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텔링 차이나 - 삼황오제 시대에서 한(漢)제국까지
박계호 지음 / 파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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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교류의 산증인이라 불리는 중국통 박계호 저자의 <히스토리텔링 차이나>. 중국 역사 속 대표 인물과 사건을 통해 오늘날 중국의 모습과 중국인의 정체성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 책에서는 중국 고대 전설의 시대부터 한나라까지의 역사를 다룹니다. 이후 중세 중국과 근현대 중국 역사를 다루는 후속작도 집필 계획이 있다니 기대감이 더욱 커집니다.


역사는 살아남기 위해 시대가 요구한 변화에 적응한 인간의 활동과도 같습니다. 적자생존의 논리보다 더 중요한 건 공생공존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걸 역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히스토리텔링 차이나>는 공생공존의 삶을 추구하는 실용주의 관점의 중국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중국 역사의 기원에는 삼황오제 전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물고기 잡는 법과 수렵하는 법을 알려준 복희씨, 농사짓는 법을 알려준 신농씨, 불을 발명한 수인씨. 이 삼황에게서 무엇을 발견하셨나요. 불과 도구 기술을 신으로부터 훔쳐서 사용한 서양 신화와 달리 중국의 신화는 인류 문명을 직접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인은 불, 도구 사용에 대한 원천기술이 중국에 있다는 정체성과 함께 현대 산업의 뿌리를 삼황에서 찾습니다.


삼황의 업적을 계승해 발전시켜온 다섯 임금을 오제라고 부릅니다. 중국 역사상 태평성대의 모범으로 찬양받는 요순시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가장 평화로웠던 요순시대의 덕치와 천명사상은 후일 주나라 천자사상과 함께 5000년 중화사상의 뿌리가 됩니다. <히스토리텔링 차이나>에서는 중국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창조한 인물들을 살펴봅니다. 더불어 중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고사성어들이 있습니다. 당시 어떤 배경에서 고사성어가 나왔고 그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도 짚어줍니다. 


흥미로운 건 유가와 도가 사상에 집중하다 보니 중국의 실용주의에 대해 오히려 모르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공자의 인의사상에 가려 빛을 못 봤지만, 중국인의 뿌리에는 실용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합니다. 실리와 실용을 따르는 현실주의자였던 춘추시대 제나라 관중이 바로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중국인이 돈을 좋아하게 만든 사람이자 우정을 알려주는 사자성어 관포지교의 주인공입니다. 


관중의 실용은 백성을 잘 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에게 실용주의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였습니다. 제후국 간의 전쟁이 치열했던 시기에 가난했던 관중은 생존 방식으로 현실적인 삶을 제시했습니다. 안전과 인명존중 사상으로 현실주의와 인본주의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인물입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등가교환의 법칙도 철저히 적용했습니다. 소득 주도형 경제 성장도 처음으로 주장했습니다. 유교만으로 중국을 판단하다 보면 실용주의 사상에 물든 중국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관중을 알수록 중국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 됩니다. 유가와 도가 사상에 묻힌 관중의 사상을 재발견하는 시간입니다. 


오나라의 역사를 바꾸어 놓은 뽕나무밭 사건도 유명합니다. 비단 생산이 중요했던 시기에 국경지역에서 뽕잎을 따던 두 여인의 싸움이 전쟁으로 확대된 사건이었고, 결국 전쟁을 치르느라 텅 빈 도성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왕이 바뀝니다. 이런 일이 2020년에도 벌어졌습니다. 중국, 인도, 부탄이 만나는 지역에 있는 경치 좋은 호수 근처에서 국경을 침범한 병사들 간의 싸움이 유혈 사태로 번진 겁니다. 국가 간 자원 전쟁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춘추전국시대의 지각변동에 영향을 끼친 인물들을 소개하며 그들의 지략, 지혜, 전략을 배우는 <히스토리텔링 차이나>. 강자들의 전쟁에서 약자가 살아남는 법으로 약자끼리 연합해 대항하는 방법을 쓴 소진과 강자에게 붙는 전략을 쓴 장의를 대비해서 보여줌으로써 각각의 장점과 한계를 짚어줍니다. 결국에는 진나라 통일이라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고, 중국 역사에서 재위 기간 동안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진시황이 등장하게 됩니다. 진시황은 1년의 시작일을 추수가 끝나는 10월 1일로 삼았기에 오늘날 중국 건국 기념일이 10월 1일인 까닭을 알게 됩니다. 그 외에도 진시황이 만든 문명의 업적을 하나씩 짚어줍니다.





마오쩌둥이 만들고자 한 중국은 중화제국의 역사적 위대성과 중화사상의 전통적 문화적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 사회주의 국가였습니다. 이는 천자사상을 바탕으로 중국이 천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중화사상을 근저에 깔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화사상은 노동자, 농민으로부터 나와야 하는 거였고요. 한나라가 바로 평민들에 의해 세워진 나라였습니다. 그렇기에 중국사에 남긴 족적이 매우 크다고 합니다. 오늘날 중국의 사회주의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과 한의 건국 과정과 함께 이후의 역사 흐름을 살펴봐야 한다고 합니다.


진나라는 약 577년, 한나라는 약 410년간 지속되었는데 이에 비해 흉노족은 주나라 때부터 진, 한 시기까지 약 1,000여 년 동안 줄기차게 중국을 괴롭히며 생존했습니다. 초원에서 활동했던 소수 유목 민족의 집합체를 통칭해서 부르는 흉노족은 중국에서 오랑캐라 부르는 민족입니다. 진시황은 흉노를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쌓았습니다. 유목 생활을 하던 북방 유목 민족들은 이후 선비족, 거란족, 몽골족, 만주족 같은 이름으로 원나라, 청나라를 세우며 중국 한족을 지배하게 됩니다. 1%가 99%를 지배할 수 있게 된 이유를 흉노에게서 배워보기도 합니다.


역사를 움직인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히스토리텔링 차이나>. 한국사를 배울 때 항상 따라다니는 중국이기에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을 뿐, 실상은 잘 모른다는 걸 깨닫게 된 시간입니다. 각종 전쟁과 혁명을 통해 55개 민족들이 모여 만들어진 중국의 정체성을 삶과 문화를 통해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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