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상인가 - 평균에 대한 집착이 낳은 오류와 차별들
사라 채니 지음, 이혜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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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남과 다른 것을 비정상이라 여기게 되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정상'에 집착하고 '평균'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삶을 살게 된 겁니다. 우리가 가진 고민 대부분은 나와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비롯됩니다. 내가 다른 사람과 비슷한지 아닌지를 따지며 평균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정상인가>는 사람에게 일반화가 안긴 폐해를 짚어줍니다. 나의 몸과 마음, 우리 아이, 우리 사회에서 나타난 각종 차별과 억압의 역사와 함께 합니다.


의학사 박사 사라 채니 저자는 10대 시절 스스로를 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주류와는 다른 다소 튀는 행동으로 왕따 딱지가 붙은 채 청소년 시기를 보냈고 그럼에도 속으로는 정상이기를 갈망하는 마음도 존재했다고 고백합니다. 서른이 넘어서야 왜 자신은 다른 사람과 차이를 인정하길 두려워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무엇이 정상이기를 결정하는 것은 누구인지 궁금했고 이 의문을 풀기 위한 여정이 <나는 정상인가>입니다.


1796년 벨기에 통계학자 아돌프 케틀레는 평균을 이상화했던 사람입니다. 인간 사이의 표준은 평균인 동시에 옳은 것이라는 가정을 하게 됩니다. 통계 분석을 근거로 평균인이 진정한 인간을 대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에게 평균이란 완벽을 의미합니다. 표준적인 이상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오류가 되는 겁니다.


19세기 통계학이 대중화되자 과학자들은 인간의 속성을 측정해 평균, 표준을 찾아내고자 시도합니다. 하지만 정상의 과학은 서구 기준이었습니다. 그들은 부유한 서구 백인 남성에 배타적 이성애자인 WEIRD(위어드)였습니다. 12% 위어드 연구 결과로 88%를 일반화한 겁니다. 이는 식민 동화의 핵심으로 작용하며 다른 공동체를 타자화, 주변화 시킵니다.


​"정상성의 역사는 곧 배제의 역사다." - 책 속에서


이상적인 신체에 완벽한 도덕적 정신이 수반되고, 반면 비정상적인 신체에는 부도덕성, 낮은 지능, 질병을 수반한다는 괴상한 논리가 형성됩니다.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창백하고 왜소한 하이드를 "딱히 어디가 기형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불구자 같은 인상을 줬다."라고 묘사한 것처럼 퇴보하는 신체에 대한 개념이 유행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우생학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프랜시스 골턴의 인종 과학도 주류가 됩니다.


긴 머리가 여성미의 기준이 된 것도 다 계기가 있더라고요. 서구 유럽이 표준적인 기준이자 모든 것을 평가하는 잣대가 됩니다. 미국의 다양한 도시에서는 어글리 법을 시행하며 많은 장애인들이 거리에 나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마음에도 정상성의 과학이 적용됩니다. 관례에서 벗어난 행동, 경험으로 정신 질환을 판별하는 겁니다. 정상적인 사회적 역할 수행을 방해한다는 관념이 깔려 있었습니다. 저자는 애초에 정상적인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성이 병의 원인임을 강조한 히스테리. 그 치료법은 결혼이었습니다. 성의 역사도 강제와 통제로 얽혀있습니다. 정상인지 아닌지 그 정상의 기준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감정을 느끼는 수위가 어느 정도여야 정상일까요? 우리는 주관적인 감정을 자주 표출하지 않는 이상 자신을 정상이라 생각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감정을 계량화할 수 있는지 감정의 역사를 살펴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발달 과정이 정상인지, 학습과 사회화가 적절히 이뤄지고 있는지, 행동과 감정에 문제가 없는지 그 과정에서 IQ 테스트, 문제 아동, ADHD 등 아이와 관련한 정상성의 과학을 보여줍니다.


흑인, 노동 계급, 이민자, 도시 빈민, 농촌 지역 사회 등이 배제된 정상성 개념. 이는 오늘날의 사회 구조로 연결됩니다. 선택받은 소수에 바탕을 둔 정상 사회라는 관념에 매몰된 우리의 모습을 짚어줍니다.


정상성의 과학에 이용된 19~20세기에 실시된 조사 연구 질문지 일부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정상이란 관념 자체에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라고 조언하는 <나는 정상인가>. 저자가 제기하는 질문들을 보면서 무엇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지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정상성의 신화를 해체하는 시간이 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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