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계절 - 함께 살아있고 싶어서 쓰는 삼십 대 여자들의 이야
김진리 외 지음 / 허스토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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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일 때 같은 직장에서 만난 동료에서 저마다의 길을 걷고 있는 30대 중반에도 여전히 친구인 여자들의 이야기 <도시의 계절>.


퇴사를 외치던 직장인에서 알바하는 프리랜서, 무기력한 대학원생, 가난한 스타트업 대표라는 위치에서 살아가며 진리, 예슬, 태인, 무해는 한 해를 기록해 보기로 합니다.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는 하루하루를 빼곡히 기록하진 못해도, 글을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으며 간헐적 기록자로 살던 그들은 순환하는 계절 속에서 24절기마다 한 편의 글을 쓰기로 한 겁니다.


이른바 절기 프로젝트입니다. 입춘에서 대한으로 이어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도시에서 살아가는 여자 넷의 이야기. 계절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 글을 마감하며 그 계절에 스며든 자신의 삶을 들려줍니다.





이들의 글은 느슨합니다. 거대한 여성 서사를 펼치지도 않고 저마다의 힘든 상황을 쓰레기통에 버리듯 내뱉지도 않습니다. 예슬 저자는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대신 '쓰는 행위 그 자체'가 자신에게 선물하는 공감을 받으며 씁니다.


<도시의 계절>은 서로에게 기댐과 돌봄을 주고받는 쓰기 행위를 펼치는 저자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글쓰기의 힘을 믿으면서도 쓰기의 가치를 깨닫게 된 에피소드는 저마다 다릅니다. 무해 저자는 지금 먹고살게 해준 사회성과 쓰기 습관을 기르게 해준 어린 시절 엄마와의 일기 에피소드를, 진리 저자는 많은 걸 드러내야 하는 글쓰기를 통해 도망치지 않는 삶을 선택한 에피소드를, 예슬 저자는 매일의 혼란과 무기력한 와중에 만난 글쓰기 에피소드를, 태인 저자는 공허하고 바쁨으로 내몬 삶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살리는 글쓰기 에피소드를 보여줍니다.


꼬박꼬박 안정적인 월급이 나오던 삶에서 소득이 반 토막 나면서도 변화를 도모한 이들의 이야기. 여전히 친구라는 이름의 울타리를 가진 여자 넷의 관계를 통해 때때로 얻는 만족감의 소중함과 여성 연대의 배려를 만납니다.


저마다의 길을 걸으며 대면하는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이렇게 서로에게 기댈 수 있다는 사려 깊은 애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가는지 되돌아보기도 힘든 마음이라면 이들처럼 계절의 흐름을 1년 24번 만이라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이들의 글을 읽으며 느낀 감정은 애쓴다는 거였습니다. 허망하고 부질없음의 뉘앙스가 아니라 마음을 다해 고민하고 노력한다는 의미로 말이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쓸려가버리는 게 아니라 나를 잊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을 일깨웁니다. 자신을, 서로를 돌보는 이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울림을 안겨 줍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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