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아이사카 토마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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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상 최초 심사위원 전원이 만점 수여, 작가 데뷔 5개월 만에 50만 부 이상 판매한 베스트셀러 소설, 믿고 볼 수 있는 2022년 일본 서점대상 1위까지. 도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히가시노 게이고를 제치고 2022년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아이사카 토마 작가의 장편소설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데뷔작이 대박 났습니다.


일본 작가가 쓴 전쟁 소설이라고 하면 작가 성향을 따져보게 됩니다. 혹시라도 군국주의의 잔재가 스며들어있는 책은 아닐까 걱정했거든요. 다행히 아이사카 토마 작가는 전쟁을 세상 그 무엇보다 혐오하는 반전작가라고 하니 믿고 펼쳐봤고, 부담 없이 책추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는 제2차 세계대전 최악의 전쟁으로 손꼽히는 독소전쟁을 배경으로 한 전쟁소설입니다. 젊은 여자 스나이퍼를 메인으로 한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주제의식을 이 책의 모티브로 삼았다고 합니다.


2020년 집필하고 2021년 11월 일본에서 출간한 이 소설. 나온 지 불과 3개월 만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현실에서 또다시 전쟁의 비극이 일어납니다. 이 소설은 "과연 전쟁은 인간에게 무엇을 초래하는가?"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모든 전쟁이 가진 보편성을 질문하는 소설이기에 시의성 있는 소설로 주목받습니다.


"기분 좋은 영웅적 이야기. 아름다운 조국의 이야기. 참혹하고 비극적인 이야기. 무자비한 독재의 이야기. 그것은 독일에서도 소련에서도, 남자들의 이야기였다. 이야기 속의 병사는 반드시 남자의 모습이었다." - 책 속에서


반전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전쟁, 전쟁에 얽힌 여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모스크바 근처 활기 넘치는 작은 농촌 마을에서 반농반렵 생활을 하는 열여덟 살 소녀 세라피마. 곧 모스크바 대학에 입학 예정인 우등생입니다.


작년에 독일의 소련 침공이 시작되었지만 작은 마을은 변함없이 일상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엄마와 함께 밭을 망치는 야생동물 사냥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을은 독일군에 의해 이미 망가졌습니다. 이웃들이 모두 죽었고 엄마마저도 저격병에게 당합니다. 세라피마도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소련 붉은 군대의 등장으로 목숨을 건집니다. 지휘관 이리나는 세라피마를 거둬 저격병 훈련학교에 집어넣습니다.





악에 찬 세라미파는 복수를 원합니다. 삶을 망가뜨린 독일 병사도 죽이고, 엄마를 쏜 저격병도 죽이고,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오히려 자신을 모욕한 지휘관 이리나까지도 죽이겠다고 다짐합니다.


저격병 훈련학교에는 세라피마뿐만 아니라 저마다 목표를 가진 여성 스나이퍼 훈련생들이 있었습니다. 싸울 것인가, 죽을 것인가. 가족을 잃고 홀로 남은 고아들을 저격병으로 키우는 겁니다.


우크라이나 카자크 출신이라 밝힌 소녀는 소련에게 우크라이나는 그저 약탈할 농지일 뿐이라는 말을 내뱉기도 합니다. 현실의 러우 전쟁을 떠오르게 하는 당시 소련과 우크라이나의 관계를 짚어주는 장면이라 섬뜩했습니다.


독일도 미국도 그동안 전쟁에서 여성을 이용하는 방식은 달랐습니다. 소련은 적극적으로 여성 병사를 전투에 투입했습니다. 소설에도 언급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 붉은 군대 저격수였던 실존 인물 류드밀라 파블리첸코는 '죽음의 여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소련 여성 저격병의 상징입니다.


소설에서 묘사하는 저격의 세계는 경이로웠습니다. 그저 T자 조준선 안에 목표물이 들어오면 명중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리나 교관의 훈련을 받으며 성장하는 여성 저격병 훈련생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누군가는 전쟁 앞에 희생되는 약자가 아니라 스스로 싸울 수 있는 자임을 증명하고자, 누군가는 아이들을 희생시키지 않기 위해서, 누군가는 자유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세라피마는 여성을 지키기 위해 싸웁니다.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는 스탈린 체제 소련과 히틀러 파시즘 독일 간의 전쟁인 독소전쟁에서 세라피마가 겪는 전쟁의 실상을 보여줍니다. 전장은 승리하더라도 동료의 죽음을 피할 수 없고, 온갖 부조리한 일들이 벌어지는 전쟁의 모습을 생생하게 접하는 시간입니다.


러우전쟁이 발발한데다가 독소전쟁의 소련 입장에서 진행하면서도 문학상을 받았을 정도이니 기대 이상의 의미를 안겨줄 겁니다. 전쟁이 여성에게 씌우는 참상을 이야기한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를 읽어보세요.


초판 한정 저격소대 일러스트 캐릭터 카드 8종이 함께 있어 해당 카드와 소설 속 인물을 매치하며 읽다 보니 스토리에 깊이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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