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이 사랑한 식물 - 정원에서 발견한 진화론의 비밀
제임스 코스타.바비 앙겔 지음, 이경 옮김, 최재천 감수 / 다산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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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집사, 식물학에 관심 있는 학생, 보태니컬 아트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소장용으로 갖춰야 할 책 <다윈이 사랑한 식물>.


진화론을 펼친 찰스 다윈은 동물학자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그는 식물학 분야 논문 75편에 6권의 책을 펴낼 정도로 식물학에 어마어마한 기여를 한 식물학자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508페이지의 두툼한 벽돌책이지만 책이 예술 수준이라 분량 압박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눈 호강을 하게 됩니다. 다윈의 원본 목판화는 물론이고, 미국 오크 스프링 가든 재단에서 소장하고 있는 희귀하고 아름다운 보태니컬 아트가 100여 종 수록되어 있습니다.


딱딱한 논문이라고 생각되어 내용이 어렵겠거니 생각했었는데 편견이었습니다. 국내 최고 다윈 전문가 최재천 교수의 감수와 해설,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제임스 코스타의 통찰력이 선별해 낸 핵심 글귀로 식물 지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식물학자 다윈을 재조명한 <다윈이 사랑한 식물>. 덩굴식물 125종, 난초 70여 종, 식충식물 20종 등을 심층적으로 연구한 다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이 가득해 식물집사들의 지식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도 훌륭한 교양 책이 되어줍니다.


찰스 다윈은 런던 근교 자신의 집 '다운하우스'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40년간 식물 연구에 헌신했습니다. 식물 번식, 식물의 움직임 등을 연구하며 식물에 푹 빠졌습니다. <종의 기원>의 명성이 너무 대단해 식물 책이 주목받지 못했을 뿐입니다.


다윈의 난초 관찰 여정은 자연선택이 식물의 진화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연필 끝으로 수분 매개 곤충의 방문을 흉내 내는 실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난초의 생태적 적응을 통해 식물과 곤충 간의 공진화 과정을 설명합니다.


특히 다윈 난초라 불리는 안그라이쿰 세스퀴페달리 연구가 흥미진진합니다. 이 난초는 약 30cm에 이르는 긴 꿀샘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윈은 이 긴 꿀샘을 보고 특별한 가설을 세웁니다. 이렇게 긴 꿀샘에서 꿀을 먹으려면 매우 긴 주둥이를 가진 나방이 필요할 거라고 말이죠.


당시에는 이런 나방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곤충학자들로부터 비웃음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이후 이 가설은 결국 증명되었습니다. 유독 긴 주둥이를 가진 크산토판 박각시나방이 발견되었거든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식충식물이 등장할 때면 저도 눈을 반짝이게 됩니다. 동물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식물에 깊은 인상을 받은 다윈. 파리지옥, 끈끈이주걱, 벌레잡이제비꽃을 통해 식충식물에 대해 알아봅니다.


곤충이 민감한 감각모에 닿았을 때 잎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세밀한 묘사로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파리지옥을 관찰하며 처음에는 쓸모없는 구조라 판단했던 가장자리 스파이크의 용도를 발견하면서 새삼 놀라워하는 감정도 엿볼 수 있습니다.


다윈이 실험하던 시대에도 곤충이 끈적한 점액 때문에 잎에 잡힌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곤충이 소화되는지까지는 아무도 몰랐다고 합니다. 다윈은 잡힌 곤충들이 먹이가 된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그는 끈끈이주걱을 "훌륭한 식물, 더 정확하게는 가장 영리한 동물."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다윈의 식충식물 프로젝트에 뒤늦게 추가된 벌레잡이제비꽃. 겉모습만으로는 일반 식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다윈은 이 식물이 동물성 물질을 소화하고 흡수한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곤충뿐 아니라 풀과 곡식도 먹는다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다윈의 연구는 식물의 타가수정과 자가수정, 암술의 길이가 다양한 다화주성 식물, 덩굴식물이 지지대를 감고 오르는 속성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룹니다. 단순히 식물의 외형만을 관찰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존 전략과 진화 과정을 깊이 탐구했습니다.





창의적 사고와 예리한 관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 다윈. 다윈의 연구는 식물의 진화가 단순히 환경에 대한 적응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과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온실 여섯 동을 갖춘 집에서 생애 마지막까지 식물의 비밀을 파헤친 다윈. 이 책은 단순히 다윈의 연구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다윈이 의문을 가졌던 지점, 놀라워했던 지점을 포착해 독자들과 그 즐거움을 공유합니다.


다윈의 생애와 연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던 식물들이 얼마나 놀라운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끈질긴 집념과 섬세한 관찰력으로 독창적인 연구와 발견을 통해 자연의 경이로움을 빛낸 다윈. 학술서적을 넘어 예술적 감각과 과학적 탐구심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다윈이 사랑한 식물>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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