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있는 그림 - 고통과 환희를 넘나든 예술가 32인의 이야기
이은화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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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전도사이자 뮤지엄 스토리텔러 이은화의 <사연 있는 그림>. 반 고흐, 피카소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 화가부터 낯선 현대 미술가까지 예술가 32인의 삶과 작품의 비하인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은화 저자의 맛깔나는 스토리텔링 덕분에 술술 잘 읽히는 미술책입니다. 다루는 주제도 딱딱하지 않고 흥미 유발 제대로입니다. 다빈치의 <모나 리자>는 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 되었을까, 심란하지만 대표작이 된 <절규>를 뭉크는 왜 그렸을까, 미술품 최고가를 경신하며 팔리는 작품들은 왜 비싼 걸까, 뒤샹의 변기는 어떻게 현대 미술의 신화가 되었을까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1990년 경매 사상 최고가 그림이 탄생합니다. 당시 900억 원 이상에 팔린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가 죽기 6주 전에 그린 <가셰 박사의 초상>입니다. 이 그림에 등장한 남자는 고흐를 마지막까지 돌봐줬던 정신과 의사입니다. 고흐의 눈엔 의사가 더 아파 보였다고 했을 만큼 우울해 보이는 인상이 그림에도 나타나지요. 이 그림의 새로운 소유자는 반 고흐 마니아였던 일본인 사이토 료에이 명예회장인데, 경매 금액만큼이나 화제가 된 건 소유자의 유언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이 죽으면 이 그림도 함께 화장해 달라고 했던 겁니다. 😱


재밌게도 <가셰 박사의 초상>은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첫 번째 버전이 경매에 나왔던 그림이고 붓 터치 자국이 덜한 두 번째 버전은 초상화의 주인인 가셰 박사가 소장하다가 오르세 미술관에서 현재 소장 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회장님은 사망하셨는데, 공식적으로 첫 번째 버전 그림의 행방은 나오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말 함께 화장되었는지 누군가 빼돌렸는지... 훗날 짠~ 어디선가 나타날지...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도 겨우 한 명만 등장하는 여성 미술가에 대해서도 주목합니다. 저 역시 프리다 칼로 정도만 떠오르는데 이 책에는 남성 화가 못지않은 부와 명성을 누렸던 화가, 기막힌 사연을 가진 여성 화가들을 소개합니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자녀들>을 그린 엘리자베트 비제 르브룅이 인상 깊습니다. 당시에 활발한 활동을 했음에도 여성에게 붙는 모함, 폄훼로 현대에 이르러서야 재조명된 작가라고 합니다. 


더불어 여성은 모델이자 객체로 뮤즈일 뿐이었던 남성이 지배하는 서양미술사에 최초로 이름을 올린, 로마에서 태어난 1953년생 여성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열일곱 살에 그린 <수산나와 두 노인>은 그야말로 놀라웠습니다.





현대 미술로 올수록 참 신기한 세상이다 싶어집니다. 대량 생산 작품이 고가에 거래됩니다. 시대를 앞서간 혁신적인 생각과 그것을 구현한 앤디 워홀은 그 이름이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상업 미술과 순수 미술의 경계가 허물어집니다.


2019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082억이라는 몸값을 자랑한 건 다름 아닌 토끼입니다. 준수한 외모 덕에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게 화제를 몰고 다닌 제프 쿤스의 <토끼>는 스테인리스 철강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이 토끼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작품이자 20세기의 가장 상징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하는군요. 20세기 미술을 대변하는 작품으로는 뒤샹의 <샘>이 가장 먼저 떠오르긴 합니다. 이 책에서는 뒤샹의 행적들을 되짚어보며 반예술, 반미학을 표방했던 그의 가치관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사연 있는 그림>에서는 소장된 작품을 볼 수 있는 미술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최적의 환경에서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명화를 직접 만나볼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마세요. 저마다의 사연 속에서 앞으로 나아갔던 서른두 명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연 있는 그림>. 고통과 환희를 넘나들며 탄생시킨 명작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우리에게 영감, 용기, 위로를 안겨줍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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