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자들
고은지 지음, 장한라 옮김 / 엘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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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둘러싼 비극적 역사와 그 역사의 상처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가족의 서사를 그려낸 소설 <해방자들>. 개인의 삶과 국가의 역사가 얽히는 복잡한 감정의 결을 탐험하도록 이끕니다.


고은지 작가의 시적인 언어와 세밀한 감정 표현이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드라마 파친코의 작가진으로 참여하며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대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 소설에서 마저 풀어냅니다.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인 가족. 인숙과 성호는 고국의 역사적 상처를 짊어진 채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만, 과거는 결코 쉬이 잊히지 않습니다.


인숙의 불행한 결혼 생활, 성호의 끊임없는 노동, 그들의 아들 헨리가 감당해야 했던 문화적 갈등은 이민자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한국이라는 조국이 등장인물들에게 물리적 경계뿐 아니라 감정적 경계로도 작용합니다. 이민자 가족의 삶은 마치 조국의 잔혹한 역사를 도피하기 위한 시도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역사는 그들을 끊임없이 쫓아다닙니다.





인숙과 성호의 이야기는 단순한 부부 이야기가 아닙니다. 소설 <해방자들>의 매력은 세대에 걸쳐 얽힌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도에 있습니다.


상처를 가진 이들이 서로의 삶에 깊숙이 얽혀 가는 모습이 생각보다 파괴적이고 절대적입니다. <해방자들>은 이민자의 삶과 한국의 역사적 상처가 어떻게 그들을 연결하고 갈라놓는지를 보여줍니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은 대개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중심으로 이민자들의 이방인 의식을 묘사하지만, <해방자들>에서는 재외동포의 한이 사회적으로도 깊게 향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진정으로 괴롭히는 건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이나 소수자 의식보다는 한국 역사 속에서 생겨난 상처, 나라와 세대를 초월한 트라우마였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와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치유와 해방을 찾아가려 노력합니다. 고은지 작가는 사랑과 화해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역사는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민자들의 정체성 혼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상처받은 가족은 어떻게 화해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던지며 해방과 속박, 그 경계에서 펼쳐지는 한 가족의 감동적인 서사 <해방자들>. 한반도의 비극과 미국 이민자의 삶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역사와 개인의 고통이 얽힌 디아스포라 문학 <해방자들>. 한국전쟁, 분단, 군부독재 등과 관련된 한국의 역사적 사건들은 개인과 가족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민자의 삶 속에서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갈등이 얽히며 새로운 삶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묘사됩니다.


고은지 작가가 펼쳐낸 가족의 서사시이자,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인간의 고군분투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읽는 내내 내 가족과 한국사의 얽힌 고리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치유와 화합의 길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지만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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