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 공생하고 공격하며 공진화해 온 인류와 미생물의 미래 묻고 답하다 6
고관수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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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존재하기 전부터 생존해온 미생물.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이지만, 인류의 건강과 생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미생물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이 어마어마 했다는 걸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를 읽으며 깨닫게 됩니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 고관수 저자는 이 책에서 미생물의 역할을 인류사를 통해 조명합니다. 미생물과 인류의 공진화를 탐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습니다.


웬 술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효모라고 하는 미생물의 역할을 강조하며, 인류 진화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합니다. 인간이 왜 술에 탐닉하는지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술 취한 원숭이 가설'입니다. 술을 만들게 된 사건은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혁명적이었고, 호모사피엔스를 문명화된 종으로 만드는 데 미생물의 기여가 컸습니다.


효모는 술뿐만 아니라 빵을 만드는 데도 필수적입니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발효 음식을 잘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은 생존 경쟁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했을 테지요. 저자는 술과 효모의 진화적 관점뿐만 아니라, 인류가 술을 통해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경험했음을 보여줍니다.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세균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고대 아테네에서 발생한 아테네 역병은 민주주의의 쇠퇴와 맞물려 발생했습니다.


2,400년 만에 드러난 고대 그리스 몰락 원인이 장티푸스의 원인균인 살모넬라임을 밝혀낸 연구는 고유전체학 기술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염병이라는 단어가 736번이나 등장하는데, 그 정체가 바로 살모넬라라고 합니다.


저자는 인류 역사에서 질병이 어떻게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일으켰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리스 민주주의의 몰락은 단순히 군사적 요인만이 아니라, 질병이 인간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줍니다.





유럽 제국주의 시대에도 비슷한 일이 생깁니다. 미생물이 어떻게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를 파괴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천연두 바이러스와 매독균 같은 미생물들은 유럽에서는 이미 익숙한 존재였지만, 아메리카 원주민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미생물의 분포와 인간의 면역 체계가 지역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미생물 전파가 어떻게 역사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를 심도 있게 다룹니다.


산업혁명의 대도시 환경에서 빠르게 전파되며 대규모로 인간을 위협한 미생물도 등장합니다. 바로 결핵균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결핵이 인간의 역사를 바꾸었다기보다, 인간이 역사에서 가장 급격하고 본질적인 변화를 겪는 시기에 결핵균을 스스로 불러들였다고 설명합니다.


콜레라는 도시 위생 개혁을 촉진한 미생물입니다. 콜레라가 대규모로 퍼진 후, 최초의 역학 조사가 도시 위생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짚어줍니다. 콜레라의 반복적인 유행은 미생물의 전파 경로와 인간의 위생 관습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설명합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발생했던 스페인 독감은 젊은 층에 치명적이었습니다. 항원 변이와 같은 바이러스의 특성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하며, 이러한 연구가 인류의 미래에 어떤 교훈을 주는지 탐구합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의 총합을 뜻합니다. 저자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진전을 설명하며, 특히 인간의 건강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합니다. 자폐스펙트럼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과 장내 미생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의 의학 발전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미생물과의 공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했습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의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장내 미생물입니다.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염증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미래 전염병 예방과 관리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미생물이 어떻게 역사적 전환점에서 인류의 방향을 결정했는지, 미생물학의 발전이 현대 의학과 역사 연구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미생물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며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환경 변화가 다시 인간 사회와 미생물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역사 속 미생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얻을 교훈이 가득합니다.


미생물의 목적을 인간 역사에서 파괴적인 역할로 전환시킨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었다.- p247


역사와 과학을 결합한 독특한 서술 방식이 흥미진진한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단순히 미생물이 인류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서, 공생하고 공격하며 공진화해 온 인간와 미생물의 상호작용 방식에 있어 흥미로운 통찰을 보여줍니다.


미생물이 단순한 병원체가 아니라, 인류의 진화와 사회적 변화에 깊이 관여해 왔음을 생생하게 만나는 시간입니다. 과거의 사건들을 통해 인류가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관점을 고민해봅니다.


의생명과학 전공 지망생, 미생물을 통해 역사의 흐름을 다각도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 대중과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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