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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배는 정오에 바다로 떠난다 - 방황과 탐험이 주는 자유 회복의 유쾌한 기적
이우송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라던 말이 떠오릅니다. 익숙함에 안주하던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여행이기에, 정해진 길을 벗어나 헤맬 때 더 큰 배움과 성장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우송 저자의 에세이 <그 배는 정오에 바다로 떠난다>. 부제가 제 맘에 와닿았습니다. ‘방황하는 자들의 고독, 성찰 그리고 자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사회 문제와 관련한 사색과 사유가 있는 글을 좋아합니다.
인생이란 방황과 탐험의 연속이라는 것에 공감하는 이들과 결이 잘 맞는 책입니다. 일반적인 에세이와는 달리 철학적 사색이 많습니다. 평소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사유할 수 있습니다.
소설 속 파우스트는 절대 기쁨을 위해 메피스토 펠레스에게 영혼을 바쳤습니다. 이처럼 자신이 생각하는 소중한 가치를 위해 무언가를 포기하는 결단과 용기를 가진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방황하고 탐험하는 자들입니다.
이우송 저자는 이들을 방탐자라고 부릅니다. 자유로운 영혼, 양심적 자유주의자, 도전하고 모험하는 자들, 고뇌하는 지식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방탐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자 역시 80년대 학생 운동권의 부채의식으로 고뇌하고 좌절하는 방탐자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점이 부각됩니다. 자유와 부채의식 사이의 갈등과 충돌로 빚은 악순환의 고리에 대해 들려줍니다.
과거에 매몰되는 대신 과거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을 때 우리는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 배는 정오에 바다로 떠난다>는 성찰의 여정입니다. 성찰의 기회를 통해 더 성숙한 자유주의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방탐자의 레전드 격인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입니다. 조르바는 자유롭게 되려면 바보가 되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외로운 싸움과 저항을 받아들이며 전진했습니다.
철학자 니체에게서도 방탐자와 관련한 명언이 즐비합니다. 고귀한 인간의 조건으로 니체는 "홀로 서고 고독을 즐기며, 자신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니체 철학의 전체를 관통하는 개념 '위버멘쉬 (초인)'가 방탐자들과 일맥상통합니다.
방탐자라고 해서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방황과 탐험을 대하는 태도, 관점, 가치관, 인격, 성격은 저마다 다릅니다. 또라이와는 다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자유로운 정신이란 긍정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진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세상의 변화를 위해 기꺼이 방황하고 탐험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그 배는 정오에 바다로 떠난다>. 세상의 변화를 이룰 수 있는 긍정적 에너지를 가진 방탐자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고정관념, 편견은 물론이고 통념까지도 방탐자의 시선에서는 다르게 보입니다. 읽다 보면 충격적인 깨달음이 곳곳에서 일어나기도 합니다. 휴가를 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아이 학교행사에 대한 에피소드가 그렇습니다.
저자는 남들보다 더 많이 일하는 게 성실함을 증명하는 길이라 여겼던 때가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자신이 어떤 사적인 가정사를 포기하고 회사에 나왔는지, 성실한 사람이기에 회사 일에 열심인지 아예 관심이 없습니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참석해야 하는 아이의 행사를 포기하고 기꺼이 회사에 출근하면 충성심을 당연히 알아주리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그건 혼자만의 착각임을 짚어줍니다.
여기서 니체의 말이 탁 와닿습니다. '우리의 성실함, 자유정신이 우리의 허영, 화려한 장식, 한계, 어리석음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자'라고 당부한 니체. 처절하게 현실을 자각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저자는 과거에 고뇌하는 지식인이 아닌 소심한 지식인 흉내만 낸 것이 아닌지 창피하다고 합니다. 현실 자본주의 세상에서 필요한 자질과 역량도 키워야 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철딱서니 없는 방탐자의 어리석음을 경계하라고 조언합니다.
그 외에도 맹목적인 국뽕, 정치 부패의 카르텔에 몸을 담아버린 언론, 묵시적 동의를 하는 시민 등 현실 사회 문제 에피소드를 통해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언제라도 의심하고, 검증하고, 다른 의견을 듣고, 다른 길을 시도하는 진정한 자유인의 태도를 짚어줍니다. 이런 관점을 스스로 고민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이름 하에 정치적 노예와 다를 바 없게 됩니다.
프랑스 소설가 폴 부르제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고 했습니다. 아이러니 상황들 속에서 겪는 갈등을 열등감과 패배감에 휩싸이지 않은 채 성찰하며 사는 진정한 방탐자의 삶. 묵직한 주제를 저자의 에피소드로 재미있게 들려주니 읽는 맛도 좋습니다.
진정한 방탐자는 자기애가 높다고 합니다. 자기를 사랑해야만 자유로운 자아의 주인으로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결단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방탐자들은 이 세상을 여전히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보석 같은 존재임을 강조합니다.
결국 나답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만이 방황합니다. 우리 일상의 고독, 성찰 그리고 자유에 관한 이야기 <그 배는 정오에 바다로 떠난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의 위대함이나 인간의 자유를 가장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위대한 정오'로 비유했습니다.
때로는 무겁게, 느리게, 신중하게 그리고 한편으론 가볍게, 빠르게, 즐겁게 방탐자로서 이 세상을 살아낼 수 있도록 응원과 메시지를 주는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