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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편지 ㅣ 마음그림책 12
이채린 지음, 김규희 그림 / 옐로스톤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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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엽서북 같기도 하고 앨범을 넘기는 기분도 드는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하는 그림책 <풍경편지>. 눈으로 담기 힘들 만큼 멋진 풍경이나 일상의 이야기를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을 때 있으시죠.
<풍경편지>는 먼나라로 2년간 타향살이를 하게 된 가족의 막내가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그때그때의 감정을 편지에 담았습니다. 미국으로 이사 가는 가족. 온통 낯선 글자와 낯선 풍경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어도 자신이 알던 태양만큼은 같아서 안심이 된다는 아이의 두려움과 설렘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짧은 글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다행히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집이 마음에 듭니다. 가족이 함께 꽃청소를 하고, 빨래방에도 갑니다. 새로운 학교에 가는 길은 낯설지만 형이 있어서 든든합니다. 새로운 친구도 사귀며 낯선 곳에서 조금씩 적응하는 아이. 때로는 가족끼리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한국의 모습과는 다른 경이로운 풍경에 즐거워합니다.
그곳에 있기에 만날 수 있었던 낯선 풍경들. 함께 하는 가족이 있기에 즐겁습니다. 사계를 보내며 아이는 할머니에게도 이런 풍경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의 크기가 같다고 생각할 만큼 아이는 할머니를 그리워합니다.
처음엔 그토록 낯설었던 일상이 한 해를 보내고 나니 어느새 낯익은 풍경이 되었습니다. 정이 들 만큼 이곳이 편안해졌습니다. 아이에게는 온통 새로웠던 도전들이었고, 이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또 다른 새로운 일상이 시작될 겁니다.
유난히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할머니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아이의 한결같은 사랑이 예쁘게 다가오는 <풍경편지>. 상실과 연약함의 경험에 기반해 공감, 위로가 되는 글을 쓰는 이채린 작가와 실제로 미국에서 2년 동안 살며 그림을 그린 김규희 작가의 그림이 멋지게 어우러진 그림책입니다.
아이의 시선에서 진행하지만 연령 상관없이 일상의 행복과 경이로운 풍경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되는 그림책입니다. 무엇보다 나누고 싶어도 손쉽게 카톡으로 사진 한 장 보낼 수 없는, 곁에 없는 사람에게 마음의 편지를 보내고 싶은 이들의 가슴을 두드리는 그림책입니다. 편지를 부칠 수 있든 없든 사랑하는 이와 나누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풍경편지>. 잔상이 되어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