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과, 모서리를 닮은 여자
금봉 지음 / 좋은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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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하며 눈물 짓다가도 웃음을 안겨주는 로맨스 소설 <광과, 모서리를 닮은 여자>. 주혜경 화가의 표지그림과 금봉 작가의 알쏭달쏭한 제목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더 물음표를 달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설휘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서부터 계약직 문제, 이혼 후 양육 문제 등 로맨스에서만 초점 맞추지 않고 해당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부분도 인상 깊었습니다.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받은 흡인력 있는 소설입니다.


제목의 광과라는 단어가 명사인 줄 알고 무슨 뜻일까 책을 펼치기 직전까지 고민했던 시간들. 프롤로그에서 그 의미를 알게 된 순간 어찌나 웃어댔던지요. 광은 빛 광光이었어요. 얼굴에서 빛이 난다는 게 어떤 건지 알게 해준 남자 '운'에게 붙은 별명이었던 거죠. 더불어 또 한 번의 갸웃거림을 안긴 모서리를 닮은 사람이란 어떤 모습인 걸까... 도무지 제목만으로는 짐작할 수 없었던 <광과, 모서리를 닮은 여자>는 그 누구보다도 특별하게, 아름답게 사랑을 시작하는 운과 설휘의 이야기입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두 번째 직장을 준비 중인 설휘. 이사 간 집의 앞집 언니 '시소'와의 인연부터 배꼽잡습니다. 처음엔 조금 묵직하게 진행하는 소설인가 싶었는데 절묘한 로맨스 코미디 분위기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웃에게 인사하러 들른 설휘는 다짜고짜 화장실로 끌려가 펌프질을 합니다. 네... 생각하는 그건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음식을 변기에 버려 막혀버린 겁니다. 이혼하고 혼자 살며 장사하는 앞집 언니 시소와 쿵짝이 잘 맞아 둘은 단번에 살가운 사이가 됩니다. 시소는 모태솔로인 설휘에게 남자를 소개해 주기도 하죠. 그가 바로 '운'입니다. 하지만 정식 소개팅을 하기도 전에 설휘는 만취 상태에서 그를 만나게 되고, 다음 날 이불킥은 당연지사. 


"내일 아침 태양을 보고도 오늘 같은 생각이 또 들면…내일 또 올 거야." - 책 속에서





올라간 눈 꼬리, 길고 작은 눈을 가진 설휘에게 모서리를 닮았다고 한 '운'이지만, 그럼에도 둘 사이에 그린라이트가 켜지니... 하긴 사랑의 감정은 그렇게 불쑥 찾아오니까요. 하지만 이들의 감정은 화르륵 불타오를 새도 없이 에이즈 보균자로 판정받은 '운'의 병으로 가로막힙니다. 예전과 다르게 요즘 소설에서는 에이즈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도 이번 기회에 잘 알게 되었어요. 물론 가족과 친구들은 걱정하기 마련입니다. 걱정어린 마음에 하는 말인 줄은 알지만, 당사자에게는 뾰족한 말로 와닿기도 합니다. 


설휘와 운 역시 서로에 대한 배려, 미안함 때문에 마음이 아픕니다. 사랑하는 이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그만 접고 싶었던 '운'의 마음도 이해되고, 자신들의 사랑 방식으로도 충분히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설휘의 마음도 이해됩니다. 저는 이들의 가족에게 마음이 조금 더 감정 이입되었던 것 같습니다. 내 아이가 만약... 이런 생각으로 읽다보니 부모의 마음이 짠하게 다가왔어요. 나는 과연 "자네 오늘은 어제보다 또, 더 나은가?"라는 사려깊은 안부 인사를 건넬 수 있을까 하면서 말이죠. 


<광과, 모서리를 닮은 여자>에서는 둘의 사랑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정의 사랑을 하는 인물들을 보여줍니다. 그저 연민으로 시작했다가 사랑으로 진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랑이란 이런 형태여야 한다는 것을 넘어 또 다른 사랑의 방식들을 보여주기에 각양각색의 사랑의 형태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쨍한 더운 여름날에 태양처럼 빛나는 사람을 만났고, 잔인한 여름을 거쳐간 사랑 이야기를 가슴 저릿하면서도 수려한 문체로 선사하는 금봉 작가의 <광과, 모서리를 닮은 여자>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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