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스트 랜드 - 쓰레기는 우리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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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화된 폐기물 산업의 실체를 파헤친 저널리스트의 잠입 현장 르포 <웨이스트 랜드>. 전 세계 폐기물 처리장에서 건진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우리 집 페트병은 분리수거를 통해 내다 버리면 끝입니다. 쓰레기차가 싣고 가는 순간 폐기물 처리 산업의 자산이 됩니다.


하지만 재활용시설로 가는 건 일부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은 재활용되지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단순 매립이 모든 쓰레기 처리량의 삼분의 일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웨이스트 랜드>는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는지 쓰레기 처리 산업의 현실을 포착합니다.


영국의 그린 리사이클링사. 한 시간에 12톤 쓰레기를 소화합니다. 쓰레기가 부족할 일은 없다고 합니다.


플라스틱이 탄생하면서 그냥 쓰고 버리도록 만들어진 일회용 물건의 세상이 되었습니다. 과거엔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빠른 교체가 필요하도록 설계됩니다. 애초에 버릴 수준의 물건들을 만들어 내는 세상입니다.


"인간은 발길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쓰레기를 남겼다." - p37


쓰레기를 뒤지는 새떼가 상공을 가득 메운 인도 가지푸르 쓰레기 매립장. 1,400만 톤에 달하는 쓰레기가 만들어낸 65m 높이의 산이 그곳에 있습니다. 매일 2,500톤의 쓰레기가 도착합니다.


거의 무엇이든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습니다. 생활 폐기물 매립장은 우리가 사용하는 청소용품과 화장품, 조제약, 배터리, 전자제품 등에서 나온 유독하고 위험한 화학 물질들의 천국입니다.


매립장이 아닌 쓰레기 투기장이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팔 수 있는 재활용품을 건져내며 생계를 잇는 소외 계층 넝마주이들이 있습니다.






재활용의 환경적인 이득은 다양합니다. 알루미늄 캔을 재활용하면 90퍼센트의 탄소를 절감합니다. 재활용은 수질오염과 대기오염도 적게 발생시키며, 땅에 묻히거나 버려지거나 태워질 쓰레기의 양도 줄여줍니다.


하지만 문제는 플라스틱이라고 합니다. 플라스틱은 단순히 쓰레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쓰레기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본질적으로 폐기물로, 화석연료 생산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플라스틱은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바로 그 특성으로 인해 골칫거리 쓰레기가 되어버립니다.


플라스틱을 소화시킬 수 있는 생물은 없다시피 하고 분해되지 않습니다. 거대 플라스틱은 나노 플라스틱으로 분리될 뿐입니다. 이 크기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의 태반까지 도달할 수 있을 만큼 작습니다.


그런데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에서조차 공장에 도착하는 폐기물의 거의 절반이 새로운 페트로 재활용되지 못한다고 합니다. 가정용 쓰레기통에서 나온 페트병들이 오염되어 있고, 재활용으로 가능한 플라스틱은 겨우 페트와 HDPE뿐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재활용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자재들은 어디로 갈까요? 저자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향하는 곳까지, 쉬쉬하고 있는 폐기물 수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헤칩니다.


"그 1부터 7까지 있는 목록은 존재해선 안 돼요. 아마 서너 개면 충분할 겁니다. 그러니 나머지는 버려야죠. 여러 겹으로 된 필름이랄지 여러 겹으로 만든 포장재는 없애야 해요. 왜 아직도 샌드위치를 종이상자와 플라스틱으로 싸서 파나요? 종이상자만 쓰든지 플라스틱만 써야죠." - p110


음식물 쓰레기는 썩으니 괜찮을까요? 생산과 처리 사이에서 모든 쓰레기는 대략 33억 톤의 온실가스를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퍼센트는 음식물 쓰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자 폐기물은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폐기물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전자 폐기물의 17.4퍼센트만이 재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전자 폐기물 재활용 산업과 폐기물 수출 간의 복잡한 진실을 드러냅니다.


우리가 모르는 산업 폐기물은 어마어마합니다. 모든 폐기물의 97퍼센트가 가정이 아닌 산업에서 배출한 것이라고 합니다. 산업 폐기물의 규모에 직면하면 개인적인 노력은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쉽습니다.


저자는 쓰레기의 현실을 낱낱이 짚어줍니다. 우리가 제아무리 가정의 재활용률에 집중하고, 요거트통을 닦고 병을 수거하는 데 모든 노력을 들인다 하더라도 폐기물은 대부분 물건이 우리 손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생겨난다고 합니다.


"새 스마트폰에 내재한 쓰레기는 단순히 포장 상자나 스마트폰 자체만이 아니다. 희금속을 추출하기 위해 더럽힌 땅과, 포장재를 만들기 위해 잘라내고 내버린 나무들과, 내부의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강물에 흘려보낸 독성 화학 물질이다. 우리가 황폐하게 만든 사람과 장소다." - p382


영국 셀라필드 유리화 저장소를 방문한 저자는 우리가 미래의 후손들에게 안겨줄 부담감을 생각합니다. 핵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지질 시대를 기준으로 생각해야 할 만큼 어마어마한 세월이 걸립니다.


쓰레기가 만들어낸 규모에 압도당한 저자는 개인의 의식 전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물건을 사거나 버리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이지요. 순환경제의 탈을 쓴 채 그린워싱 하는 기업들의 행태도 꼬집습니다.


지구의 쓰레기화 현실과 쓰레기 문제에 대응할 방법을 모색하는데 도움을 주는 <웨이스트 랜드>.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쓰레기를 적게 만들어내야 합니다. 내가 버리는, 나를 거친 후의 쓰레기와 물건을 만드느라 생겨났던 내가 알지 못한 보이지 않는 산업 폐기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저자가 실생활에서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도 소개하고 있으니 실용적인 노하우도 얻을 수 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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