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과 해방 사이
이다희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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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정한 표준에서 벗어난 적 없는 무색무취의 보통 여자로 살다 규격의 경계 너머로 기웃거리기 시작한 이다희 저자의 성장 에세이 <순종과 해방 사이>.


"나는 오늘도 조금 더 용감해진다." - 책 속에서


내 것이 아닌 삶을 살다 보니 결국 몸이 신호를 보내오더라고 합니다. 답답함에 숨이 막혔고, 숨을 쉬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글의 형식으로 말이죠.


부치지 않는 편지글 속에는 원망, 분노, 자책, 자기 연민으로 가득합니다. 그러다 기어코 엄마 앞에서 터집니다. 그런 자신을 묵묵히 안아주던 엄마의 손길. 이 세상에 나를 끌어안아 주는 사람이 있다는 한 줄기 빛이 되어줍니다.


그때 경험한 감정은 진짜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을 내디딜 수 있도록 용기가 되어줍니다. 순종에서 해방으로 향하는 여정. 그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처음으로 되돌아갈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방향을 잡아준 건 당시에 읽은 책이었습니다.


조남주의 『그녀 이름은』을 읽으며 고분고분한 여자의 역할을 하면 착한 사람이란 말은 듣겠지만 자기 인생을 살지 못한다는 걸 확인하기도 합니다.  왜 내 결혼만 망했을까라는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혔을 때 읽은 브레네 브라운의 『수치심 권하는 사회』는 진흙탕 같은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하기로 마음먹도록 도와줬습니다.


그는 책을 통해 연대와 공감의 힘을 배우게 됩니다. 그 힘을 독자에게도 이어줍니다. 순종에서 해방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필요한 질문을 던지며 나로 사는 법을 터득해가는 여정에 동참하도록 합니다.


가슴 답답한 불안함과 나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걸 어떻게 해소해나가는지 실천적 행동을 보여주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겪는 불안과 두려움은 책 속 문장이라는 약을 통해 조금씩 다스려나갑니다. 책에 적혀있는 이야기가 자신을 향하고 있을 때 이다희 작가는 얼른 손을 잡았습니다.


"수치심과 취약함을 감추느라 써온 에너지를 이제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쓸 수 있게 되었어." - p39





때로는 노력한 게 무용한 것처럼 끝나 버릴 것 같다는 절망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때 읽은 나탈리 골드버그의 『글 쓰며 사는 삶』은 절망적인 날에도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행위 자체에 의미를 찾는 글쓰기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단정하고 선한 모습만 선별해서 보여주는 삶 대신, 아무런 보상이나 성과가 없어도 온 마음을 기울여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 시간입니다.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가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것은 거대한 현실도, 도무지 바뀔 것 같지 않은 세상도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 소명을 찾아가는 길,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 가는 과정이 너무 멀게만 느껴져서 스스로를 작게 만든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 떠올랐어." - p269​


읽는 내내 여성 연대의 힘을 오롯이 받을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이야기가 가득했습니다. 아직은 더듬더듬 찾아가는 중이지만, 매일 조금씩 더 용감해지고 있는 중이라는 작가처럼 당신의 용감한 해방을 응원하는 책입니다.


-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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