구성됩니다. 한 번의 선택이 얼마나 인생을 바꿀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게임에서처럼 모든 것이 초기화되는 세상을 살아가는 로렌의 모습을 보며 무한한 선택이 주어진다면,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을까라는 철학적 질문을 고민하게 됩니다.
현실에서는 게임에서와 달리 리셋 버튼이 없습니다. 하지만 인생에 리셋 버튼이 있다면 과연 지금의 삶을 계속 살고 싶을까라는 고민은 내 선택의 무게, 지금 나의 인생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끊임없는 남편 교체는 사랑이 무엇인지, 결혼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냅니다. 결국 로렌이 선택한 남편이 그녀의 진정한 사랑일까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인생은 여러 갈래의 선택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선택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 사랑과 결혼은 어떤 선택을 통해 유지될 수 있을까요?
남편이 200번 바뀌어도 결혼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여전히 미궁 속에 있는 것만 같은 로렌의 최종 선택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인생의 선택에 대한 통찰을 얻고 싶다면 이 소설에서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