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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이슨 벨을 죽였나 -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3 ㅣ 여고생 핍 시리즈
홀리 잭슨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4년 8월
평점 :

1권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2권 <굿 걸, 배드 블러드>에 이어 서사적 대미를 장식하는 완결편 <누가 제이슨 벨을 죽였나>.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핍의 살인 사건 안내서' 원작은 1권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MZ 세대 취향 저격 미스터리 소설은 이런 책이어야 하겠구나 싶을 만큼 독특한 편집이 눈길을 사로잡은 소설입니다.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시리즈의 세 번째이자 완결편 <누가 제이슨 벨을 죽였나>는 트루 크라임 장르의 매력을 발휘하며 독자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전개로 마무리됩니다.
그동안 주인공 핍은 고등학생 신분이었지만 이번 편에서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사건의 그림자가 여전히 그녀를 괴롭히고 있고, 이번엔 자신의 삶을 위협하는 스토커까지!
소설 초반 핍의 심리적 압박을 묘사하는 부분은 특유의 심리적 불쾌감과 불안감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게다가 익명의 위협 이메일, 집 앞에 그려진 분필 그림, 죽은 비둘기까지 자잘한 단서들이 하나의 거대한 퍼즐로 이어집니다.
홀리 잭슨 작가는 독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세밀한 단서들을 교묘하게 배치해, 이야기가 한순간도 느슨해지지 않게 합니다.
그동안 핍의 성장과 변화, 수많은 위기들을 지켜봐 왔습니다. 핍은 두려움 없는 탐정이었지만, '싸우는 것도 이제 지쳤다'라고 할 만큼 피곤하고 불안정한 상태에 이릅니다.
필사적으로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한 계획을 세워봅니다. 흑과 백이 분명한 사건에 몰두한다면 이 트라우마에 맞서 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호한 회색 영역이 없고, 죄책감도 없는 그런 사건 말입니다.

때마침 딱 안성맞춤인 사건이 생깁니다. 핍을 스토킹하는 자가 있으니 말입니다. “네가 사라지면 누가 널 찾지?”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는 스토커. 스스로에게 닥친 위기 앞에서 핍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과거의 사건들과 얽힌 더욱 복잡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누가 제이슨 벨을 죽였을까?>.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경찰은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핍은 자신의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나섭니다.
스토커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잠재적 적의 목록을 작성해보는 핍. 핍을 미워할 이유가 많은 사람들의 리스트입니다. 꽤 됩니다. 이 목록을 독자에게 제공하는 작가의 센스에 박수를 보냅니다. 시리즈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가물거렸는데 이 리스트 덕분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됩니다.
흥미로운 요소를 많이 담았습니다. 핍이 사건을 추적하는 기록물을 독자도 함께 볼 수 있다는 게 재밌습니다. 팟캐스트 인터뷰, 증거물 사진, 문서 등 다양한 형태의 기록물이 몰입도를 높입니다.

스토커의 정체를 쫓던 핍은 이 모든 일의 시작인 DT 살인범이라는 또다른 연쇄살인범과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생각보다 판이 커졌습니다. DT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핍의 행보는 결국 핍이 납치되면서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긴장감을 끌어냅니다.
<누가 제이슨 벨을 죽였나?>에서는 도덕적 회색 지대에 놓인 핍이 어떻게 그만의 방식대로 정의를 구현해 나가는지, 핍이 마주하게 될 생사의 기로와 선택해야 할 도덕적 딜레마를 생생하게 펼쳐보입니다. 고등학생 시절의 핍은 잊어도 좋습니다. 새롭게 각성한 핍의 모습에 깜짝 놀랄 겁니다.
이 시리즈가 청소년 독자들에게도 핫한 반응을 끌어낸 건 사건을 해결하는 핍의 고민에 동조하게 되어서일 겁니다. 청소년기의 정체성, 선택의 딜레마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에서 공감과 연민이라는 감정이 샘솟습니다.
전작에서도 청소년이 주인공이라 해서 추리의 수준이 결코 유치하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날카로운 관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철학적 질문의 깊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핍의 여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도덕적 딜레마, 핍을 위협하는 범인의 진짜 정체까지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감을 선사하는 소설입니다.
트루 크라임 장르 마니아,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와 복잡한 심리적 갈등을 좋아한다면 큰 매력을 선사하는 여고생 핍의 사건파일 시리즈입니다. 홀리 잭슨의 걸작, 핍의 마지막 사건을 놓치지 마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