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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3년 6월
평점 :

"모든 괴로움은 욕심과 집착에서 시작된다." - 책 속에서
40년간 수행생활을 해오고 있는 선승 미나미 지키사이의 <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인생이 힘겨워서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조언이 가득합니다. 듣기 좋은 말, 뻔한 조언 따위 없습니다. 뜻밖의 쇼킹한 발언이 많습니다.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사는 사람들과 마주하며 대화를 나누며 든 생각과 수행 생활에서 느낀 점을 들려주는 <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자신이 놓인 상황을 한 번쯤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괴로움을 떨쳐내고 싶다 해도 쉽사리 놓지 못하는 건 애초에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대신 고민을 차근차근 뜯어보자고 합니다.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이 시점에서 '나'의 존재 의미를 찾으라고 하지요. 그런데 미나미 지키사이 스님은 우연히 태어난 '나'라는 존재에 의미를 찾지 말라고 합니다. 꿈과 희망도 짐이 된다고 말합니다. 감정에 휘둘려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죽음을 향해 매일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길을 잘 살아내는 힘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이 책의 목표는 '별일이 다 있지만 산다는 건 좋은 거네'라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그저 '기억'과 '타인과의 관계'로 쌓아 올린 허상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름, 나이, 성별, 성격, 직업, 가족... 우리가 말하는 '나'는 나를 이루는 속성일 뿐입니다. 이걸 걷어내면 뭐가 남을까요.
태어날 때 내 의지는 없습니다. 스스로 바란 적 없는 세상에 태어나, 아무 근거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겁니다. 그게 삶이라고 합니다. 타인에 의해 '남들과는 다른 나'로 규정되어 살아가는 거라는 걸 일깨웁니다. 굳이 의미를 찾으려 바득바득 애쓰지 말자고 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고 말입니다.
고민이 많다며 괴롭다는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고민을 선명히 바라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잘 안 풀린다, 늘 불안하다 식으로 딱지 붙이고 더 깊이 생각하기를 포기한 상태로 머뭅니다. 다음 발을 내디딜 수 있으려면 문제를 들여다봐야 하는데 말입니다.
내가 지금 가진 고민은 정말 내 문제인가 생각해 보자고 합니다. 사실은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에 관한 고민이 대부분입니다. 얼마나 괴로운지에 초점 맞추지 말고 관계를 들여다봐야 문제의 본질이 드러난다고 합니다. 감정과 상황을 분리하는 태도를 일깨웁니다.
꿈을 이루는 것보다 중요한 건 꿈이 무너져도 살아갈 수 있는가라고 합니다. 그 꿈이라는 환상이 걷혔을 때의 현실이 두렵기 때문에 하염없이 붙들고 있지는 않은지 묻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을 막연하게 그리지 말고 목표로 바꾸어 구체적으로 생각하자고 조언합니다.

힘을 빼고 무심히 살아도 된다는 스님의 말은 허무주의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때로는 흘러가도록 두어도 괜찮다고 하면서 동시에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분명하고 삶에 명확한 테마를 가질 수 있는 태도로 연결시킵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신의 밑바탕을 일깨우는 조언, 감정을 다루는 지혜가 가득합니다.
감정에 휘둘려 괴롭다면 일단 몸으로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합니다. 좌선을 하거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등 마음이 번잡할 때 가라앉히는 도움 되는 것들을 찾으라고 합니다. 오감에 집중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일상에서 손쉽게, 온전히 혼자 할 수 있는 것으로 평소 습관을 들이자고 합니다. 고민을 속으로 생각만 하며 감정이 헛돌게 하지 말고 말과 글로 표현하는 것도 좋다고 합니다.
오랜 세월 참선하며 수행하는 절에서도 여느 직장과 똑같은 모습을 고백하는 장면이 흥미로웠습니다. 후배는 내 맘 같지 않고 상사는 말이 안 통해 화가 몰려오는 상황 말입니다. 그럴 때마다 스님도 참선을 통해 마음을 다스려나갔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고민이 당장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나아질 수 있다는 방향이 있음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여유로워지는 기분이랄까요. 공허하다는 허탈감에 빠지게 하는 온갖 고민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선사하는 책입니다. 생의 마지막 즈음에 '괜찮은 인생이었다'라며 되돌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살아내기 위한 기술을 알려주는 책 <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유연한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힘을 빼며 살 수 있는 선승의 지혜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