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 최진석의 자전적 철학 이야기
최진석 지음 / 북루덴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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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 철학의 대가,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최진석의 자전적 철학 이야기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노자와 장자 철학의 시선으로 나와 우리 사회를 사유하는 철학적 통찰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최진석 교수의 인문학 명강의를 영상으로 보면서 학문적 철학이 어떻게 삶의 철학이 되는지를 엿볼 수 있어 즐거웠던 기억이 생생한데요, 명쾌하고 진솔한 이야기로 큰 울림을 주던 최진석 교수의 목소리를 이번에는 책으로 만나봅니다. 본문 속 조승범 화가의 그림도 매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기르던 개가 죽던 날, 밤하늘을 바라보다 별똥별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갑자기 죽음의 공포에 빠졌던 고등학교 1학년 때의 경험은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걸 느낀 겁니다. 그때 '영원한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죽음의 공포를 경험하며, 인생이 너무 짧다는 생각은 이 짧은 삶 속에서 어떻게 하면 영원을 경험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런데 사라지지 않는 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멀리 있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별 말입니다. 멀리 있을수록 보이지 않을수록 영원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별똥별 같은 순간을 스쳐가는 현상 세계에서, 저 멀리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어떤 영원을 실현해 보자는 결심으로 이어집니다. 


어린 시절 죽음에 대한 생각은 한 번쯤 하기 마련이지만 그의 사유는 역시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그의 성장기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문학 강의에서 아버지와의 에피소드를 잠깐 언급했듯 철학으로 진로를 잡은 시기의 이야기를 비롯해 그동안 꺼낸 적 없는 어머니, 큰누나 등 내밀한 가족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회갑 날 자신이 태어난 작은 섬을 방문하는 것을 시작해 그의 성장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 사건들을 진솔히 고백하며 최진석이라는 사람의 내면을 슬쩍 엿볼 수 있게 합니다.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는 노자와 장자의 철학적 이론을 설명하는 책이 아닙니다. 노장 철학을 하며 실천적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한 한 사람의 인생을 이야기합니다. 살면서 숱하게 마주하는 고민들 앞에서 노장 철학은 어떤 쓸모를 보였는지를 보여줍니다. 죽음에 대한 사유를 통해 그에게 별은 목표가 아닌 목적이 되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삶의 목적은 바로 별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별처럼 산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면서 '내가 나로 빛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온갖 목표들로 가득 채워지다 보니 목적을 쉽게 잃어버린다는 겁니다. 목적을 가지고 목표를 지배하는 거지 목표로 목적을 흔들지 않아야 하는 데 말입니다. 애초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헤매기 일쑤입니다. 영원한 별을 경험하기 위해 노력한다 해도 그 과정에서 반짝거림을 망가뜨리는 생각과 행동이 계속 튀어나옵니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나의 반짝거림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들려줍니다.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자기가 별이 되어야 한다." -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결국 이 모든 것은 제대로 사는 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도가에서 말하는 '덕'에 대한 이야기로 뒷받침을 하는데요. 불편함을 감당하며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덕이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는 참된 시민의식을 가지고 이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이기도 합니다. 


앎의 진보는 모르는 곳으로 넘어가려는 발버둥, 몸부림에 있다고 합니다. 장자는 "인간의 일을 아는 사람은 아는 것을 가지고 모르는 것을 기른다."고 했는데, 이는 지치지 않고 펼쳐나갈 힘을 얻는데 필요한 영감, 창의력 등을 키우기 위한 우리 활동의 바탕이 됩니다. 변화를 일으키는 힘은 이해 자체에 있지 않다는 걸 강조합니다.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모두가 덤비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죠. 그 속에 '감동'이 있어야 합니다. 


열심히 하겠다는 결심만 반복하나요? 우리는 매 순간을 잘 살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가하게 준비한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인생을 실전으로 대하는 태도에 대한 최진석 교수의 날카로운 조언이 인상 깊습니다. 


자신의 삶을 철학적으로 다루지 않고, 기존의 철학 이론으로 삶을 채우려고만 하는 현실을 꼬집기도 합니다. 노자를 자기화해야지 노자화하려 하지 말라고 합니다. 자신의 구체적인 삶의 현상을 철학하지 못한 채 쉽게 이념이나 신념에 빠지는 걸 경계하는 말을 들려줍니다. 이는 시민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변화를 촉구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정해진 마음을 넘어서야 합니다. 자신만의 익숙함에서 빠져나와야 합니다. 모험하고 도전하고 때로는 무모해지면서 말이죠. 장자에는 그 유명한 우물 속 개구리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자신만의 좁다란 진리에 갇혀 있다면 도를 말해봐야 아무 소용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가본 적도 없는 자신의 우물 밖을 꿈꿀 줄 압니다. 특히 '질문'을 통해 우물 안 개구리형 인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대답하던 습관을 질문하는 습관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한 사람의 삶은 전적으로 그 사람이 가진 시선의 높이가 결정한다고 합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시선의 높이는 어디까지인가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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