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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종소리 - 김하나의 자유롭고 쾌락적인 고전 읽기
김하나 지음 / 민음사 / 2024년 6월
평점 :
김하나 작가가 유쾌하고 신선한 시선으로 다시 읽는 고전 <금빛 종소리>.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책입니다.
수많은 장르 중 왜 고전일까요? 저자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감정을 풍부하게 하며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멋진 여행이 될 고전 읽기의 매력을 전합니다.
김하나 작가가 고전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다릅니다. 고상함, 숭고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지금도 읽히는 오래된 책 정도로 고전을 대합니다. 우아한 교양인 대신 ‘심심한데 고전이나 읽어볼까’ 같은 마음가짐입니다.
책 제목 <금빛 종소리>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고전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종소리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습니다. 프루스트의 작품에서 금빛 종소리는 잃어버린 시간과 기억의 환기, 그리고 그로 인해 되살아나는 감정과 연관이 깊습니다.
저자는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꽤 공들여 이야기합니다. 단순히 고전을 해설하는 것을 넘어, 고전이 현대인의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그 읽기 방법을 새롭게 제안합니다.
학창 시절 문학 선생님의 말씀은 김하나 작가가 고전을 대하는 태도에 큰 영향을 끼쳤거든요. 문학 선생님은 두꺼운 고전은 졸릴 때 베개의 역할을 하니 읽다가 졸다가 하면서 느긋하게 읽어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고전 읽기가 어려운 이유는 내용이 복잡하거나 문체가 어렵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현대인의 바쁜 삶 속에서 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입니다. 더 실용적인 책을 읽을 것도 많은데 굳이 고전을 읽어야 하나 싶을 겁니다.
김하나 작가는 100페이지만 읽어보라고 제안합니다. 이 말은 마치 긴 여행을 시작할 때 첫걸음을 내딛는 것과 같습니다. 처음 100페이지를 읽으면 등장인물과 안면이 생기고,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에 익숙해집니다.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책의 리듬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고전 읽기의 문턱을 낮추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고전의 매력을 느끼게 도와줍니다.
디지털 기기가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지금, 우리는 종종 느림의 미학을 잊고 삽니다. 그러니 잠시 멈추고 고전의 세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금빛 종소리>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다섯 작품을 해석하며 그 속에서 찾은 보석 같은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는 100페이지만 읽으라는 저자의 법칙도 필요 없을 만큼 짧은 단편소설입니다. 하지만 쉬운 책은 아닙니다. 읽어보지 않은 작품일 경우 인터넷서점 미리보기로 초반 분위기를 맛보세요. 짧은 미리보기 분량만 읽고 나면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력이 훨씬 높아집니다.
『아우라』 작품은 인간의 무의식과 환상,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독서 경험을 선사합니다. 욕망과 두려움, 정체성에 대한 고찰로 이어지게 하는 저자의 스토리텔링이 일품입니다. 신비로운 분위기와 감각에 주목하는 글 읽기의 즐거움을 안깁니다.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사건의 전개를 따라가는 게 다가 아니라 세부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짚어줍니다. 마음속에 구체적 심상으로 그려 나가며 읽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는 사랑과 희생, 사회적 압박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속한 사회의 규범과 그로 인한 억압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뉴랜드와 엘렌의 이야기는 마치 거미줄에 갇힌 듯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춥니다. 마틴 스코세이지의 영화로도 나와 있으니 함께 살펴보면 더 흥미로울 겁니다.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은 하나의 길고 아름다운 명상입니다. 인생의 깊은 의미와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주는 리듬과 강물 같은 문장들 속에서 인간 존재의 신비를 발견해 내는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듭니다. 고대 로마의 황제였던 하드리아누스의 삶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 권력과 사랑, 예술과 철학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시합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도덕극을 넘어 파멸의 서사로 다가옵니다. 저자는 맥베스의 허무함, 우리가 가진 욕망과 그로 인한 파멸의 과정을 돌아보게 합니다. 고전은 번역자에 따라 감상의 맛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즐겁게 따라가기 위해서는 어떤 번역을 선택하면 좋은지 깨알 팁도 알려줍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ㆍ시골의사』 작품에서는 『변신』 첫 문장에 대한 저자의 감상이 신선했습니다. 문학 역사상 가장 뻔뻔한 첫 문장이라고 말이죠. 오로지 문학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경험을 선사받을 수 있다는 이 작품을 저자는 어떻게 바라보는지 확인해 보세요.
작품 해설마다 다양한 고전문학을 함께 소개하며 끌어가는 스토리텔링이 마음에 듭니다. <금빛 종소리>는 고전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유쾌하고 가볍게 그 깊이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최고의 안내서가 됩니다.
김하나 작가와 함께 금빛 종소리를 들으러 가볼까요? 친근하고 이해하기 쉬운 해설은 고전에 대한 선입견과 두려움을 떨치게 도와줍니다. 고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고전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