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엑스 마키나 - 인류의 종말인가, 진화의 확장인가
베른트 클라이네궁크.슈테판 로렌츠 조르크너 지음, 박제헌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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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 번 읽어보고 싶었던 주제입니다. SF 소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인간 진화의 미래가 등장하거든요. 일반인들에겐 이름이 낯설 수 있지만 트랜스휴머니즘 사상은 실리콘밸리에서 핫합니다.


구글의 기술 책임자이자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 OpenAI 공동설립자 피터 틸 그리고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의 일론 머스크 등 많은 이들이 트랜스휴머니스트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젊은이들은 부자가 되길 원하고, 부자들은 젊어지길 원한다는 말이 돌고 있을 정도입니다.


호모 엑스 마키나 Homo ex Machina는 ‘기계가 된 인간’을 뜻합니다. 나노 기술, 유전공학 기술, 마인드 업로딩 등으로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향상된 상태를 일컫습니다.


<호모 엑스 마키나>에서는 트랜스휴머니즘 분야 전문가이자 철학계의 악동이라 불리는 슈테판 로렌츠 조르그너 철학교수와 항노화 학계 권위자 베른트 클라이네궁크 의학교수가 트랜스휴머니즘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봅니다.


기술, 자연과학 진보에 기반을 둔 철학을 트랜스휴머니즘이라고 합니다. 기술의 유토피아를 다루면서도 철학적 의문을 던지는 연구를 합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마케팅적인 트랜스휴머니즘 카탈로그가 아닙니다. 트랜스휴머니즘이 선사하는 기회와 위험을 두루 다루며 비판적 시각으로 논의합니다.





트랜스휴머니즘 의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주제는 바로 급진적 생명 연장 개념이라고 합니다. 현재 인류의 최대 기대수명은 120세이지만, 이들에게 100세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500년 이상 달성을 목표로 삼습니다.


불멸을 주장하진 않습니다. 생물학적 신체를 가진 이상 죽음은 인생의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려면 예방의학뿐 아니라 재생의학이 필요해집니다. 새롭게 복구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한 겁니다.


오브리 드 그레이가 만든 SENS 재단은 현재 장수 연구 분야에서 싱크탱크 역할을 합니다. 플랜 B는 인체 냉동 보존술입니다. 최초로 냉동 인간이 된 사람은 1967년 73세에 사망한 미국 심리학 교수 제임스 베드포드입니다.


현재 냉동 보존술로는 부활 가능성이 희박할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파스칼의 내기'처럼 어차피 죽은 상태니깐 다시 살아나지 못해도 수수료 말곤 잃을 게 없으니 신청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미래의 기술력이 어찌어찌 부활에 성공한다고 치면, 깨어났을 때 무일푼이라는 것과 매력적이지 않은 늙은 몸이라는 문제까지도 이들은 해결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멀텅하지 않습니다 ㅋㅋ


트랜스휴머니즘이라는 용어는 언제 생긴 걸까요? 진화생물학자 줄리안 헉슬러가 1951년 처음 이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동생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를 통해 트랜스휴머니즘 프로젝트가 잘못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디스토피아 상황을 소설로 썼지요.


이후 철학자들에 의해 트랜스휴머니즘이 진화했고, 니체의 '초인' 개념 역시 초기 트랜스휴머니즘 사상으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한국은 트랜스휴머니즘에 친화적일 수도 있습니다. 저자들도 성형외과 천국인 한국을 언급할 정도입니다. 트랜스휴머니즘의 본질 중 하나가 바로 형태적 자유거든요.


급진적 생명 연장, 냉동 보존술이 너무 막연한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면 조금 더 가까운 범위로 좁혀볼게요. 치료를 넘어 인간을 강화하는 행위인 유전자 강화도 있습니다.


CRISPR/Cas 기술로 단일 유전자 질환을 이미 성공적으로 완치시킨 사례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임상 의학에 적용된 합법적 조치입니다. 하지만 치료를 넘어 유전적으로 우수한 형질을 넣은 맞춤아기를 탄생시킬 수 있을까요?


2018년 11월 중국에서 CRISPR/Cas 기술로 유전자를 편집한 첫 번째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에이즈에 걸리지 않도록 에이즈 면역력을 지닌 유전자를 삽입한 겁니다. 불법입니다. 이 일로 그는 과학자들에게 손절 당하고,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고 합니다.


SF 영화 단골 소재이기도 한 마인드 업로딩은 사실 트랜스휴머니스트들 보다 일반인들이 더 호기심 많은 주제이기도 합니다. 클라우드에 업로드된 뇌라니. 트랜스휴머니즘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능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과학과 시술을 활용하는 철학적 운동 트랜스휴머니즘. 공상과학 소설, 영화 등에 등장하며 테크노아트로 확장된 트랜스휴머니즘까지 소개하고 있어 흥미진진합니다. 창작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가 정말 무궁무진하더라고요.


각종 오해와 선입견도 하나씩 짚어가면 트랜스휴머니즘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된 시간입니다. 개인의 자유가 핵심입니다. 형태적 자유, 생식의 자유, 교육의 자유입니다. 유토피아가 될 것인가,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가. 그 갈림길은 결국 트랜스휴머니즘을 다루는 인간의 윤리적 문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두 교수의 대담은 무조건적인 찬양이나 비난이 아니라, 무엇이 기회이고 무엇이 위험인지 판단하며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비판적인 사고방식을 갖추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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