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의 시간 - mRNA로 세상을 바꾼 커털린 커리코의 삶과 과학
커털린 커리코 지음, 조은영 옮김 / 까치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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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커털린 커리코는 드루 와이스먼과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커리코와 와이스먼의 연구가 마침내 빛을 발했거든요. mRNA를 활용해 인체 내에서 항원을 생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그들의 연구를 기반으로 화이자-바이온텍의 mRNA 백신은 전례 없는 속도로 개발되었고,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하며 코로나19 팬데믹을 종식시킵니다.


기적을 만든 기술, mRNA 백신 연구는 짧은 순간에 이뤄진 게 아닙니다. 고집스럽게 mRNA 연구에 30년을 매달린 과학계의 다윗, 커털린 커리코의 열정 덕분입니다. 커털린 커리코의 삶을 담은 회고록 <돌파의 시간>에서 그 여정을 만나보세요.


커털린 커리코는 전후 공산주의 헝가리의 작은 마을에서 푸주한(도축업자)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 자연과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그가 과학자로서의 씨앗을 싹 틔우게 된 계기를 펼쳐 보입니다.


고등학교 생물학 시간에 "넌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선생님의 질문, 한스 셀리에의 책 『생명의 스트레스』를 읽고 받은 영감, 진실의 조각을 맞추는 형사 콜롬보 드라마는 과학자의 꿈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공산주의 체제 아래에서 여성 과학자로서의 길은 멀고 험난했습니다. 커리코는 하필 RNA의 매력에 빠집니다. RNA 연구는 쉽게 오염되어 골칫덩이였거든요.


DNA가 우리의 유전 정보를 저장한다면, RNA는 필요할 때만 나타났다 홀연히 사라지는 전령과도 같았습니다. 임무를 끝내고 나면 세포에 의해 파괴되는 mRNA에 대한 연구는 커리코에게 끝없는 매력과 가능성을 선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과학자인 독자들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mRNA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간결하고 쉽게 설명합니다.






커리코의 mRNA 연구는 쉽게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동료들의 무시와 연구 지원 중단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포기하는 대신 남편과 딸과 함께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어려움은 계속됩니다. 평소 실험 전 수많은 논문을 읽고 계획하고 공부하는 그의 연구 방식을 무시하는 미국식 연구실에서 연이은 좌절을 맛봅니다. 게다가 미국 역시 mRNA 프로젝트는 지원 우선순위가 아니었기에 끊임없이 해고, 추방의 위기에 처합니다.


하지만 그런 나날들을 그는 결국 돌파의 순간으로 마침표를 찍습니다. <돌파의 시간>에서는 문턱을 넘고 경계를 돌파해 새로운 발견으로 나아가는 순간들을 보여줍니다.


운명은 복사기 앞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커털린 커리코와 평생 함께 언급될 인물을 만납니다. 새로운 백신을 찾고 싶어 하던 면역학자 드루 와이스먼입니다. 우연한 만남은 커리코의 연구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었습니다. 백신용 mRNA의 가능성을 본 두 사람은 함께 연구를 시작합니다.


숱한 실패가 이어졌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RNA를 찾아냈습니다. 30년간의 연구가 결실을 맺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주목과 갈채는 없었습니다. 어김없이 집단적인 무관심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계속해서 일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팬데믹 속에서 커리코의 연구는 빛을 발했습니다. 바이온텍과 화이자가 손잡고 전례 없는 속도로 백신을 개발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이 과정을 지휘하며 팬데믹을 종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수많은 스포트라이트 속에서도 그녀는 차분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백신이 효과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초콜릿 한 상자를 뜯어먹으며 조용히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돌파의 시간>은 가능성을 믿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줍니다. 특히 과학과 연구에 열정에 가진 학생이라면 커리코의 공부법을 눈여겨보세요. 기초 연구자인 커리코는 관련 분야의 과학 논문을 대략 9,000편쯤 읽었다고 합니다. 초록이나 결론만 대강 훑는 게 아니라 배경, 실험 방법, 그림과 표, 참고 문헌까지 전체를 다 읽는다고 합니다. 매일, 매주, 매년, 그렇게 수십 년간 읽었다고 합니다.


커털린 커리코는 열정적인 과학자일 뿐만 아니라, 헌신적인 어머니이기도 했습니다. 연구와 육아를 병행하며 딸 수전에게 강한 열정과 끈기의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수전 프런치어의 엄마로서의 삶도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커리코는 자신의 성공을 개인의 성취가 아닌,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로 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연구를 이어가길 희망하며 mRNA를 이용한 치료제와 백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길 기대합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돌파의 시간>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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