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 내 인생 반올림 60
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조현실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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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출간된 후 유럽에서 16개 문학상을 수상하고 프랑스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스테디셀러 청소년도서 <뚱보, 내 인생 La vie, en gros>. 사랑스러운 표지로 새 옷을 입은 개정판으로 만나봅니다.


열여섯 살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고 있는 한 소년이 있습니다. 또래들은 그에게 꿀꿀이, 지방 덩어리, 돼지, 뚱땡이 같은 별명으로 부릅니다.


벵자멩은 비만 2급 뚱보입니다. 먹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합니다. 삼시 세끼는 물론이고 간식과 야식까지 알차게 챙겨 먹습니다. 그에게 다른 일상생활은 뭔가를 먹고 있지 않는 시간을 빨리 지나가게 해주는 방편일 뿐입니다.


그의 꿈은 아름다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겁니다. 흔한 요리사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적당히 평균을 유지하는 성적에 모욕적인 별명을 듣는 뚱보일 뿐입니다.


중3이 되자마자 90킬로에 가까운 몸무게에 도달했습니다. 과체중이 심각해지자 엄마도 당연히 걱정합니다. 옷을 사러 갈 때마다 곤욕을 치릅니다.


뚱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드러내고 경멸하거나 속으로 몰래 경멸하거나입니다. 의지가 없는 아이, 되는대로 사는 아이라는 부정적 시선으로 말이죠.


벵자멩은 자기보다 더 많이 먹으면서도 살 안 찌는 애들이 부럽습니다. 엄마는 살을 빼는 건 결단의 문제일 뿐이라며 안 먹으면 된다는 말만 합니다. 





하지만 벵자멩은 열정적으로 먹는 걸 좋아한다니깐요. 음식을 대할 때, 자신에게 대접하듯 요리할 때의 벵자멩은 정말 행복 그 자체입니다.


"저녁 식사는 잘 보낸 하루를 마무리 지어 주고, 잘못 보낸 하루를 구제해 주는 법이다." - p75


이렇게 먹는 것에 진심이었던 벵자멩도 마음에 드는 여자친구의 시선만큼은 감당하기 힘든가 봅니다. 먹는다는 것은 무조건 즐거운 행위였던 벵자멩이 수영장에서 짝사랑하는 클레르를 만난 후 다이어트하기로 결심합니다.


영양학자는 '일상생활에서 지키기 쉬운' 방법을 알려준다지만 정작 벵자멩에게는 쉽지 않습니다. 주말까지 먹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한 다이어트. 배고픔의 한계를 지나고 나니 어랏? 꽤 할 만합니다. 2주 동안 제법 성공적으로 해나갑니다.


하지만 위가 적은 양에 적응하자마자 권태가 찾아옵니다. 이렇게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한다는 게 절망적입니다. 다이어트의 적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아빠 생일날 원칙을 깨고 더 먹게 되었고, 할머니 집에서 과식하게 되면서 결국 페이스는 무너져 버립니다.


스스로에 대한 혐오는 자기 파괴로 이어집니다. 총체적 난국 상황이 찾아옵니다. 뚱보 벵자멩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청소년 비만에 대해 정말 솔직하게 다룬 소설 <뚱보, 내 인생>. 성적 호기심이 다분한 시기 아이들의 속마음이 가감 없이 묘사되고 있어 꽤 개방적인 소설이기도 합니다.


어른들의 조언이 당사자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걱정한답시고 다들 한 마디씩 보태지만, 뚱보 삼촌의 직언이 가장 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공감력의 깊이가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비만이면 성인이 되어 각종 질병 위험이 있으니 살 빼야 한다는 말은 사실 그 시기에 와닿지 않습니다. 벵자멩에게는 미래보다 지금 살아가는 현실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결말 이후 벵자멩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쓴웃음이 튀어나올 만한 결말인데요. 오히려 저는 소설의 결말이 찐 현실이다 싶어요. 청소년 시기 수많은 고민을 해결하는 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당사자의 시선으로 잘 마무리된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구판 표지의 뚱보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서 비친 적나라한 모습이라면, 개정판 표지는 좀 더 건강한 자존감을 갖춘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입니다. 20여 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청소년들의 고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인식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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