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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부당합니다 - Z세대 공정의 기준에 대한 탐구
임홍택 지음 / 와이즈베리 / 2022년 11월
평점 :

Z세대의 공정에 대한 이야기 <그건 부당합니다>. 젊은 세대의 키워드 중 가장 핫한 이슈가 된 '공정'. 기성세대의 통념으로 이해하기 힘든 세대론으로 바라보는 게 맞는 걸까요. 세대 간 갈등의 건강한 논의가 목적이었던 <90년생이 온다> 이후 4년, 이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신재용의 <공정한 보상>, 임명묵의 <K를 생각한다> 등을 통해 공정에 대한 이야기가 낯설지 않은 시대입니다.
하지만 기성세대와 MZ세대, 이대남과 이대녀 등의 접근법으로 세대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습니다. MZ세대가 말하는 공정의 기준이 과연 옳은 것인가를 논쟁하는 데 초점을 맞출 뿐입니다. 임홍택 저자는 요즘 세대가 말하는 공정 속에는 '부당'에 대한 담론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MZ세대가 이상한 게 아니라 시대 변화에 초점을 맞춰 이들이 말하는 공정의 의미를 드러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정은 사실 공평에 더 가깝습니다. 공평과 공정의 구분은 자신의 신념, 정치적인 당파성을 보여줄 뿐 진짜 공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내리기는 참 힘듭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정의의 중요성이 아니라 정의가 대체 무엇이냐를 묻는 철학적인 책입니다. 애초에 완벽한 공정이란 개념은 불가능한 겁니다. 우리의 초점은 진실된 공정이냐 거짓된 공정이냐 이전에 왜 공정이란 키워드를 꺼내게 되었느냐라고 저자는 짚어줍니다.
공평하면서도 정의로워야 한다는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공정. 현실에서는 옳다라는 감정적인 개념으로 사용합니다. 저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공정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논쟁거리가 가득한 단어입니다. 2019년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문제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을 해소하는 일이 한편에서는 기회의 문을 닫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었던 겁니다. 정규직을 준비하는 누군가에게는 정의롭게 보이지 않는 겁니다. 한강의 기적을 맛본 기성세대와 다르게 지금처럼 각박한 현실 속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건 '시스템 안에서의 원칙'입니다. Z세대의 공정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뜻의 '부당'에 가깝습니다.
선호 직업 1순위였던 공무원이 이제는 3위로 내려왔습니다. 낮은 임금이라는 이슈가 표면적으로 날뛰었지만 핵심은 그게 아닙니다. MZ세대에게는 그나마 남은 선발의 공정성 때문에 인기가 있었던 공무원이었지만, 젊은 공무원의 퇴직률이 높아지고 선호 직업 순위가 낮아진 원인의 핵심 역시 공정 때문입니다. 공직 생활에서의 부당성이라는 진짜 문제를 이해해야 하는 겁니다.

Z세대의 공정은 공정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절차의 부당성과 기준의 부당성 등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건 부당합니다>에서는 지금 세대의 제대로 된 니즈를 판단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스마트폰 보급률 상승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투명성 인식이 높아졌습니다. SNS는 비교 범위를 무제한으로 확대했습니다. 주식 열풍, MBTI 열풍 등 MZ세대의 다양한 이슈 현상도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일에 대한 태도도 변화했습니다. 급여는 중요하지만 일터는 중요하지 않다로 바뀌며 직장을 대하는 태도가 왜 변했는지를 짚어줍니다.
부당하지 않은 세상을 원하는 MZ세대. 소확행도 확에 방점을 둡니다. 확실한 행복에서 바라보면 다른 관점이 열립니다. 통제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지금의 시대적 풍경에서 공정함의 상징으로 일컫는 대표 사례는 줄 서기 행위입니다. 줄 서기만큼은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선착순의 원리입니다. 단순하고 직관적이고 공평하게 적용됩니다. 새치기라는 비정상적인 행위보다 분노하게 하는 건 기본 규칙 자체가 변화할 때와 새로운 이면의 규칙이 밝혀질 때입니다.
현실 사례로 예를 들면 내가 서 있는 줄 자체가 유일한 줄이 아닐 때를 의미합니다. 특권 기득권층의 취업 비리 등 패스트트랙이 새로운 줄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기존에도 있었던 일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보다 투명하게 드러나는 시대입니다. 그동안의 구조적인 불공정을 똑바로 바라보게 된 겁니다. MZ세대가 유난스러운 특별한 세대라서가 아니라 지금 시대가 깨닫게 만든 겁니다.
반칙하지 말자는 말은 결코 이상한 게 아닙니다. 이상한 세대로 배척하는 대신 왜 부당함을 느끼는지 제대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저자는 부당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담론을 꺼내듭니다. 법과 도덕심에만 맡길 수는 없습니다. 시스템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그건 부당합니다>는 관행이라며 다수의 침묵이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관행들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생각과 본전 의식으로 지나쳐왔던 수많은 반칙들이 드러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