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굉장한 세계 - 경이로운 동물의 감각, 우리 주위의 숨겨진 세계를 드러내다
에드 용 지음, 양병찬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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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카네기 메달 논픽션 수상작이자 퓰리처상 수상작가 에드 용의 교양과학도서 <이토록 굉장한 세계>. 전작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에서는 작디작은 크기이지만 우주처럼 넓은 미생물 세계에 푹 빠져들게 하더니 이번 신작도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뽐냅니다. 크고 작은 수많은 동물들의 감각 세계로 초대합니다.


같은 장소에 있어도 동물들은 서로 다른 환경세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에드 용이 책 전반에서 말하는 '환경세계' (동물학자 야콥 폰 윅스퀼이 정의)란 단순한 주변 환경을 말하는 게 아니라 동물이 감지하고 경험할 수 있는 지각적 세계를 뜻합니다.​


인간은 전기장과 자기장, 초저주파를 감지하지 못하지만 그것들을 감지할 수 있는 동물들이 있듯 동물은 다양한 지각적 세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화려한 꽃과 멋진 구름을 인간은 세계의 일부로 바라보지만 어떤 동물에게는 그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합니다.


"감각은 세상의 혼돈을 우리가 반응하고 행동할 수 있는 지각과 경험으로 변환한다." - 책 속에서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대표하는 감각. 분류하기 힘든 다른 감각도 많습니다. 감각이 탁월할수록 좋을까요.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는 동물은 없습니다. 필요한 것만 가지고 있습니다. <이토록 굉장한 세계>는 동물들이 감각을 사용하는 메커니즘을 소개합니다.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비밀도 많지만 여전히 미스터리인 것도 수두룩합니다.


현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 저널리스트로 손꼽히는 에드 용 저자는 특유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이 책에서 마음껏 발휘합니다. 인간의 감각에 의해 편향되고 왜곡된 해석을 내리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말이죠. 인간의 감각으로 동물의 감각을 재단하면 안 된다는 걸 끊임없이 보여줍니다.​


냄새를 잘 맡는 동물 하면 인간의 친구인 개가 떠오릅니다. 냄새 잘 맡는 사람을 개코라고 부를 만큼 개는 후각 능력이 탁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단순히 개가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음을 추상적으로 인식할 뿐입니다. <이토록 굉장한 세계>는 인간 중심 사고방식을 건드립니다. 후각이 개의 내면적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들의 후각세계가 시각세계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으니까요.


인간은 서로의 냄새를 맡는 행위를 불쾌하게 여기기에 산책하면서 반려견이 온갖 곳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면 목줄을 당기게 됩니다. 저자는 반려견에게 코를 킁킁거리는 즐거움을 허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개를 개가 되게 하라고 말입니다.​


인간은 시각적인 종이어서 본능적으로 활동적인 눈을 활동적인 지성과 동일시한다고 합니다. 시각만 해도 무척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예리하다고 우월한 건 아닌데 말입니다. 카메라 같은 눈, 겹눈, 암석으로 된 렌즈를 가진 눈... 동물들은 각양각색의 눈으로 선명하게 혹은 흐릿하게 세상을 인식합니다. 어떤 동물은 굳이 선명한 이미지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소유자의 필요에 맞게 진화했을 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정보는 시간의 흐름을 다르게 감지하는 눈이 있다는 거였어요. 무언가를 보면 즉각적으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했는데! 장수거북의 눈에 인간은 파리처럼 미친 듯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파리의 눈에는 세상이 슬로모션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게 너무나도 신기했습니다. (파리를 잡고 싶다면 아주 천.천.히 다가가세요! 충분히 느리다면, 파리는 내 손을 배경의 일부로 간주할 거라는군요.)​





따끔거림, 찔림, 화상, 욱신거림, 경련... 인간이 고통스럽게 여기는 통증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유해한 자극들을 탐지하는 센서 통각수용체. 동물에 따라 이 통각수용체가 기능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게다가 피해야 할 것과 용인해야 하는 것이 종마다 다르기도 합니다. 위험에 닥쳤을 때 소라껍데기를 벗고 홀라당 도망치는 소라게가 주변에 포식자가 있다면 어떻게든 껍데기 속에서 버티려는 것처럼 여러 정보를 저울질한 후 결정을 내린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단순한 신경계를 가졌음에도 복잡한 반응을 보이는 겁니다.​


그 외 전동, 전류, 질감, 압력 등 물리적 자극을 다루는 기계적 감각 중 하나인 촉각과 듣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청각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인간의 감각기관과는 다르게 작동하는 동물의 감각 세계를 알면 알수록 놀랍고 경이롭습니다.


인간은 느낄 수 없는 것들을 감지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는 인간이 인식하는 세상의 범위를 확장하게 합니다. 이 과정에는 상상력이 필수입니다. 물론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일 테지만요.​ 풍부한 자극으로 가득한 세상. 하나의 감각에만 의존하는 동물은 없듯 지금까지는 인간 중심의 사고로 나와 세상을 이해해왔고, 그 세계는 지극히 한정적이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더불어 인간의 환경세계 안에 동물이 살도록 강요하고 있음을 생생하게 깨닫는 시간입니다. 소음 공해, 빛 공해 등 인위적인 자극으로 동물들의 감각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민감한 종을 몰아내버리고 있습니다. 인간의 환경세계에서 벗어나 생물의 환경세계를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을 일깨우는 <이토록 굉장한 세계>. 납작해진 감각 세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위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만나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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