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이 중요하다 - 세계는 지리로 작동한다
알렉산더 머피 지음, 김이재 옮김 / 김영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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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세상에서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한 필수 역량, 지리적 문해력. 하버드대는 구시대적 유물이라며 지리학과를 폐쇄했지만,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는 거대 학문으로 확대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는 오늘날 국제정치학, 지역학, 환경학을 아우르며 이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에 지리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드러나고 있습니다. 


맥락 없이 암기하는 과목으로 홀대받는 지리학. <지리학이 중요하다>에서는 왜 지리적 이해가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지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들려줍니다. 정치, 문화, 환경과 지리학과의 역동적 관계를 연구해온 알렉산더 머피 교수는 미국 지리학회 회장 역임,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것에 문제 제기하는 등 지리학계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호수 차드호. 차드, 카메룬, 나이지리아, 니제르 4개국과 국경을 공유합니다. 1960년대와 비교하면 현재 호수의 90퍼센트가 사라졌습니다. 이로 인해 국가 간 긴장이 고조되고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지리학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고 합니다. 자연환경과 인간 활동이 결합되어 나타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인구 증가, 집약적 농업, 종족 갈등, 부패 정부를 지원한 서방 세계, 자원 관리 방식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호수에 의존해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었습니다. 


지리학의 주요한 관심은 "왜 그것이 그곳에 있는가 Why of Where"입니다. 지리적 이해를 위한 탐색은 무궁무진합니다. 지리-공간 좌표에 의해 정보가 생성, 관리되는 요즘은 다른 학문과 연계한 융합 학문 분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지구를 인류의 집이라고 한다면, 지리학은 지구의 다양한 본질과 특성을 이해하게 하는, 집에서 '매우 중요한 창문'에 해당한다고나 할까요." - 지리학이 중요하다 





1979년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에도 많은 설명이 언론에 등장했는데, 지리적 사고력을 갖추면 그럴듯하게 말하는 것들이 오류투성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단순 지리적 정보 외에도 장소와 공간의 본질과 의미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필요한 겁니다. <지리학이 중요하다>에서는 지리적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다양한 역사적 사례로 들려줍니다. 


전 지구적 연결의 강도가 높다고 해서 보편적 정책을 수립하면 실패하게 되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각 지역의 자연환경, 인구 특성, 사회 및 문화적 다양성을 인식하고 지역 차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현대 문제에 대응 가능한 겁니다. 


지금까지 정치적 경계로 나눈 지도에 익숙해진 탓에 우리는 지리학에 있어서 비판적 사고가 사라졌음도 꼬집습니다. 소말리아는 이미 북쪽과 남동쪽이 완전히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기능하는데도 여전히 세계 정치 지도에서는 소말리아를 하나의 국가로 인식하듯 말입니다. 


현대 지정학의 현장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사고력 함양에 도움 주는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대서양 중심의 메르카토르 지도에 워낙 익숙해진 탓에 실제 크기와 엉뚱하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린란드는 아프리카만큼의 크기가 절대 아니고, 미국과 러시아도 대폭 줄어듭니다. 실제 아프리카 대륙은 중국, 인도, 미국에 서유럽을 합친 것보다도 더 큽니다. 아프가니스탄이 어디에 있는지 저도 모르고 있었던 세월이 더 길었습니다. 이라크와 전쟁을 치른 미국에서는 정작 대중들은 이라크가 아시아에 있는 줄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오늘날은 세계를 통합적 접근 방식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요소가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연계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겁니다. 지리적 사고력을 적용한 지식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실제 우리는 민족국가가 아닌 다민족국가로 이루어진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공간의 정치적 구성과 정체성을 결정하는 특징이 불일치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현대 세계는 다양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겁니다. 


우리의 고정관념도 한몫 크게 작용합니다. 이슬람 세계는 무조건 악의 축으로 생각합니다. 단순, 경직된 사고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칫 인종차별주의를 강화하는 환경결정론적 사고에 빠져 있기도 합니다.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저하시키는 인간 활동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를 콕콕 짚어줍니다. 지역마다 그 물리적 환경과 배경이 다른데도 도시의 모습을 복붙한 것처럼 닮았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리적 문해력이 필요하다는 게 이 책의 핵심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옳게 개입해야 하는지도 보여줍니다. 반면 지리 문맹이 계속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도 예측해 봅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보호주의 관세는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코로나19 전염병 확산,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이해하려면 필수인 지리적 통찰. 생각과 경험의 범위가 한정되었다는 것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음을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가 가득한 <지리학의 중요하다>. 기상이변, 팬데믹, 전쟁, 경제적 불평등 등 지리학의 중요성은 점점 더 높아져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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