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부터 암흑물질까지 현대 우주론 입문서

우리 우주의 첫 순간 - 빅뱅의 발견부터 암흑물질까지 현대 우주론의 중요한 문제들
댄 후퍼 지음, 배지은 옮김 / 해나무 / 2023년 10월

138억 년 전 우주의 첫 순간 빅뱅 이후 팽창과 냉각을 반복하며 우주에는 수많은 물질과 에너지가 채워집니다. 별과 은하가 만들어졌고 빅뱅 후 약 92억 년이 지나서 태양과 태양계가 등장합니다. 여전히 우리 우주는 계속해서 팽창하고 냉각되고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빅뱅 후 첫 몇 초와 몇 분의 1초 사이의 순간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의 모든 것이 미스터리입니다. 수많은 관측과 측정이 이뤄졌지만 완전무결하지 않습니다. 추론과 추정을 바탕으로 한 추측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우주 미스터리를 풀 열쇠는 이 최초의 순간에 있기에 우리 우주에 대한 이해를 하려면 우주의 첫 순간을 엿봐야 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암흑물질입니다. 이 알 수 없는 물질은 빛을 복사하거나 반사하지 않고 흡수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이 까다로운 암흑물질의 비밀이 왜 중요한지는 우리 우주는 그냥 팽창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속' 팽창을 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됩니다. 우주의 암흑에너지가 거대한 우주 공간을 밀어내고 있어야 하니까요.

암흑물질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빅뱅 후 최초 몇 분의 1초 안에 형성되었다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고 합니다. 우주 급팽창은 이 최초의 시간에 발생했고, 급팽창과 암흑에너지의 연관성이 우리 우주의 가장 거대한 미스터리입니다.

암흑물질 연구 최전선에 있는 입자물리학자 댄 후퍼의 책 <우리 우주의 첫 순간 (원제 At the Edge of Time)>으로 우주의 시작을 탐험해 보세요.​

시간과 공간의 본질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깨달음에서 출발해, 빅뱅의 발견으로 이어지는 여정, 최신 장비를 사용해 우주의 초기 역사를 탐구해온 과정을 만나게 됩니다.

암흑물질은 어떻게 형성될 수 있었을까? 우리 우주는 어떻게, 왜 짧은 시기의 급속한 팽창을 경험하게 되었을까? 이것은 우리 우주가 오늘날 다시 한번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과 연관이 있을까? 우주의 첫 몇 분의 1초 비밀을 밝히기 위한 숱한 노력이 모여 있습니다.

<우리 우주의 첫 순간>을 읽으면 우리 우주론 발전사를 이해하게 됩니다. 상대성이론의 등장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 이전의 우주는 영원토록 변화가 없는 온전한 모습이었습니다. 뉴턴 물리학 시대에 설명할 수 없었던 것들이 시간과 공간이 변화하고 진화할 수 있다는 상대성이론 시대에는 가능해졌습니다.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우리 은하를 우주라고 생각한 천문학자. 기술 발달로 관측 우주론 연구도 진전합니다. 팽창하는 우주를 발견하게 됩니다. 공간 자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 커지고 있었습니다. 공간 안의 모든 점은 어제보다 오늘 서로에게서 더 멀어져 있는 겁니다. 게다가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었던 겁니다.​

우주 팽창률을 가속시키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이 정도로 가속을 이끌어내려면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할 테고, 이 에너지의 정체는 미스터리지만 일단 이름은 붙입니다. 암흑에너지입니다.​

우리 우주의 첫 순간을 알아내겠다는 일념으로 새로운 관측 장비를 건설하고 실험을 수행합니다. 입자 가속기 실험입니다. 현재 가동되는 가속기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제네바에 있는 거대 강입자 충돌기 LHC입니다.​

입자 빔을 최대한 빠른 속도까지 가속해서 입자를 서로 충돌시키면 전자와 빛알, 힉스 보손과 쿼크 등 알려진 입자종들이 모두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초기 우주의 모습을 재현하려는 거죠.​

하지만 힉스 보손 외 새로운 입자나 현상을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여전히 암흑물질은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2009년 우리 은하 중심에서 기이한 감마선 신호를 포착한 페르미 망원경. 그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암흑물질에서 나왔다고 확인된다면 극초기 우주에 대한 비밀을 열 수도 있습니다. 암흑물질을 연구하는 댄 후퍼의 생생한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왜"라는 궁극의 의문으로부터 탈출할 방법은 없다. '주어진 사실'을 내키는 대로 미뤄둘 수도 있겠지만, "왜"라는 형태의 의문들은 결국에는 "왜냐하면"이라는 답으로 끝나야 한다. - p332, 우리 우주의 첫 순간

관측의 정확도가 높아질수록 새로운 문제들이 튀어나오며 우주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갈수록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더 적어지는 것 같다는 댄 후퍼 저자. 그럼에도 미지의 대상이 품은 미스터리 안에는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거대한 기쁨이 있기에 우주론의 매력이 대단합니다.​

<우리 우주의 첫 순간>은 빅뱅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리해 줍니다. 우주의 기원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입자물리학자와 우주론 학자들의 고민과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