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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원 교수의 십 대를 위한 자존감 성교육
배정원 지음 / 김영사 / 2022년 12월
평점 :
25년 경력의 성교육 및 성상담 전문가 배정원 교수.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대학교 인기 강의 교수님들 중 한 명으로 출연해 저도 인상 깊게 봤습니다. 수강신청 3초 컷 광클 교양 수업 '성과 문화'의 배정원 교수가 들려주는 청소년 버전 성교육 책 <자존감 성교육>. 역시 명불허전이네요.
이 책은 유네스코 국제 성교육 기준 맞춤 가이드를 기반으로 한 개인의 몸과 마음, 타인과 맺는 다양한 관계 등을 포함한 포괄적 성교육책입니다. 성교육은 단순히 성행위에 대한 이야기가 다가 아니라 한 사람이 몸과 마음을 가지고 일생을 잘 살아가는 일,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고 좋은 사람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든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성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성숙하고 건강하게 그리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잘 살 수 있게 됩니다.
그러려면 자존감이 중요합니다. 자신을 소중하고 귀한 존재로 대접하고 존중하는 마음 말입니다. 자기를 사랑하고 돌보고 존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자신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배정원 교수의 십 대를 위한 자존감 성교육>은 청소년이 직접 읽을 수 있기 좋은 수준으로 설명합니다. 부모가 생각하는 성교육의 수위보다 높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알수록 청소년들이 평소 궁금해하던 것들을 속시원히 알게 되고, 나아가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더 올바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스스로 자기의 성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 몸을 잘 알아야 합니다. 배정원 교수는 성교육 강의할 때 자신의 성기를 관찰하는 숙제를 꼭 내준다고 합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우리의 얼굴처럼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남녀의 몸의 변화에 대해 잘 알수록 환상, 신화로 남아있던 편견과 선입견을 깨뜨릴 수 있습니다. 아직도 남아 있는 처녀막 신화, 순결에 대한 의미도 생각해 보게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청소년기의 고민 중 외모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다이어트, 염색, 타투, 제모 등 자신의 바디 이미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정서적인 태도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자기 외모에 대한 자신의 느낌은 스스로를 존중하고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 자존감에 달려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이성교제와 관련해서는 십 대 아이들이 정말 궁금해할 만한 부분이 많을 테지요. 사실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저 사고치면 안 된다 싶어 전전긍긍하진 않았나 되돌아봅니다. 청소년기의 이성교제는 서로의 장점과 매력에만 끌리는 시기를 지나 성숙한 사랑을 위한 여정을 위해 필요한 단계인 것 같습니다. 배정원 교수도 대학교 강의에서 4시간 데이트 과제를 준다고 해서 놀라웠는데 많이 경험하며 사람을 보는 안목을 키워가야 하는 데 도움 될 것 같더라고요. 청소년기 역시 이성친구와의 교제는 남자와 여자의 다른 점을 알고 이해하는 것과 건강하고 원만한 관계를 연습하는 것이라는 걸 짚어줍니다.
성별 사이의 어려움, 불평등한 부분을 알아차리는 사회적 민감성을 뜻하는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성교육이 필요합니다. 내가 원하는 시기에 내가 내린 행동과 결정으로 나 자신과 상대 모두 상처받지 않도록 준비한 상태에서 하는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합니다. 무조건 하지 말라고만 해서는 아이들의 호기심만 더 부추기게 됩니다.
또래 압력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친구의 영향이 큰 십 대 시절엔 부모의 눈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상상 그 이상이지요. 그렇기에 자신의 생활을 전부 친구에게 기대게 되면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잃을 수 있음을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무슨 일을 결정할 때 그게 자신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할 수 있다면, 훨씬 나은 결정을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에 대한 이슈가 큰 오늘날, 가해자든 피해자든 되지 않기 위해서 이와 관련한 내용을 숙지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상대의 동의 없이 일어나는 성적 침해나 폭력은 꼭 행동이 아니어도 상대가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끼거나 불편한 마음이 들면 성폭력이 된다는 걸 이해해야 합니다.
성에 있어서 생식보다 즐거움(쾌락)에 치중하고 있는 오늘날 성문화에서는 올바르게 즐길 수 있는 방법도 배워야 할 지식이 되었지만,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기 힘든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면 자칫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로 이어지고 후처방 식으로 뒤늦게 후회하는 일만 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를 더 사랑하고 타인과 건강하게 관계 맺는 일까지 <배정원 교수의 십 대를 위한 자존감 성교육>은 십 대들이 딱 궁금해할 만한 내용은 물론이고 성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는데 필요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성평등, 성적 자기 결정권 등의 내용을 부모들도 일찌감치 필수로 배웠다면 가정 성교육이 더 수월해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지금이라도 이런 책을 만나서 다행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권해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가정마다 꼭 비치해야 할 필독서로 추천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