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게 뭐 어때서 - 27살, 결혼 8개월 차 나는 배낭을 메고 여행을 시작했다 Collect 25
이소정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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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출신 대기업 사무직으로 일하며 돈은 많이 벌었지만 마음은 허기졌던 20대를 보낸 이소정 작가. 유일하게 배부른 날은 여행을 떠났던 시간.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항상 불안했던 그는 결국 퇴사를 결정합니다.


이때의 방황과 외로움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장기여행의 꿈으로 향합니다. 수동적으로 일하는 삶에 익숙해져 있던 그가 혼자 긴 여행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혼자 떠나는 게 어때서>는 자기다운 삶을 살고자 27살, 결혼 8개월 차에 배낭을 메고 혼자 여행을 시작한 이소정 저자의 여행기입니다.


그 여정의 시작은 파리입니다. 5년 전에 먹은 치즈케이크의 맛을 잊을 수 없어 파리행 비행기를 끊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저자의 여행 스타일은 철저한 계획을 바탕으로 설계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고, 이후 준비성 제로 때문에 벌어지는 웃픈 에피소드가 쏟아질 거라는 게 예상됩니다.


다음 목적지조차 고민을 미루고 선택하기 힘들다는 저자. 누군가 속 편하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마음만 듭니다. 하지만 혼자 여행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오직 나만의 결정을 믿고 따라야 합니다.


그럼에도 그의 계획은 극J가 보면 경악할 겁니다. 순간 떠오른 지역을 그 자리에서 검색해 찾아보고 가보기로 결정 내립니다. 애초에 세밀한 목적지 없이 도착한 곳에서 그는 어디로 향할까요?


<혼자 떠나는 게 어때서?>에서 뜻밖의 풍경과 시간을 선사하는, 목적 없는 여행이 가져온 선물 같은 자유로운 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그만이다. - p26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찾기 어려울 땐 싫어하는 것을 먼저 생각합니다. 프랑스 샤모니의 추위를 만끽했기에 다음 목적지는 지도를 펼쳐 극한의 추위가 있는 곳은 삭제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여행지를 발견해나갑니다.


📚내 여행에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 번째는 늘 새로운 선택을 할 것. 두 번째는 첫 번째 원칙을 따를 것. - p32


그렇게 추위를 피하려 따뜻한 나라로 여행하면서 사소하지만 자신의 세계를 더 선명하게 만드는 감동으로 채워진 인생 여행지가 생기기도 하고, 매일 보던 노을이 장소가 바뀌면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감동하기도 합니다. "외로움과 새로움은 한 끗 차이라 외로울수록 주변의 새로운 점을 더 많이 주시하고, 천천히, 더 깊게 흡수" 하게 된다고 합니다.





충동적으로 간 아프리카에서는 싫은 점을 수십 가지 나열할 수 있을 만큼 힘든 환경이었지만 그렇기에 다정한 에너지를 받으면 그 기쁨을 오롯이 만끽하는 저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 나라에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씩 머물며 여행한 이소정 저자. 여행기를 SNS에 올리던 중 JTBC 톡파원 25시에서 연락이 오며 초짜 여행자의 방송 촬영까지 이어집니다. 평소 여행 방식과는 다른 인증 여행이었지만 이 역시 변화의 계기로 받아들였고 그 여정에서 또 다른 경험을 맛봅니다.


신혼임에도 홀로 떠난 배낭여행. 반년 만에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남편과 쿠바에서 상봉합니다. 코로나로 국내 신혼여행을 갔던 아쉬움을 이번 기회에 해소하고자 말입니다.


평생 독신으로 살줄 알았던 그가 회사 동기에서 연인으로 발전했던 계기도 여행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행 스타일이 다른 그들은 서로에게 좋은 여행 파트너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남편은 아내의 혼자 여행을 응원할 수 있었다고)


남편은 극기 훈련 같았다는 쿠바는 싫지만 "그래도 너랑 있어서 좋아"라는 신혼부부다운 알콩달콤함을 쏟아내고 미련 없이 한국으로 떠났고, 아내는 다시 혼자 여행을 이어갑니다.


포기가 습관이고, 그 포기를 멋지게 포장하는데 도사였다는(그러지 않은 사람이 더 적겠지만) 저자는 네팔에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가 위치한 곳까지 가는 산행을 합니다. 그때 후회하는 일이 두려워 조금만 힘이 들고 견딜 수 없을 것 같으면 도망쳐 버렸던 삶을 되돌아보기도 합니다.


다시는 트레킹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 만큼 힘들었다지만, 앞으로 수많은 선택지 중 '등산'은 망설임 없이 제외할 수 있으니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입니다.


📚 이 산행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선택이자, 버릴 게 한구석도 없는 완벽한 선택이었다. - p 278


유럽에서 시작해 아프리카와 남미, 중미까지 8개월의 여행을 마치고 잠시 귀국 후 다시 6개월 동안 동남아시아, 인도, 네팔, 파키스탄 그리고 태국을 마지막으로 혼자 여행을 마무리한 이소정 저자. 그렇게 긴 여행과 이별을 하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쉬운 길은 재미없다고 오만하게 떠났던 여행은 그에게 많은 감정을 발견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세계를 여행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면서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이야기들이 삶을 이루는 소중한 조각이 되었습니다.


이방인으로 낯선 이들의 삶에 들어가 살다 보면 오히려 일상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여행. 좀 더 자신을 믿을 수 있게 한 여행. 힘든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는 선물 상자 같은 여행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은 분들에게 이 여행 에세이를 권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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