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시대
오화석 지음 / 공감책방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도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의 달 남극 착륙 기사를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요.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느낌이었거든요. 어느새 인도가 이렇게 발전했던 걸까요?


인도연구소장으로 재직하며 수많은 인도 관련 저서와 <인도 최고경영자 과정>을 운영하는 등 20년간 언론인, 학자, 연구자로 인도를 가까이했던 인도 전문가 오화서 저자. 일반인이 읽기 좋은 교양 인문서 <인도의 시대>로 우리를 인도로 안내합니다.


경제, 정치, 외교, 우주과학, 사회, 문화 등 다방면으로 인도의 이모저모를 살피는 <인도의 시대>. 빛이 있다면 어둠도 있기 마련입니다. 열악한 인프라, 빈곤, 부와 성의 불평등, 종교 갈등, 군중폭력 문화, 테러, 카스트제도, 성폭력 등 인도의 명암을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인도를 여행 에세이, 소설과 영화를 통해 알고 있는 정도입니다. 몇몇 탁월한 인물의 두각 외 인도라는 나라 자체는 빈국으로만 여기고 있었습니다. 인도를 폄하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선입견에 여전히 빠져있습니다.


그래서 <인도의 시대>를 읽는 내내 헉! 놀랄 노자입니다. 이미 인도의 시대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2022년 세계 경제 5위로 급부상한 인도. 영국 식민지로 지내며 저발전에 허덕였던 인도가 앞으로는 세계 3위 경제 대국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 4대 문명지의 하나인 인더스문명의 발원지 인도. 이미 인도는 오래전부터 수천 년 동안 풍요로웠습니다. 고대 인도는 황금과 향신료의 땅이었습니다. 2천 년 로마제국보다 더 부자였던 국가가 인도였습니다. 유럽 제국주의의 피해를 직격으로 맞기 전까지는요.





인도는 글로벌 CEO 수출국 1위입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씨티그룹, IBM, 스타벅스, 샤넬...  글로벌기업을 장악한 건 인도인입니다. 포춘 글로벌 500개 기업 가운데 미국인을 제외하면 인도인이 CEO로 있는 회사가 30%를 넘습니다. 한국인은 한 명도 없습니다.


인도에는 신흥갑부도 많습니다. 수조 원대 단위의 부를 창출한 스타트업 창업주들이 수두룩합니다. 인도 거부들의 성공 경영의 비밀이 궁금해집니다. <인도의 시대>에서는 왜 인도인 CEO들이 활약할 수 있는지 그 이유와 의미, 독특한 인도식 경영을 짚어줍니다.


인도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 다양한 인종, 종교, 언어, 문화가 융합된 나라라고 합니다. 그 배경이 되는 힌두교는 다신교를 믿는 종교여서 이단이 없고 포용하는 사상을 바탕으로 합니다. 공존과 타협의 삶에 익숙한 인도 출신 경영인들이 오늘날 상생경영에 탁월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국 식민통치 이래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해 영어 구사 능력도 좋습니다. 아시아계 사람들과 차별성을 갖게 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기본적으로 인도인들은 수학, 과학, IT, 재무회계 등 숫자와 이공계 능력 향상에 중점을 두는 교육을 받습니다. 인도공과대학 IIT에 떨어지면 하버드대, MIT를 간다니 놀랍습니다. 인도 출신 이공계 전공자는 세계 곳곳에서 탐내는 인재라고 합니다.


