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 사랑 이야기 거장의 클래식 2
찬쉐 지음, 심지연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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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후보로 늘 언급되는 중국의 찬쉐 작가 신간 소설 <신세기 사랑 이야기>. 해외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중국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이 책은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책이어서 눈길을 끕니다.


‘중국의 카프카’라고 불리는 만큼 실험적인 소설일 거라는 예상은 했는데 정말 놀라운 세계관을 펼쳐 보이는 소설입니다. 찬쉐의 소설은 ‘종잡을 수 없는 전개다’ ‘변화무쌍하다’ ‘수수께끼 같다’는 평을 받곤 한다니 얼핏 예측되시나요?


저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나름의 해석으로 이해하는(곡해일지도) 정도로만 읽어낸 소설입니다. 의식의 흐름으로 전개되는 소설 뺨칩니다. 몇몇 문장에서는 아프리카 신비주의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문장의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가 몽환적인 상상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의미를 해석해내려 읽다가는 책장을 넘기지도 못할 판입니다.


그럼에도 스토리 구조가 입체적이고 군데군데 흥미로운 의미를 캐치해 내기도 하면서 색다른 소설 읽기의 맛을 느꼈습니다. 정말 이런 소설은 처음입니다.


<신세기 사랑 이야기>는 말 그대로 표면적으로는 러브 스토리입니다. 등장인물들 저마다 통속적이면서도 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그들의 사랑법을 보여줍니다.


과부 추이란과 가정이 있는 남자 웨이보의 사랑 이야기로 시작하더니 이내 이들과 연결된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연애 고리가 줄줄이 엮여 있으니 인물 정리하는 데만도 한세월입니다.


동네 골동품 감정사 미스터 유, 방직공장 여직공에서 성접대부가 된 륭쓰샹, 웨이보의 아내 샤오위안, 의사 닥터 류 등이 얽히고설켜 저마다의 욕망을 드러냅니다.





각각의 인물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욕망을 품고 있습니다. 그 욕망은 충족되지 않은 채 그저 흘러가기도 합니다. 우리 인생처럼 말이죠.


캐릭터의 성격만큼은 수수께끼 같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하고, 사랑을 갈구하고, 진실을 궁금해합니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해나갑니다. 한 명 한 명의 사연을 깊게 들여다보면 첫 이미지와는 또 다른 감정을 선사받기도 합니다.


찬쉐의 소설은 종잡을 수 없는 전개로 유명합니다. 갑자기 시간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인물들의 성격이나 관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독자는 퍼즐 조각을 맞추듯 이야기를 따라가야 합니다.


다양한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20세기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신세기 사랑 이야기>. 사랑이라는 테마 속에서 이들의 갈등과 성장이 펼쳐집니다.


"요즘에는 주변 사람들이 갈수록 지난날에 연연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 기억 속의 거대한 역량이 현재 삶에 스며들어 웨이보를 비롯한 모든 이의 판단을 갉아먹고 있었다." - p153

‘저런 게 진짜 사랑일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통속적인 사랑 이야기인듯하면서도 그 안에 머금고 있는 다양한 감정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외로움, 질투 등 마음속 심연에 대한 것들 말입니다. 더불어 ‘뿌리’, ‘고향 집’이라는 단어가 눈에 띕니다. 삶의 헛헛함을 메꾸려 심연이 찾아 헤매는 것들입니다.


해설조차 없는 소설이어서 혼란스러움과 의문투성이입니다.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습니다. 이러한 모호함이 오히려 찬쉐다움일지 모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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