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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작가들 - 세상에 없는 글쓰기 수업
윤성희 지음 / 궁리 / 2023년 2월
평점 :
제목만으로 접한 첫인상은 방송작가, 카피라이터, 콘텐츠 기획자, 프리랜스 작가 등으로 활동하며 글밥을 먹으며 살아가는 편지 큐레이터 윤성희 작가의 글쓰기 책으로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의 울림을 안겨준 책입니다. <목요일의 작가들>은 10년 동안 학교 밖 청소년들과 글쓰기 수업을 해온 기록입니다.
호기심, 두려움, 경계의 눈빛을 보이며 자물쇠를 걸어 잠근 아이들의 열쇠를 글쓰기 수업을 통해 발견해나가는 여정을 담은 <목요일의 작가들>. 글쓰기 지망생은 물론이고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도 꼭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대놓고 드러내고 싶어 하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들키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욕구를 발견하게 되거든요.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간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보다 동료 작가로서 글쓰기 수업을 끌어간 윤성희 작가. 그저 함께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과 함께 길을 잃기도 하면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첫 수업의 설렘과 떨림 속에서 처음 만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대놓고 물을 수는 없는 법. 재밌게도 아이들의 글 속에는 아이가 하고 싶은 말, 관심 가진 것이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좌충우돌 동공지진을 일으키는 에피소드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 명 한 명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알아가게 됩니다.
"내가 이들과 쓰는 글은 대학에 합격하기 위한 논술도 아니고, 등단하기 위한 작품도 아니다. 그저 마음을 꽁꽁 숨기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키고 싶은 열망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조금은 독특하게, 조금은 재미있게." - 책 속에서
아이들은 판을 깔아주고 나면 마음속에 확 불을 지르며 알아서 글을 써 내려간다고 합니다. 그 여정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목요일의 작가들>에서는 어떻게 아이들과 신뢰감을 형성해나가는지, 어떻게 아이들의 마음을 글로 표현하게 하는지 다양한 방법이 등장합니다. 특히 소리 글쓰기가 인상 깊었는데요. 흘러가는 소리를 채집해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적은 뒤, 그 이미지들을 엮어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 글쓰기입니다. 늘 우리 주변에 있었지만 인식하지 못했던 흘러가던 소리를 발견하는 즐거움과 함께 풍성한 세계를 만나는 여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수업을 진행할수록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아이들. 자유롭게 상상하고 펼쳐나가는 것에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대견합니다. "틀에 갇히지 않고 마음껏 상상"하는 것이 쓰기의 바탕이 된다는 걸 아이들이 보여줍니다.
글쓰기를 하다 보면 자신의 어휘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기도 합니다. 더 많은 어휘를 알고 싶어집니다. 독서를 많이 하라지만 솔직히 그건 부담스러워합니다. 그럴 때 윤성희 작가는 '마음사전'을 만들자고 합니다. 나만의 눈으로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는 단어사전입니다. 원래 뜻도 알고 있어야 하니 아이는 자연스럽게 사전으로 단어의 뜻을 검색해 봅니다.
독서를 하지 않을 때 하는 변명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거죠. 하지만 시간이 남아도 책을 읽지는 않는다는 것, 이게 팩트입니다. 이렇게 혼자서 읽기 힘들 땐 하루 15분이라도 함께 읽으면 좋습니다. 함께 읽기는 깊이 읽기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윤성희 작가의 글쓰기 수업은 교실 안에서만이 아니라 교실 밖에서도 자주 이뤄집니다. 서점을 함께 가기도 하고, 동네를 산책하기도 하고, 전시회를 가기도 하면서 그 속에서 다양한 글감을 찾아내고 새로운 눈을 키웁니다. 이 모든 것들이 삶에 자양분이 됩니다.
글쓰기 수업이 선택 과목이 아니라 필수 과목인 기관에서는 글 쓰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어르고 달래며 수업을 끌어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게 글쓰기를 싫어하던 아이들이 이후에 글쓰기의 힘을 깨닫는 모습을 발견할 때면 뭉클해집니다. 글쓰기 기술이 아닌 '쓸 힘'을 키워주는 윤성희 작가의 글쓰기 수업. 편지 큐레이터 윤성희 작가는 쓰기의 중요성을 믿는 사람입니다.
전작 <기적의 손편지>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아름답게 만드는 손편지의 중요성을 알렸고, <다산의 철학>에서 다산이 보내는 인문학 편지를 통해 불안 가득한 현대인의 마음을 다독였던 만큼, <목요일의 작가들>에서는 쓰기의 힘을 통해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