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 어 원더풀 월드
정진영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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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국토종주 자전거 길에서 마주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담은 유쾌한 소설 <왓 어 원더풀 월드>.


평소 추노마렵던 직장인들의 마음에 한 줌 불씨가 될지도 모르니 위험한 소설입니다. 자전거 쇼핑을 하고 있을지도요. 그만큼 직장판 추노 상황을 그려낸 이 소설, 두근두근 재미있습니다.


아름다운 감성 제목과 달리 스토리는 어이없는 상황에서 비롯됩니다. 호기롭게 사장의 로또 복권 나눔으로 마무리한 문희주 과장의 퇴사 회식. 성의 없이 대충 숫자를 채운 여덟 장의 복권 중 하나가 무려 1등 당첨! 그런데 그 1등이 퇴사 직원이라니!


장편소설 <왓 어 원더풀 월드>는 당첨 복권의 주인공인 퇴사 직원을 찾기 위한 직원들의 추격전 과정에서 생기는 이야기를 다룬 로드 무비와도 같습니다.


사장 심보가 참 밉상입니다. 이미 남에게 준 복권이었지만, 1등 당첨되면 차 한 대 뽑아주겠다 내뱉은 퇴사 직원의 말 한마디에 기필코 그를 만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 연락이 안 됩니다. 그의 SNS에는 #자전거길국토종주시작 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사진이 올라옵니다.


일주일 내 그를 데려오는 직원에게 짠돌이 사장이 연봉 천만 원 인상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거니, 직원들은 찾으러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재밌게도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자전거길은 실제 자전거 여행자들이 도전하는 국토종주 자전거길 코스입니다.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과 맞닿아 더욱 큰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정진영 작가는 실제 자전거 여행 도중 느낀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작가가 자전거길에서 마주한 특별한 경험을 소설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문희주 과장과 아슬아슬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깝지 않아요?”라는 말로 인증수첩에 도장 찍으며 조금씩 더 이동하는 직원들. 문 과장은 왜 연락을 끊고 국토종주 자전거 여행을 하는 걸까요?





국토종주 자전거 여행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큰 도전입니다. 633km의 거리를 완주한다는 목표는 성취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런 성취 경험은 다른 삶의 영역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됩니다.


길고 반복적인 페달링이라는 일정한 리듬 속에서 자연을 느끼며 생각에 잠기기 좋은 국토종주 자전거 여행. 심리적 성장과 자아성찰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등장인물들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자전거 추노전을 펼치던 직원들은 저마다 깨달음을 얻고 한 명 한 명 추노전에서 이탈합니다. <왓 어 원더풀 월드>는 단순한 추격전이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퇴사 직원을 쫓느라 하게 된 자전거 여행이지만, 그 과정에서 저마다 잊었던 꿈과 삶의 의미를 되찾게 됩니다. 그 여정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골 때리게 재미있습니다.


재미 포인트가 많습니다. 식도락 여행인가 싶을 만큼 국토종주 자전거길 주변의 맛집 소개가 리얼합니다. 옥천 냉면 노포, 비내섬 휴게소 식당, 수안보 올갱이 해장국, 점촌역 근처 중국집 노포 등 맛 묘사까지 일품입니다. 정진영 작가의 생생한 답사 덕분입니다. 저도 등장인물들과 함께 먹고 자며 자전거 여행을 하는 기분입니다.


"부추와 올갱이살을 숟가락으로 휘저어 섞은 국물을 한 모금 떠먹어봤다. 칼칼한 시래기된장국에 더해진 올갱이 특유의 쌉싸래한 맛이 입맛을 돋웠다. 여기에 표고버섯, 된장에 절인 고추, 무나물, 고구마 줄기 등 밑반찬들도 맛이 준수했다." - p125


로또 복권을 둘러싼 추격전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왓 어 원더풀 월드>. 자전거길을 함께 달리며 탈출과 자유, 자기 발견과 성찰 등 등장인물 저마다의 내면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여정이 독자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안겨줍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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