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냥씨는 지금을 돌본다
가시눈 지음 / 투영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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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같은 눈으로 예술이란 바늘을 들어 감성의 심장을 찌르는 가시눈 작가의 그림에세이 <그 냥씨는 지금을 돌본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60대 여성 돌봄 노동자의 인생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갱년기와 시니어 노동자의 삶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려낸 에세이이자 그래픽노블 <그 냥씨는 지금을 돌본다>. 만화로 표현했지만 문장 한 줄 한 줄이 명언입니다.


등장인물들을 동물에 빗대어 그려냈는데 엄마는 언제나 자기 스케줄이 있는 고양이를 닮아 고양이로 표현합니다. 곰 같은 아들, 툭하면 뿔 세우는 게 특기여서 사슴을 닮은 딸. 특히 지나간 일에 연연하는 딸과 어제를 후회하고 내일을 걱정하기보다 그냥 오늘을 살면 된다는 마인드를 가진 엄마와의 관계가 흥미진진합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그 냥씨는 지금을 돌보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그 냥과 그냥을 띄어쓰기하든 붙여쓰기하든 그 의미는 다 통합니다.


평생을 쓸모를 증명하며 살았던 엄마. 월세 보증금, 국민연금, 실비보험, 암보험, 치매보험, 치과보험, 요양보험, 상조보험... 보험이 재산의 전부인 하루벌이 인생으로 홀로 두 아이를 키워낸 엄마입니다.


갱년기를 거치고 60대에 이르러 수술을 앞두고 퇴사와 입원을 하면서 엄마의 속마음을 그려낸 장면들이 작가가 엄마의 마음속에 쏙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생생합니다.


퇴원 후 푹 쉬어도 되건만 엄마는 요양보호사 공부를 시작합니다. 재취업을 알아보는 겁니다. 더 이상 무거운 것을 든다든지 하루 종일 서 있는 건 무리여서 이렇게나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기뻐하는 엄마입니다.


교통비를 아끼느라 왕복 40분씩 걷고, 하루 8시간 수업을 듣는 엄마는 단체생활에서의 노하우도 짱짱하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고 쓸데없는 친목 안 하고 나대로 산다는 마인드의 소유자인 겁니다.


본받을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그 냥씨입니다. 고양이의 그루밍처럼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는 혼자만의 시간만큼은 철저히 지킵니다. 정신적 재산이니까요. 타인은 물론이고 가족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삶의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요양보호사 시험에 합격해 근처 재가복지센터에 취직한 그 냥씨의 본격적인 돌봄 노동자의 삶이 이어집니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되었을 때, 혼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그 냥씨는 지금을 돌본다>에 등장하는 어르신들과의 에피소드는 실제 현장 이야기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겠지만 시니어 노동자와 돌봄이 필요한 노년기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돌봄 노동자로 살면서 사람답게 산다는 건 아주 일상적이고 무심하다는 걸 깨닫는 그 냥씨.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는 기본적인 행위를 스스로 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일깨웁니다.


그와 동시에 “아직 내 힘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며 시니어들을 응원합니다. 갑작스러운 퇴직과 준비되지 못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보여줍니다.


요양보호사 일을 하며 노인을 돌보는 과정은 무척 힘듭니다. 힘든 일상 속에서도 삶의 소소한 이유를 찾아 긍정적인 마음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그 냥씨.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줍니다.


자립적인 생활과 자기실현을 이루고자 하는 시니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사회여야 합니다. 물론 마음과는 달리 몸은 그렇지 못하기도 하지요. 몸은 삐거덕대지만, 빠르게 고령화된 사회에서 시니어들이 또 다른 도전을 통해 의미 있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오늘의 삶을 생각해 보게 하는 <그 냥씨는 지금을 돌본다>. 


노년 돌봄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고, 시니어들의 삶을 응원하는 것이 곧 우리의 미래를 응원하는 길이라는 걸 일깨우는 교훈과 감동을 담은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읽는 내내 엄마가 생각나고 미래의 내 모습이 떠오르는듯해 울컥하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노년기에 먹기 좋은 음식들을 소개한 장면은 특히 감동이었어요. 사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거든요.


지금 당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감성 충만한 이야기 <그 냥씨는 지금을 돌본다>. 딸이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자고 했을 때 그 냥씨의 대답이 일품입니다. “남들이 한다는 거 다 할 필요 없어. 그냥 살어.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어. 그런 인생도 있는 거야. 그래도 괜찮은 거고 그 나름도 멋진 게 많아.”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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