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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당무는 이제 안녕 - 발표만 잘하면 소원이 없겠네
이정화 지음 / CRETA(크레타) / 2023년 4월
평점 :
발표 불안러들 다 모이세요! 발표에 대한 공포 때문에 주저하고 의심하고 멈추곤 했던 경험이 있다면 이정화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홍당무는 이제 안녕>은 업무 보고나 세미나 발표 같은 일정이 잡히면 며칠 전부터 안절부절못했던 발표 불안의 터널에서 빠져나온 이정화 저자가 발표 불안의 여정과 해소 방법을 담은 책입니다.
저자가 처음부터 발표를 두려워했던 건 아닙니다. 어린 시절엔 오히려 이야기꾼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그런데 20대 초반에 발표 울렁증으로 불안의 세계에 들어서게 된 겁니다. 일 욕심 많은 사람이 발표 스트레스로 발목 잡히게 되고, 발표 불안 때문에 상처받은 마음이 삶의 질을 얼마나 떨어뜨리는지 온몸으로 경험합니다. 20대와 30대 커리어 상 중요한 시기에 발표 자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절하고 피하느라 좋은 기회를 많이 놓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쏟으며 탈출의 길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발표 불안에 대한 전문의들의 책은 자신은 환자도 아닌데 왜 읽어야 하는지, 오히려 심적 거부감이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흥미롭게도 저자가 찾은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고 효과가 꽤 좋았다고 합니다.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울 정도로 말이죠. <홍당무는 이제 안녕>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편하게, 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발표 불안에 대한 책을 만나보세요.
불안은 생존 반응이어서 모두가 갖고 있고, 그 원인도 증상도 다양합니다. 이 책은 여러 불안증 중 발표 불안에 대해 초점을 맞춥니다. 발표 전 긴장하게 되면 얼굴에 열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굴이 빨개지면 긴장한 티를 내는 약한 내 내면이 노출되는 것 같아 더 신경 쓰입니다. 그저 얼굴이 홍당무가 되는 걸 싫어한 게 아니라 그걸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속마음이 숨어 있습니다.
이 생각은 불필요한 수치심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수치심은 내 안에 나답지 않은 내 목소리 하나를 더 키운다고 합니다. 별의별 부정적인 생각, 우울한 생각, 지저분한 생각으로 결국 마음이 꽉 차게 됩니다. 일상을 무너뜨릴 정도의 무기력으로 이어집니다. 자존감이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발표 불안으로부터의 탈출이 과연 가능할까요? 누구나 긴장은 다 하지만 발표 전 불안 증후군을 앓는 이들에게 그 시간은 단순한 긴장감이 아니라 지독한 고통의 시간입니다. 이정화 저자는 아주 간단한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탈출 여정이 시작한다고 합니다. 바로 인식입니다. 자연스러운 신체 반응을 용납 못 했던 내 마음이 문제다라는 인식을요.
그리고 내 현재를 상태를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당연히 원인을 알아야 합니다.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되면 극복을 위한 다음 단계로의 진입이 수월합니다. 저자의 경우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트라우마 경험을 뒤늦게 발견했고, 어떻게 하면 좋아질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게 됩니다.
<홍당무는 이제 안녕>은 부정적인 생각을 반박하며 사라지게 만드는 시도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문장 예시로 잘 보여주고 있어 쉽게 이해됩니다. '긴장한 티가 나는 것은 멍청이 같다. 절대로 티가 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 '이건 나쁜 거야. 긴장한 티가 나는 건 당연한 거야. 긴장 좀 하면 어때.'하면서 긴장될 때마다 습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연습했다고 합니다.
에게? 겨우 그걸로 사라진다고? 싶을 테죠. 오랜 시간 자리 잡은 부정적인 생각을 한 번에 툭 떼어 낼 수는 없지만, 단호하게 부정적인 생각을 거부하는 걸 착실하게 반복해 보셨나요. 이 단계에 이르면 허무할 정도로 효과가 아주 크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고 합니다.
발표 불안은 생각의 습관입니다. 부정적이고 불안한 생각에 따라 몸이 반응하는 거라는 걸 받아들이면 오히려 돌파구가 보인다고 합니다. 중요한 건 생각을 바꾸면 몸이 변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실천에 옮기는 행동입니다. 불안을 더 증폭시키는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올 때 '이건 내가 만들어내는 감정이야. 근거도 없고 실체도 없어. 저리 가'를 속으로 외쳐보자고 응원합니다.
"나쁜 감정이 나를 쥐고 있는 듯하지만, 실은 그 감정을 흘려보내지 못하고 붙잡고 있는 건 나 자신이라는 걸 알게 될 때 마음에 평화가 온다." - 책 속에서
혼자보다는 함께 격려하고 배움을 나누며 성장할 수 있는 발표 두레에 대해서도 들려줍니다. 발표 울렁증을 극복하려면 원인과 관계없이 노력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첫 모임을 나가기로 덜컥 마음먹고 실제 참석하기까지 그 사이에도 온갖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동병상련식 동지애가 장착된 사람들과 함께 극복 과정을 훨씬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며 발표 두레의 효과를 칭찬하고 있으니 살펴보세요.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칭찬할 준비입니다. 발표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은 내가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과 관계있다고 합니다. 청자의 입장이 되었을 때 화자의 발표를 예민하고 꼼꼼하게, 면밀히 살피면서 그런 관점을 자신에게도 적용하지 않으셨나요. 내가 다른 사람의 발표를 비판적이고 날카롭게 보면 정작 내가 발표할 때 다른 사람도 나를 그렇게 볼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칭찬 폭격은 발표 울렁증인 본인에게 더 큰 효과를 안겨줍니다. 최면을 걸듯 내가 먼저 고운 시선의 청중이 되어 화자를 보면, 내가 발표할 때 다른 사람의 시선이 점점 다르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점점 긴장감이 줄어들고 불안 증세가 훨씬 덜 나타나는 날이 찾아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발표 때문에 불안하면서도 왜 불안한 건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단순히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하고 불안감을 느끼는 그 감정 자체가 진 빠지게 해서 사고가 막혔던 것 같아요. 사고의 방향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의식적으로 주문을 외우는 말 자체가 가진 힘을 믿어보라고 응원하는 <홍당무는 이제 안녕>.
발표 때문에 퇴사를 생각할 만큼 긴장을 불편하게 받아들이고 통제하려는 심리적인 압박이 심한 불안러들의 심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이정화 저자. 글로벌 협상가이자 다양한 분야의 사업가로 성장하기까지 어떻게 발표 불안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만나는 시간입니다.
-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