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문학동네 청소년 66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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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 청소년이 주인공이라 청소년이 읽기 좋은 소설이지만 연령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을 만큼 심쿵하며 읽은 책입니다.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부문 당선 데뷔 이후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로 제8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고  <죽이고 싶은 아이>,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등 주목받는 작가로 발돋움한 이꽃님 작가.


신간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는 작가 스스로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라고 고백할 만큼 스토리가 재미납니다. 경박한 단어 없이 십 대의 마음을 이토록 잘 표현하다니 읽는 내내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을 두드리더라고요.


열일곱 살 유도부 소녀 하지오. 엄마와 둘이서 지내다 엄마의 암 치료 때문에 생전 본 적 없는 아니 존재한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던 아빠에게 가게 됩니다. 엄마가 자신의 나이였을 때 버린 그 아빠라는 사람에게로 말입니다.


열일곱에 덜컥 엄마가 된 엄마를 두고 그 사람은 경찰이 됐다며, 게다가 임신 중인 아내도 있는 가장이라니! 속이 뒤틀리는 지오입니다.


'나대지 말자'가 좌우명인 만큼 아픈 엄마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군말 없이 전학을 간 하지오. 그곳에서 별 희한한 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전교 1등 우등생 유찬. 오 년 전 화재로 부모가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함께 삽니다. 부모를 잃은 날부터 남들은 믿지 못할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속마음이 들리기 시작한 겁니다. 수십 개의 마음의 소리들이 웅웅거리며 귓속으로 몰아닥칩니다. 그때마다 이어폰을 끼고 늘 신경을 곤두세운 채 살고 있습니다.


할머니를 마중하러 기차역에 간 날, 그곳에는 파출소 남 경사가 있었고 그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갑자기 열일곱 살 딸이 생겼다며 아빠라고 할 자격이 있겠냐 걱정하는 마음의 목소리입니다. 그리고 유찬은 그날 낯선 고요를 만나게 됩니다.


저 아이가 기적처럼 나를 평범하게 만든다. - p76 


지오의 속마음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지오가 곁에 있으면 주변 사람들의 소음까지 차단됩니다. 지오와 함께 있으면 다시 예전처럼 평범해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탓인지 지오는 자꾸 피하려고 합니다. 정작 듣지 못하는 지오의 마음이 이제는 궁금해집니다. 속마음이 들리지 않으니 지오가 말할 때면 표정, 몸짓, 억양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서로가 눈에 밟히는 존재가 된 하지오와 유찬의 시선을 번갈아가며 진행하는 스토리 속에서 마음에 묻어뒀던 저마다의 아픔이 툭툭 튀어나올 때마다 어찌나 가슴 저미는 문장들로 표현하는지 눈물 한 바가지 쏟았어요. 화를 낼 때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합니다.


미움, 그리움, 분노, 동정이 뒤섞인 유찬에게 얽힌 비밀이 하나씩 풀려갈 때면 언제나 그곳엔 지오가 있습니다. 사실 지오는 자신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나서야 유찬이를 지킬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데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습니다. 심지어 마을 주민들의 마음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하지오와 유찬이의 기적과도 같은 만남이 이 모든 걸 시작합니다.


마지막 장을 읽기 전까지는 제목이 어떤 의미일지 궁금하게 하는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인생의 변곡점을 만든 날들을 기억하시나요. 살면서 수많은 변곡점이 있을 테지만 해결하기 벅찬 고민 앞에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아내는 인생입니다. 그 힘겨운 선택의 기로에 선 젊은 청춘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 소설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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