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균류 - 신비한 버섯의 삶
로베르트 호프리히터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집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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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을 사랑하는 생물학자 로베르트 호프리히터의 <세상의 모든 균류>. 버섯에 관심 많았던 어린 시절의 취미가 직업이 된 행복한 사람입니다. 단순히 식용 재배 버섯 몇 가지만 아는 저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균류의 세상을 만나며 숨 쉴 때마다 포자를 들이마신다는 게 자꾸 생각나는 부작용을 겪고 있습니다만. 🤣 (숨을 한 번 쉴 때마다 우리는 최소 10개의 균류 포자를 들이마신다고!)


균류 하면 기생하거나 동식물을 죽이는 균이 먼저 떠오르지만 저자는 버섯을 중심으로 균류의 협력하는 공생의 삶을 들려줍니다. 생물학적으로 균류는 동물과 식물과는 별개의 독자적인 생명 형태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숲의 네트워크를 긴 세월 동안 균류가 만들어내었다고 합니다. 균류와 식물 간에는 서로 돕고 힘을 모아 공생하는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는 겁니다. 특히 난초는 생의 첫 단계에 균류의 도움이 필수여서 균류가 없었다면 우리는 난초를 만날 수 없었을 거라고 합니다.


식물과 균류의 공생뿐만 아니라 균류와 인간과의 관계도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샤먼 의식과 약으로 많이 사용했고, 치즈, 빵, 포도주, 맥주 등 먹거리는 물론이고 친환경세제 등 생필품 제조에도 이용합니다.


균류는 땅이나 나무에 사는 실 모양의 생명체입니다. 1㎤의 흙에 최고 20킬로미터의 균사가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2400살 정도로 추정하는 오리건 주의 뽕나무버섯처럼 수명이 긴 균류도 있고, 사막이나 화산과 같은 극한환경에서 자라는 균류도 있고 바다에도 엄청난 숫자의 균류가 살고 있습니다.


균류는 리사이클링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폴리우레탄을 분해할 수 있는 균류도 있고, 방사능 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바꿔 원자력 기술자 능력을 가진 균류도 있다고 합니다. 인간이 더럽힌 토양을 정화할 수 있는 겁니다. 우리는 균류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 문화사 속 균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주는 <세상의 모든 균류>. 숲과 인간이 사는 세상에 미치는 균류의 생태학적 영향력은 알면 알수록 놀랍습니다.


버섯이 식물과 비슷한 생김새여서 식물에 가깝게 바라봤지만 사실 균류는 생태학적 관점에서 식물보다는 동물에 더 가깝다고 합니다. 유기물을 먹고 사는 분해자입니다. 죽은 유기물, 살아있는 유기체에서 양분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균류는 균사체, 갓, 포자로 이뤄져 있습니다. 우리가 버섯이라 부르는 부분이 갓 부분입니다. 야생 버섯 하면 독버섯이 떠오르는데 저자는 전문가가 아닌 한 식용버섯 구별법을 무턱대고 믿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독버섯은 알록달록한 색깔을 띨 거라 생각하지만 순백색 독버섯도 많고 음흉한 갈색 독버섯도 많더라고요. 역사적으로 균류와 독이 일으킨 사건 사고들을 살펴보기도 합니다.





최근 균독물학, 의학균학 발달로 지식이 업데이트되면서 모든 버섯에는 많건 적건 독성이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용량의 문제일 뿐! 식용버섯은 가장 독성이 적은 버섯인 겁니다. 신선하지 않거나 저장을 잘못했거나 충분히 익히지 않은 경우 독버섯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마침 오늘 뉴스 기사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더라고요. 지뢰밭에서 목숨을 걸고 트러플(송로버섯)을 채취하는 시리아인들의 삶에 대한 기사였어요. 이 책에는 재배가 불가한 트러플, 동충하초, 송이버섯처럼 인기 높은 귀족 버섯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공생 파트너, 기후조건, 성장 장소 기준이 까다로운 버섯들입니다.


반면 우리가 흔히 식재료로 사용하는 식용 재배버섯들도 많습니다. 재밌게도 버섯 농사는 흰개미가 먼저 했다는 사실! 개미, 균류, 박테리아의 삼각공생관계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우리의 균류 여행이 가르친 교훈은 더 큰 전체의 행복을 위해 근본적으로 다른 생명체들이 협력하는 공생이었다." - 세상의 모든 균류


균류의 세계를 알수록 진정한 의미의 공생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지구에서 생명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균류. 놀라운 재능, 황당한 능력,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며 공생적 연합을 실천하는 균류의 세상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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