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저자 은유 추천
낸시 슬로님 애러니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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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열풍이 불면서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용기를 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시작조차 힘든 일입니다. 독자의 가슴을 두드리는 개인의 서사를 이야기하는 자전적 에세이는 단순히 자서전이 아닙니다. 자아도취적 글도 아닙니다. 그리고 그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기록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며 하버드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의 글쓰기 강의를 하는 낸시 슬로님 애러니 저자는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의 진실한 의미를 들려줍니다.


저자의 아들은 생후 9개월에 당뇨병, 스물두 살에 다발성경화증 진단을 받고 서른여덟 살에 사망했습니다. 평생 아픈 아이를 돌봐야 했던 그는 삶의 인질이 되어 살아왔었다고 고백합니다. 일찍 자식을 떠나보낸 엄마의 부서진 마음을 달래준 최고의 치료제는 자전적 에세이 쓰기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치료제를 처방한 사람도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자전적 에세이를 쓰면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우리는 어떻게 그렇게 웃으면서 또 거의 동시에 울 수 있었을까?"입니다. 고통스러운 시간에도 아름다움으로 채워진 순간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시작은 쉽지 않습니다. 뭔가 쓸 말이 많은 듯하면서도 꽉 막혀 있습니다. 이럴 땐 편집자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책날개에 들어갈 글을 써보라고 합니다. 수천 가지 이야기를 줄여나갈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머뭇거리는 사람에게 저자는 다시 한번 묻습니다. 당신은 글을 쓰는 대신 무엇을 하는지 말입니다. 그것에 대해 쓰라고 합니다.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은 창작의 과정을 순차적으로 밟아나가며 일단 글을 끝맺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끝에 이르러서는 내 삶의 문제 해결과 치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그 여정에서 저자의 노하우는 나도 잊고 있었거나 숨겨뒀던 내 안의 이야기를 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더불어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에서 발췌한 문장과 글쓰기 워크숍의 사례는 창작에 유의미한 단서가 되어 아이디어가 퐁퐁 샘솟습니다. 길잡이 코너에서 저자가 던지는 질문을 고민하며 써 내려가는 것만으로 한 편의 글이 뚝딱 완성됩니다.


연습 사례 중 보자마자 당장 쓰고 싶은 주제가 있었어요. "나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은 OOO을 갖고 있다."입니다. 아마도 그 글에는 숨어 있던 인정 욕구가 드러날지도 모릅니다. 날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도 있을 겁니다. 운 좋으면 통찰로 이어질 테고요.


저자는 아들뿐만 아니라 언니도 암으로 먼저 떠나보냈습니다. 씩씩하게 생의 마감을 준비하는 언니의 모습을 보며 괜찮은 줄 알았는데 당시의 상황을 글로 쓰면서 비로소 생각만큼 괜찮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처럼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내가 정말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면 수많은 압력이 쌓여 분기점이라 말할 만한 시점이 나타납니다.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고 노력을 들였는지, 변화란 것이 얼마나 점진적이고 미묘하게 이루어지는지 드러나는 겁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대전환이 일어나는 순간이 나타납니다. 의식과 행동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그동안 거부하던 것을 받아들이고, 아주 오랫동안 괴롭혀온 걱정거리에 마침표를 찍게 되는 겁니다.


처음에 쓰는 글은 엉망진창일 테지만 연습용 와플인 셈으로 치면 된다고 응원합니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관점으로 써보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관점이 바뀌는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디에서 막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새로운 통찰을 얻어서 치유의 길로 나아갈 수도 있다." - 책 속에서


수많은 변곡점을 맞닥뜨리면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면 그로 인해 침묵하게 된다고 합니다. 멈추게 되고 구속당하게 됩니다. 그렇게 탄생한 책은 평범하고 지루합니다.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물론 얼마나 고통받았는지를 일일이 다 들려줄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여러 이야기들 중 선택하고 솎아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저자가 내주는 숙제를 하다 보면 일기를 써야겠단 생각이 절로 드는데 역시나 제발 일기 쓰라는 조언이 등장합니다. 곱씹고 글로 써서 해방시켜야 치유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억하지 못하는 게 얼마나 많은지요. 돌이켜보면 당시의 감정만 어렴풋이 남을 뿐이더라고요.


"당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면 당신의 여정을 기록해야 한다." - 책 속에서


여기서 궁금증. "그냥 일기를 전부 모아서 책으로 내면 안 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 "시도는 좋았어요, 베짱이 씨." 일기와 자전적 서사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저 말은 쏙 들어갑니다. 자전적 에세이는 단순히 서사를 내보이는 게 다가 아닙니다. 그 일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변화의 과정을 보여줘야 합니다.


때로는 유쾌한 농담으로, 때로는 아릿한 슬픔이 깃든 담담한 문체로 끌어나가는 저자의 다채로운 글에 반하게 됩니다.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은 애도의 여정 속에서 자전적 에세이를 쓰는 기술적인 방법론과 치유에 이르는 해방감에 이르는 법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핵심은 빠져나오는 것이 가능했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내면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가 고통을 느끼는 걸 피하기만 해서는 그 길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진정한 치유를 위한 글쓰기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로 직접 보여주는 의미있는 책입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은 예비 작가들의 필독서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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