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우리돌의 들녘 - 국외독립운동 이야기 : 러시아, 네덜란드 편 뭉우리돌 2
김동우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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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국외독립운동사적지를 찾아 사진과 글로 기록하기 시작한 김동우 작가의 책.


전작 <뭉우리돌의 바다> 편에서 인도, 멕시코, 쿠바, 미국 국외독립운동사적지를 들려줬고, 신간 <뭉우리돌의 들녘>에서는 러시아, 네덜란드에 담긴 우리의 독립운동 서사를 복원합니다.


저자의 말 중 '기억의 연대'라는 말이 가슴에 박힙니다. 기억은 끊어지면 회복하기 힘들다는 걸 일깨웁니다. 왜곡되고 변질되기 일쑤입니다. 기억의 단절은 진실의 소멸을 의미한다는 저자의 말이 울림을 줍니다. 이 책이 더욱 소중해지는 순간입니다.


저자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희미해져가는 역사를 잇고 있습니다. <뭉우리돌의 들녘>은 러시아 극동지역부터 네덜란드 헤이그 특사가 생의 마지막을 보냈던 방까지 유라시아 대륙에서의 한인독립운동사를 담았습니다.


지도를 놓고 보니 더 먹먹해집니다. 한인강제이주의 아픔이 지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북한 땅 바로 위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에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까지는 너무나도 멀었습니다. 한인 이주를 활용해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러시아 극동 지역 개척을 일군 것을 시작으로 강제이주까지 당시의 역사를 새롭게 알게 됩니다.


안중근 단지동맹비로 간 저자. 영화 <영웅>에서 눈 덮인 자작나무 숲 배경이 그저 멋지게만 보였지만 현실은 영화의 이미지와는 달랐습니다.


두만강변 국경 도시 하산으로 내려가는 길목 먼발치 단지동맹비와 안중근이 법정에서 열거한 이토 히로부미의 죄목을 의미하는 열다섯 개의 돌이 가지런히 놓인 그곳. 효의 실천보다 나라의 존립을 우선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단지의 의미를 곱씹어 봅니다.


러우전쟁 전 직항이 있을 땐 2시간 만에 갈 수 있었던 블라디보스토크. 그만큼 지리적으로 가까운 그곳은 우리 독립운동사 흔적을 마주할 수 있기에 역사여행으로도 각광받았습니다. 김동우 저자는 강제 이주로 폐허처럼 변한 신한촌을 방문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모습을 보기 힘든 현실 앞에서 무망함이 밀려옵니다.


신채호가 글을 쓴 곳은 어디일지, 밀정들은 어디서 독립운동가들을 훔쳐보고 있었을지 그 흔적을 찾을 수도 없고, 너무나도 초라한 기념비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뷰파인더를 통해 지금의 신한촌을 기록하는 저자입니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실제 모티프가 된 '15만 원 탈취 의거'도 흥미진진합니다. 이제는 수풀만 무성한 의거지 사진 한 장 속에는 현재 가치로 150억 원 가량 되는 일제의 돈을 탈취한 거사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교과서에 무미건조한 몇 줄로만 표현된 헤이그 특사의 여정에도 블라디보스토크가 등장합니다. 촉박한 일정과 부족한 자금으로 곧바로 헤이그로 출발하지 못한 헤이그 특사는 연해주 동포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몸을 싣게 됩니다.


헤이그 특사 이준 열사가 순국한 방에 들른 저자. 자비로 건물을 사들여 이준 열사 기념관을 운영하는 이기항, 송창주 부부의 이야기도 울림을 안깁니다.


이 책의 표지가 된 장소는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의 가옥입니다. 이 사진을 찍을 때도 피사체로써 최재형 가옥이 지닌 아우라를 표현해내려고 노력한 작가입니다. <뭉우리돌의 들녘>은 사진이 가진 망각의 저항성을 이야기합니다.


독립운동사 최대 비극 자유시 참변 현장, 한인 최초 볼셰비키 혁명가 김알렉산드라, 독립운동가 이인섭의 막내딸 스베틀라나 여사 인터뷰 등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무수한 이야기를 복원합니다.


국외독립운동사적지를 방문하며 마주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들려줍니다. 후대에 온전히 기록을 전달하는 데 실패한 우리의 현실을 꼬집습니다. 다양한 노선이 존재하는 독립운동사에서 지워진 서사에 비통해합니다. '과거 없는 현재의 도착'에 애도를 표하는 저자입니다.


김동우 작가의 여정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중앙아시아 편을 다루는 다음 책도 예고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현장은 계속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100년 뒤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역사를 다루는 사진가로서 저자의 진정성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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