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달 별 사랑 고블 씬 북 시리즈
홍지운 지음 / 고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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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999>, <미래소년 코난> 같은 SF 애니메이션의 레트로 감성을 자아내는 로-파이 사이언스 픽션(Lo-fi Si-fi) 소설 <우주 달 별 사랑>. 제목마저도 로맨틱합니다. 재밌게도 작가는 그저 좋아하는 단어인 우주, 달, 별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제목을 먼저 정해버렸을 정도입니다. 필명 dcdc로 활동했던 홍지운 작가의 소설은 그동안 단편집을 통해 몇 편 만나봤는데 매번 독특한 발상을 내놓아 지루하지 않은 작가 중의 한 명입니다. 우주에서 달과 별이 사랑하는 이야기라는 초안이 어떻게 변했을지 기대되지 않으신가요.


“달의 등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언제나 고요하다.” 열세 살 소년 핀은 등대지기의 손자여서 등대에서 머무는 시간이 깁니다. 오늘도 바쁜 할아버지를 대신해 등대를 지킵니다. 달의 조난자를 구조하는 일을 하는 등대지기. 깊고 넓은 우주를 바라보는 달의 등대라니. 우주정거장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물씬 다가오네요.


그 시각 성산중공의 우주전함에서는 필사의 탈주극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T-772라는 번호로 실험체로 살아온 메아. 할머니의 희생으로 탈출에 성공합니다. 메아는 월인입니다. 과거 달 깊숙한 곳에 살던 월인들은 달을 떠나 지구의 바다 깊숙한 곳에 숨어살다, 달에 묻힌 고대 문명의 유산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인류에 편입되어 달 개발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됩니다. 월인은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고, 그림자의 힘이라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월인의 능력의 비밀을 파헤치려고 한 성산중공은 메아와 할머니를 납치해 비밀 실험을 하고 있었던 거죠.


탈출한 메아를 발견한 건 등대를 지키던 핀입니다. 부모를 찾고 싶어 하는 메아를 위해 핀은 도움을 주고 싶어 합니다. 핀도 달 개발 초창기에 부모님을 사고로 잃었는지라 메아의 마음을 이해하니까요. 이후 크나큰 도움이 이어지지만 저는 핀의 다정다감한 마음을 핫초콜릿에서 발견했어요. “핀은 한참 심호흡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핫초콜릿을 평소보다 두 배는 진하게 탔다.”는 문장에서 깊은 위로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어요. 게다가 그 위에 카카오닙스를 듬뿍 얹고, 바닐라 웨하스도 두 조각이나 넣으며 일주일 치 간식을 한 번에 써버릴 만큼 정성을 다한 핀의 마음을 보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우주 달 별 사랑>에서 제가 가장 사랑한 장면입니다.





그림자의 힘을 가진 메아가 능력을 발휘할 때는 제 상상력의 한계를 맛보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고요의 바다>에 등장한 월인이 생각나는데, 메아의 그림자의 힘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비주얼로 탄생할지 기대됩니다. 메아를 뒤쫓는 성산중공의 요한이라는 캐릭터는 성과주의에 철저히 물든 현대인의 초상과도 같습니다. 성과를 위해서라면 주변 사람들의 희생을 당연시 여깁니다. 


하지만 작가는 여전히 인간애가 살아있음을 핀을 통해 극명하게 대비해 보여주면서 결국 넓은 의미의 사랑이라는 단어에 기필코 이르게 합니다. 핀과 메아를 어린 소년과 소녀로 설정한 것도 순수함을 가득 담아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욕심은 스스로를 먹고 자랄 뿐, 결코 자의로 줄어들지 않는다." - 우주 달 별 사랑


달의 바다는 오로지 흙뿐이지만 지구의 바다는 반짝반짝한 물로 가득하고 파도가 부서지며 반사하는 빛의 향연을 보여준다며 지구의 바다에 로망 품은 핀과 메아를 보면 미안해집니다. 저는 병들어가고 있는 지구의 바다가 먼저 떠오르니까요.


한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 NASA의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 등 태양계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 가동을 목표로 꾸준히 달로 향하는 오늘날, <우주 달 별 사랑>이 던진 도덕적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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