달 탐사선 소식에 놀랐다고 했는데 사실 인도는 그전부터 우주과학 강국이었더라고요. 2013년 화성탐사선도 단 한 번의 시도로 성공적으로 쏘아 올리며 미국, 구소련에 이어 화성탐사 미션을 성공한 세 번째 나라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로부터 과학, 천문학의 나라였던 인도의 배경을 저자가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글로벌 인재를 낳는 인도 교육에 관심이 커집니다. <인도의 시대>에서는 인도 엘리트 교육의 명암을 들려줍니다. 세계에 뒤지지 않을 우수 인재를 배출한 인도 엘리트 교육은 그 이름만으로도 소수의 인재에 특화된 교육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국민 전반의 교육에는 소홀히 한 인도 교육의 문제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문맹률도 20%대나 되고요. 장기적 관점에서 소수 엘리트 교육의 한계를 타파해 대중교육 강화로 나아가야 하는 인도 교육에 대한 비판이 흥미로습니다.


인도는 민주주의입니다. 재밌게도 소수까지 껴안고 가려는 경향이 강한 인도식 민주주의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 포스코가 120억 달러에 달하는 인도 투자를 철회한 이유는 현지 주민 450가구의 반대 때문이었습니다. 소수의견을 존중하는 인도 정치의 다양한 사례가 소개됩니다.


그런데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의문이 있습니다. 여전히 인도인의 삶에 깊이 관여하는 것 같은 카스트 차별이 떠오릅니다. 카스트제도 영향이 강력한 인도인데 그게 진정 소수를 끌어안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인도인가 싶었거든요.


<인도의 시대>에서 이 의문을 속시원히 풀어줍니다. 법적으로는 이미 폐지되었고 대도시에서는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합니다. 1997년에는 천민 카스트 출신이 대통령에 선출되기도 합니다. 타인의 카스트를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카스트제도는 외부의 눈으로 볼 땐 부정적으로 비치지만, 우리의 각종 이익집단이 정치적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카스트제도는 훨씬 복잡한 문제였습니다.


전통적으로 상인카스트인 바이샤에 대한 이야기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바이샤카스트는 글로벌 비즈니스맨으로 부상합니다. 이 책에서는 유대인 상인 못지않은 인도 상인의 역사와 영향력을 소개합니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인도 대표 인물 간디와 네루가 인도 현대사에 미친 영향도 살펴봅니다. 무작정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게 아니라 인도의 시급한 경제성장 측면에서 남긴 부정적 유산도 많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영화나 소설에서 표현한 인도 슬럼가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두운 면만 보고 인도에 대해 편견을 가지게 한 대표적인 사례지요. 현재는 과거와 같은 대규모 슬럼가는 해체되고 정리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성폭력 문제는 기억에 남을 정도로 유독 인도의 성폭행 사건은 집중 보도됩니다. 인도는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 세계 1위라는 기사도 나왔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는 데이터가 아닌 전문가의 견해에 기반한 인식 설문조사의 결과였고, 유엔보고서 실제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보다도 성범죄 비율이 낮았습니다.


저자는 2007년 네루대 객원교수로 지내면서 겪은 인도인에 대한 에피소드를 풀어놓기도 합니다. 당시 인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여전히 인도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과장되고 왜곡된 측면이 많은 데다가 남에게서 들은 풍문이 많은지라 실제로 거주하면서 인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사기도 당해보고 배신도 당해봤지만 어디에서건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일반화할 정도는 아니라는 거죠. 이처럼 풍문과 실제와는 많이 다른 점을 일깨웁니다. 이는 한국과 인도 간 관계 발전에 있어 꼭 필요한 정보입니다.


"인도는 무법천지의 야만국가가 아니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식과 법치가 작동하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이다." - 인도의 시대


읽는 내내 인도 저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인구 1위, 국내총생산 규모 5위, 주식시장 규모 4위, 군사력 4위, 국방비 지출 3위, 우주과학 5위... 인도는 강국입니다.​


인도에 대한 오해와 잘못 알려진 상식을 깨뜨리는 <인도의 시대>. 인도를 알면 알수록 경이롭습니다. 인도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세계를 제패한 마르와리 상인, 100년 기업 타타 등 인도인의 가치관을 배우며 오늘날 인도의 정치와 사회까지 다방면으로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인도를 알고 싶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세요.


-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