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이방원
이도형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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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이방원이 국회의원 이동진의 몸에 빙의했다?! 웹소설 현판 장르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욱 반갑게 읽을 수 있는 소설 <국회의원 이방원>.


역사물, 정치물, 빙의물이 현대를 배경으로 버무려져 판타스틱하면서도 선거를 앞둔 요즘 정치판과 닮아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정치부 기자 생활을 오랫동안 한 이도형 작가의 예리한 시선도 담겨 있고요.


교수 출신 초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이동진. 처음엔 패기 넘치게 시작했지만 여당 내분으로 금세 끈 떨어진 신세가 된 상태입니다. 보좌진들도 줄줄이 그만두고, 보좌관 선호와 교수 시절 제자 다혜와 신입 수찬이만 남아 보필 중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종묘 위패에 부딪친 이동진 의원 몸에 태종 이방원의 영혼이 빙의되어버리는데. 사극 대사 같은 말투로 횡설수설하는 이동진 의원의 모습에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보좌진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수습해야 합니다.


조선의 왕이 국회의원이라니! 그런데 냉혹한 군주 태종 이방원 캐릭터가 살짝 요상합니다. 조금은 유들유들한 장난기가 보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곳에 제대로 적응해 보려고 하는 의지마저 느껴집니다.


태종 이방원은 사극 드라마로도 다룬 인물인 만큼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왕인데요. 조선을 세운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로 조선의 3대 왕입니다. 조선 개국 때 큰 공을 세웠고, 왕자의 난을 통해 권력을 굳히며 왕위에 오릅니다. 왕이 되어서도 강력한 왕권을 행사했고, 세종대왕이 될 충녕의 아버지입니다.


당시 강력한 왕권을 구축한 태종 이방원이 선거를 통해 정치인을 뽑는 민주주의 시대에서는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태종 이방원 캐릭터만큼이나 매력적인 등장인물이 있습니다. 15년 동안 여의도에 머물며 공천 받길 원했던 보좌관 선호입니다. 매번 의원들에게 버림받으면서도 버티고 있습니다.


끈 떨어진 신세가 된 이동진 의원 아래서 고민 많던 보좌관 선호는 태종 이방원의 빙의로 '그 이방원'이라는 것에 기대를 걸고 국회의원 이방원 만들기에 돌입합니다. 보좌진 다혜는 선량하고 좋은 이동진 의원의 이미지가 태종 이방원 때문에 잘못되진 않을까 반대했지만 현재로서는 더 나은 방법이 없습니다.


태종 이방원은 역시 '그 이방원'이 맞았습니다. 정몽주를 죽이고, 정도전을 죽이고, 처가 박살 내고, 사돈도 죽인 냉혹한 이방원. 정치판 심리에 빠삭하고, 배움의 속도가 빠릿빠릿합니다.


역사책 속 냉혹하고 딱딱한 이미지의 태종 이방원을 이도형 작가는 의외성을 살려 선보입니다.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태종입니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부모의 마음을 건드려 울컥하다가도 "내 아이의 모습과는 다른데."라는 말 한마디로 빵 터지게 만들어 버립니다.


정의와 불의로 직언을 해야 풀리는 정치인, 돈을 믿는 정치인 등 각양각색 정치인 군상이 <국회의원 이방원>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정치인들 권력에 가까이 있는 보좌관들 역시 다양한 이미지로 그려냅니다.


국회 내부의 내밀한 모습, 대통령실과의 관계, 선거를 준비하는 정치인들... 저마다 출혈을 줄이며 협상을 해나가는 정치 세계.  태종 이방원은 민주주의 정치에 대한 시대적 괴리감마저도 재빠르게 적응해나갑니다.


"정치라는 건 결국 다른 자의 욕망을 건드리는 일 아닌가."라고 할 만큼 권력을 쟁취하려는 인간 욕망을 꿰뚫고 있습니다. 과연 의심받지 않고 이동진의 몸으로 국회의원직을 잘 해낼 수 있을까요?


보좌진 다혜는 "국회는 사회적 하수종말처리장"이라고 했을 만큼 정치판이 치가 떨립니다. 이동진 의원은 초선의원 특유의 객기 충만함이 힘 있는 정치인으로 이끌어 주진 못했습니다. 이용 가치에 따라 사람을 쓰고 버리는 정치판의 속물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정치의 끈을 놓지 못하는 보좌관 선호까지.





이도형 작가는 태종 이방원과 보좌진들의 대화를 통해 권력을 제대로 운영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국민을 위한 정치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원칙과 현실의 괴리가 큰 정치판에 뛰어든 정치인들에게 그렇게까지 해서 뭘 이루고 싶은 건지 묻는 소설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그들을 국회로 보내는 국민들이 내놓아야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원칙과 현실의 괴리를 조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인물들이 국회에 많이 입성하면 좋겠습니다.


납득이 애매했던 사건 에피소드에 대한 떡밥은 완벽 회수까진 아니지만 적절히 마무리는 하고 있고, 무엇보다 코미디가 가미된 정치 드라마로 만들어 방영되면 꽤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 소재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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