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은 왜 독이 든 성배가 되었나 - 한 역학자의 코로나 난중일기
이덕희 지음 / Mid(엠아이디)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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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다운,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팬데믹 동안 익숙해진 용어들입니다. 2020년 3월 WHO 팬데믹 선언 이후 2023년 5월 해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코로나19는 절대 걸리면 안 되는 병이라는 공포심 말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K방역이 있었습니다.


K방역은 바이러스를 통제하고 관리했을까요? 과연 K방역은 또 다른 감염병 공포가 몰아닥쳤을 때도 통할까요?


예방의학자이자 역학자 이덕희 경북의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시 질병청과 반대 입장에서 정책을 비판해온 인물입니다. 하지만 지금에서 보면 그의 이야기는 상식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K-방역은 왜 독이 든 성배가 되었나>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3년간의 기록물입니다. 그 과정에서 방역 정책의 허와 실에 대해 들려줍니다. 강제되었던 K방역의 피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말입니다.


감염병은 걸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걸렸을 때 가능한 한 무증상, 경한 증상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평소 건강한 면역시스템을 위해 노력하는 삶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도록 돕는 게 이 책의 목표입니다.​


3년간의 타임라인을 쭉 살펴보니 대동단결의 힘으로 군소리 없이 따랐던 한국인의 저력에 다시 한번 놀랍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백신 접종, 방역패스. 사회적 낙인을 찍기 바빴고, 선제 격리와 무분별한 PCR 검사, 백신 접종 강제가 이어졌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비판적 사고는 사라졌습니다.


과연 이렇게 해야 할 일이었나에 대한 답이 이 책에 있습니다. 저자는 감염병 유행에 대처하는 방역의 의미를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합니다. K방역의 타임라인을 따라가면서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2020년 1월 28일 국내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 사례가 등장합니다.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가 내려집니다. 확진자가 들렀다 간 응급실은 폐쇄됩니다. 그런데 과연 그 이전에는 없었을까요? 애초에 중국의 원인 미상 폐렴 발생 시기조차 믿기 힘듭니다. 


감염병 유행에 대한 방역대책은 전파를 최소화하는 봉쇄전략과 의료 시스템 과부하가 발생하지 않는 수준으로 환자 발생을 관리하는 완화전략이 있다고 합니다. 봉쇄전략에서 이미 지역사회 전파가 된 상황에서는 완화전략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우리는 개인정보를 터는 동선 추적을 했습니다. 2년 후 오미크론 대유형 시점에서야 완화전략으로 넘어갑니다.


선제 검사도 얼마나 철저히 했는지 기억하시나요. 이 역시 초기 단계에서 효과적이지만,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 후의 선제 검사는 구멍 뚫린 그물로 고기를 잡으려는 것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마스크는 실내에선 벗은 채 먹고 마시고, 실외에선 열심히 썼습니다.​


개인을 추적하는 방역대책을 장기간 지속하면 불신, 반복, 혐오, 증오가 사회에 만연해진다고 합니다. 전형적인 근시안적 정책이었던 겁니다. 코로나로는 죽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저자는 당시 교차면역의 핵심을 강조했습니다. K방역은 면역 시스템 훈련 기회를 빼앗고 향후 찾아올 감염병에 국민들을 취약하게 만들었습니다.


왜 아프리카는 초토화되지 않았는지, 감염병 팬데믹에 대한 표준 프로토콜을 고수하며 고위험군은 보호하되 건강한 일반인들은 일상생활을 하도록 해 락다운을 따르지 않았다고 세계의 비난을 받았던 스웨덴 사례를 통해 최종 성적표도 비교해 봅니다.


<K-방역은 왜 독이 든 성배가 되었나>는 적정 방역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를 짚어줍니다. 방역 1등 국가라는 타이틀이 독이 든 성배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방역대책은 절대로 걸리면 안 되는 병이라는 공포심을 바탕으로 펼쳤기에 진한 아쉬움을 남깁니다.


유행 초기 단계에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해야 하지만 그다음엔 개개인이 가진 면역력이 중요해진다고 합니다. 선천면역의 역할을 일깨우고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습관을 알리는 게 공중보건의 역할입니다.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 내 몸의 면역력을 일깨우는 게 또 다른 유행병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기본값인 겁니다.​


우리의 면역력을 높이는 것 중에 가장 좋은 방법은 감염 그 자체를 많이 경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무증상으로 지나가는 것이 100점인 겁니다. 저자는 초기부터 코로나19를 독감 유행에 준해서 대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덕희 교수는 바이러스 감염병을 상대로 K방역이 가진 환상을 깨뜨립니다. 모든 감염병은 신종으로 시작해 공생으로 마무리한다고 합니다. 위드 코로나로 가는 올바른 길을 짚어주는 <K-방역은 왜 독이 든 성배가 되었나>. 노출과 감염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사는 위드 코로나 시대라고 하면서도 정작 개인의 면역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든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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