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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와 프로파일러 - FBI 프로파일링 기법의 설계자 앤 버지스의 인간 심연에 대한 보고서
앤 울버트 버지스.스티븐 매슈 콘스턴틴 지음, 김승진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2월
평점 :
현대 프로파일링 기법의 발판을 마련한 미국 1세대 프로파일러들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화제작 <마인드헌터> 시리즈 웬디 카 박사의 모델인 앤 버지스가 들려주는 <살인자와 프로파일러>. 대중에게 알려진 스타 프로파일러 존 더글러스, 로버트 레슬러와 함께 『FBI 범죄 분류 매뉴얼』이라는 강력범죄 수사 및 분류 표준 시스템을 개발했으면서도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앤 버지스의 이야기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습니다.
앤 버지스는 법과학 및 정신의학 전문 간호사로 1970년대 간호학 분야 최초로 성폭력 피해자의 트라우마와 회복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수행한 전문가입니다. 앤 버지스 덕분에 폭력적인 성범죄 사례에 대한 FBI 접근 방식을 현대화하는 발판이 되었다고 합니다. 진정한 마인드헌터로서 악에 맞서 싸우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었던 앤 버지스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연쇄살인범을 연구하고 사고방식을 파악해서 그들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빠르게 찾아내기 위해 1972년 창설한 FBI 행동과학부. 범죄자 프로파일링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활용해 일합니다. 앤 버지스는 1세대 프로파일러들과 함께 이 뼈대를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프로파일링은 우리가 가해자의 머릿속에 들어가는 방법이었다." - 책 속에서
범죄자보다 한발 앞서 있어야 하는 마인드헌터들의 프로파일링을 통해 연구 결과를 수사 기법에 적용해 강력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지 악명 높았던 실제 사건들을 해결하는 여정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처음엔 비웃음 받던 행동과학부였지만, 점차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희한한 사건에 대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부서라는 평판을 얻으며 행동과학부의 가치는 높아집니다. 여기서 앤 버지스의 역할이 정말 흥미로운데요. 1세대 프로파일러 헤이즐우드, 레슬러, 더글러스, 래닝을 프로파일링 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프로파일링 하는지 관찰한 겁니다. 서로 다른 배경, 관점, 경험을 가지고 출발하지만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놀라워합니다. 이 과정에는 스스로도 인지 못하는 편견, 편향을 제거하는 협업의 중요성이 드러납니다. 가해자들에 초점 두는 방식이었던 그들과 달리 피해자 분석을 하는 앤 버지스의 역할도 두드러지게 됩니다.
범죄도 진화합니다. 새로운 범죄가 나타날 때마다 프로파일링도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했습니다. 기이한 살인자들 중 특히나 더 기이했던, 다 파악하지 못한 범죄자 연구도 지속해야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앤 버지스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언론과 대중 앞에 나선 더글러스와 레슬러와 달리 앤 버지스는 인터뷰도 고사하며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활동한 인물입니다. "앤, 거기 지하 골방에 처박혀 있는 미친 과학자 같아요. 잠시 올라와서 맑은 공기를 쐴 필요가 있다고요."라고 레슬러가 말할 정도로 후속 연구에 집중합니다.
범죄심리학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과 경력을 가지고 연쇄살인범의 심리를 장기간 연구한 앤 버지스. 특히 피해자학으로 시작해 언제나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앤의 관점은 큰 울림을 안겨 줍니다. 성폭력은 성적인 행동 자체에 대한 행위라기보다 권력과 통제에 대한 행위라는 사실도 밝혀내며, 무엇이 트리거로 작용했는지 가해자의 심연을 들여다보며 그와 동시에 낙인찍힌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인물입니다.
<살인자와 프로파일러>는 트라우마를 경고합니다.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해결한 각종 범죄를 다루다 보니 사건과 관련한 실제 녹취 기록, 속기록의 내용까지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있습니다. 경악할 만한 소시오패스와의 대화도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기에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해자의 본성에 얼마나 많은 층위가 있을 수 있는지, 인간이 어디까지 끔찍해질 수 있는지, 그러면서도 일부 가해자는 정확한 논리로 스스로 인지한다는 사실에 섬뜩해지는 순간이 많습니다.
일찍이 성폭력에 대한 대중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고, 엔터테인먼트화된 연쇄살인범을 둘러싼 잘못된 신화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 앤 버지스. 범죄심리학과 프로파일링에 관심 많은 독자라면 그 어떤 책보다 훌륭한 보고서를 접할 수 있는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