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 연대기 - 조선을 뒤흔든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사건 80
유정호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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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부터 마지막 왕 순조까지 조선 왕 27인의 연대기로 500년 조선사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역사 교사 유정호 저자는 청소년도 한국사를 다양한 각도로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선보이는지라 이번에도 기대감을 안고 읽었습니다.


<조선 왕 연대기>는 조선을 전기, 중기, 후기로 나눠 조선 연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습니다. 27인의 왕 연대기를 중심으로 500년 조선사에서 나라와 왕의 운명을 뒤흔든 흥미로운 사건, 역사적 전환점이 된 사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2천 권이 넘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합니다. 실록은 왕이 살아있을 때 자신의 기록을 절대 볼 수 없었던 공식 국가 기록입니다. 이 책에서는 당시 조선왕조실록 속 실제 문장이 소개되어 있어 더욱 생생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갈 때 민심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475년간 유지됐던 고려이기에 모두가 조선을 환영한 건 아니었습니다.


집밖에 나가지 않는 행동을 뜻하는 '두문불출'의 유래가 바로 이 시기 사건과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고려를 따르는 관료 72명이 두문동에 은둔해 있었는데, 인재 부족난에 그들을 등용하려 했지만 그들은 조선 왕조를 거부합니다.


어떡하든 밖으로 나오게 하려 불을 지르는데... 고려 충신으로 불타 죽는 것을 선택한 72명의 고려 관료들. 두문불출에 담긴 역사적 비하인드 스토리는 짠합니다.


조랭이떡의 유래도 섬뜩합니다. 도읍이 한양으로 옮겨진 탓에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개성에 살던 이들이 이성계의 목을 조르는 형상을 가진 조랭이떡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서울 시민의 날 유래도 이때부터입니다. 궁궐이 세워져야 수도를 옮기는데, 경복궁 공사가 더디게 진행되자 이성계가 먼저 한양에 들어가 버린 겁니다. 왕이 있으니 공사를 서두를 수밖에요. 이성계가 한양에 도착한 10월 28일이 서울 시민의 날이 되었습니다.





교과서에서 다뤄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실제 조선왕조실록에는 어떻게 기록되어 있었는지, 덜 부각되었지만 조선의 운명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 별미 에피소드까지 역사의 명장면들이 펼쳐집니다.


위험한 내용으로 가득한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 속 홍길동은 상상 속 인물이지만, 그 모델이 된 홍길동이라는 인물은 조선왕조실록에 무려 10여 차례 기록된 실존 인물이었습니다. 연산군 시절 악명 떨친 도적이었던 겁니다.


백성들을 불안하게 했던 도적 홍길동을 잡은 건 연산군의 행적 중 그나마 잘한 일로 평가받지만 결국 도적 홍길동보다 더한 만행을 저지른 연산군이기에 홍길동은 소설 속에서 혁명을 꿈꾸는 인물로 그려진 게 아닐까라는 저자의 해설이 인상 깊습니다.


조선사에서 임진왜란은 빼놓을 수 없는 사건입니다. 그런데 전쟁 17년 전에 이미 일본이 침략할지도 모른다는 기록이 실록에 있었습니다. 당시 조선과 교역을 하던 대마도주가 한 경고입니다.


조선과 일본 사이에 끼면 큰 피해를 입을듯하니 전쟁을 막아야 했던 대마도주는 조선에게 대비하라고 알려주었지만, 조선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무시해버립니다. 사회적 폐단이 쌓이고 쌓인 결과는 나라의 운명을 뒤흔듭니다.


나라를 빼앗기는 과정은 속 터집니다. 헤이그 특사단이 어떻게 조국에 의해 내쳐졌는지 알게 되면 슬퍼집니다. 소풍 장소였던 창경원의 역사도 처참합니다. 일제에 의해 우리 궁궐 창경궁이 훼손되는 과정에서 일본이 어떤 속셈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 책에서 낱낱이 보여줍니다.


517년의 조선이 사라지고 35년간 일제의 식민 지배를 받게 되기까지 왕 연대기를 통해 조선사를 훑는 <조선 왕 연대기>. 건국과 멸망까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정리됩니다.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조선사 입문서를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모두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역사 교양서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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