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마음들 - 우리가 저마다 소리를 유일무이하게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과학적 탐구
니나 크라우스 지음, 장호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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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뉴런은 1000분의 1초 만에 계산해 내는 우리 몸에서 가장 빠른 감각이라고 합니다. 놀랍지 않은가요. 시각이 매초 스물다섯 번에서 서른 번 모습을 바꾼다고 상상하면 벌써 정신이 사나워집니다.


소리와 뇌과학의 만남 <소리의 마음들>. 30년 이상 소리와 청각을 연구해온 신경과학자 니나 크라우스는 다양한 소리를 들을 때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 비밀을 파헤칩니다.


읽는 뇌에 관한 전문가 <다시, 책으로>의 매리언 울프와 <노래하는 뇌>를 쓴 대니얼 레비틴의 추천사가 있어 관심 있게 읽은 책입니다. 음악은 그렇다 치고 읽기와는 어떤 밀접한 영향이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소리의 마음들>이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의미가 아리송했어요. 그래서 '마음'의 사전적 의미를 다시 한번 들여다봤습니다. 마음이란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이나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이자 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 따위가 생기거나 자리 잡는 공간이나 위치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리의 마음(sound mind)이란 소리가 우리에게 행하는 것을 뜻합니다.


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수동적으로 듣기만 할까요? 소리적 경험이 우리에게 흔적을 남깁니다. 소리를 알아들을 때 소리에 깊게 관여하는 겁니다. 듣는다는 것은 감각하고 움직이고 생각하고 느끼는 활동입니다. 소리와 뇌가 협업하는 겁니다.


소리가 없는 환경이 있을까요? 아무리 조용한 방음실이라도 내 몸에서 나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눈을 감듯 귀를 닫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소리를 무시할 순 있습니다. 시끄러운 장소에서도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아이들은 부모의 잔소리를 흘려버리는 능력은 최고 아닙니까. 왜 우리의 뇌는 의미 있는 소리에 다르게 반응할까요?


반면 소리는 인식하지만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는 못하거나, 소란스러운 장소에서 듣는 게 몹시 어려운 사람도 있습니다. 청각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소리가 사람마다 다른 소리적 세계를 어떻게 발달시키고 우리가 세상과 관계를 맺도록 만드는지 <소리의 마음들>에서 알려줍니다. 음악, 읽기, 이중언어,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여러 상황에서 소리 마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하나씩 살펴봅니다.


"소리는 뇌 건강의 보이지 않는 동지이자 적이다." - 책 속에서


음악가들은 악기 소리에 대한 피질의 반응이 비음악가들보다 더 활발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음악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소리, 말소리에 반응하는 방식도 달라진다고 합니다. 그저 앞뒤로 진동하는 공기 분자일 뿐인 소리이지만 우리는 미묘한 차이를 잘 구별할 줄 압니다. 우리가 소리를 구별할 수 있는 건 음높이, 음색, 타이밍에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빌, 필 소리를 낼 때 혀와 입술 위치는 거의 똑같지만 찰나의 타이밍이 차이를 만든다고 합니다.


소리 마음은 소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처리합니다. 뇌가 소리를 처리하는 과정을 믹싱보드로 비유합니다. 이 조절기는 경험, 전문지식, 결핍, 퇴화 등의 이유로 뇌마다 다르게 설정됩니다. 음악가의 뇌는 적극적으로 소리 마음이 활성화되어 있는 거죠. 우리는 저마다 다른 소리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리가 의미로 연결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청각뉴런은 다른 뇌신경처럼 신경가소성이 작용해 학습을 통해 바뀔 수 있습니다. 우리의 소리 마음은 경험의 산물입니다. 학습은 청각피질, 피질 하부, 청각신경, 귀 자체에 이르기까지 청각 경로의 모든 부위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삶의 소리들이 우리 뇌의 모습을 만든다." - 책 속에서





소리는 읽기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음성 언어를 말하고 알아듣는 것을 주관하는 영역은 청각 영역의 역할이 크다고 합니다. 언어는 소리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읽기의 뿌리는 언어에 있고, 언어학습은 소리 패턴을 판별하는 데 달려 있는 겁니다. 이중언어자 연구도 등장합니다. 제2의 언어가 어떻게 소리 마음에 혜택을 주는지 살펴봅니다.


난독증의 경우 음높이 둘을 구별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합니다. 결국 뇌의 소리 구성 요소 처리 문제 극복을 하고, 소리를 잘 경험하면 언어 발달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음악교육을 통해 소리 마음이 모습을 갖추게 할 수 있는 겁니다. 저자의 장기 추적 연구인 하모니 프로젝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음악을 수동적으로 듣는 것이 소리 마음에 오래도록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다고 합니다.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합니다. 음악 기초 훈련을 시작으로 음악을 직접 만들어내는 (악기를 연주하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확실히 효과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원치 않는 소리인 소음의 폐해에 대해서도 알려주는데요. 청력을 손상시킬 만큼 충격적인 소음이 아니더라도 비교적 안전한 일상의 교통소음, 환경소음들조차 피해가 생각보다 크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뉴런 발화가 내는 머릿속 배경소음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도 알게 되었습니다. 바깥소음만 문제 되는 게 아니라 뇌가 과잉 활동했을 때 신경소음을 낸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이런 소음들은 모두 소리 마음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소음 제거 기술을 이용한 귀마개, 헤드폰을 사용하는 게 도움 되지만 고가의 제품이기도 하고 하루 종일 착용하기도 힘들지요. 침묵을 가벼이 여기고 우리의 뇌가 소음에 익숙해져 버리면 세상은 그만큼 더 시끄러워질 거라고 합니다. 저자는 소음에 더 신경 쓰는 사회로 나아가는 방법을 고민해 봅니다.


우리의 몸은 세월이 흐를수록 퇴화합니다. 노화에 따른 달팽이관의 퇴화와 함께 뇌의 듣기 중추도 퇴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듣는 능력이 약화되면 일상생활에 꽤 큰 악영향을 끼친다는 걸 짚어줍니다. 청력이 손상된 노년에는 적극적으로 보청기 착용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소리 마음을 재조직화해 듣는 능력을 높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음악, 언어, 운동과 같은 것들이 어떻게 소리 마음과 영향을 주고받는지 알려주는 <소리의 마음들>. 소리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을 익혀 건강한 노년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소리의 힘을 실천해 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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